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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낳는 사랑의 해를 소망한다

의미를 낳는 풋풋한
사랑을 키워 나가자.
우리 안에 살찐 큰
목도리는 없는지
다시 한 번 둘러보자.
의미를 낳는 사랑을
베풀며 공동선의
새판을 짜보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05일
ⓒ e-전라매일
누구나 목도리를 가지고 산다. 세모에 큰 목도리 1개를 풀어 작은 목도리 2개로 짰다. 장롱 속에 잠자던 큰 목도리. 오래 전 받은 무지개만 한 큰 사랑의 선물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무용지물의 창고 속 널빤지였음을 고백한다. 큰 목도리는 소한·대한 절기 때나 두르곤 했다. 이젠 작은 목도리로 변신하니 수시로 바람도 쐬곤 한다. 다행이 그 목도리는 변신의 흐름을 탈 줄 알았다. 아쉽다면 쓰던 물건이라 다른 분과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며 존재의 의미를 가르치고 있다.
잿빛 도심 속을 걷는다. 부동산 투기바람이 뜬구름에 올라 억억거린다. 화려한 초고층 한 동을 푼다면 몇 채의 알뜰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열 채 백 채? 그렇다면 실개천 같은 골목이 흐르고, 살구꽃이 피고, 우르르 아이들이 강아지처럼 뛰쳐나올 것이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다름을 인식하고 사랑의 가슴을 넓혀 갈 텐데. 그러나 이 세상은 끼리끼리 경계의 벽을 쌓는다. 강물에 몸을 싣지 않고 승강기에 몸을 싣고 단절의 벽만 오르내린다. 땀을 흘리지 않고 자꾸 케이블카를 설치하려 한다. 최소비용과 최고효율이라는 경제적·관광적 허울 아래 만물의 궤도는 자꾸만 틀어지고 벗겨지는 느낌이다. 늘 하늘을 바라보지만 현대인의 마음은 피사의 사탑을 닮아만 간다.
대학입시에서 심리학과는 날로 인기를 더해간다. 다소 씁쓸하다. 잘 먹고 잘 산다는 나라일수록 경쟁률이 높다. 내 몸속에도 정신질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나친 자본적 바이러스가 퍼져 있을 것이다. 황금만능·무한속도·무한경쟁·박탈감·소외감·절망감 등등. 결국 우리는 끝없는 긴장 속에서 사랑과 의미를 쌓지 못하는 살찐 돼지가 될지 모른다. 사랑과 의미란 환란 속 구세주와 같은 것인데, 그 비밀병기가 없는 현대인은 정신질환을 예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신요법 제3학파 로고테라피〔의미치료〕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을 호명한다. 3년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끌려가 부모와 아내를 잃고 극적으로 생환한 유대인 정신과 의사다. 그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실험과 대학살 만행 속에서도 사랑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견뎌냈다. 그는 잃어버린 아내를 내적 자아에서 꺼내어 영적인 사랑을 하며 더욱 깊은 의미를 갖는다. 내면세계의 극대화로 존재의 공허함과 고독감으로부터 영적인 피난처를 찾는다. 그 사소한 사랑의 추억들이 몰살의 공포를 잊게 하고 벗겨진 실존에 의미의 옷을 입혀준 것이다.
붓다는 보리수 밑에서 진리를 깨달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전도라는 의미적 삶에 고민한다. “고생 끝에 겨우겨우 얻은 이것을 어이 또 남들에게 설해야 되랴” 이렇듯 참된 의미란 진리의 깨달음을 넘어 한 존재를 공동선의 바다로 인도한다.
코로나 3차 팬데믹이 현실로 다가오는 혹독한 연말연시다. 백신과 집단면역이 생길 때까지 공포와 외로움의 긴 터널을 우리는 무엇으로 연명하며 어떠한 몸짓으로 헤쳐 나가야 할까? 과연 그대 안에 비축한 사랑은 얼마나 있는가? 그대는 한 존재의 거룩한 의미를 잘 부여할 수 있는가? 사랑과 의미, 그것은 비참한 상황에서도 구세주로 발현되는 희망의 묘약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자. 된서리 오기 전 봄동 씨앗을 뿌린 농부의 지혜를 배우자. 우리 마음속엔 눈보라를 견딜 줄 아는 봄동이 있다. 2021년 새해가 솟았다. 의미를 낳는 풋풋한 사랑을 키워 나가자. 우리 안에 살찐 큰 목도리는 없는지 다시 한 번 둘러보자. 의미를 낳는 사랑을 베풀며 공동선의 새판을 짜보자.
사랑만이 / 겨울을 이기고 / 봄을 기다릴 줄 안다 //
사랑만이 / 불모의 땅을 갈아엎어 /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
천년을 두고 오늘 / 봄의 언덕에 /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 사랑만이 / 인간의 사랑만이 /
사과 하나 둘로 쪼개 / 나눠 가질 줄 안다- 김남주 <사랑>

/왕태삼
전북시인협회 이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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