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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소유의 끝

프롬은, 인간이 더
이상 파멸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라도 ‘풍부하게 소유
하는 삶’에서, ‘있음
그대로 편안하게 존
재하는 삶’으로 전환
해야 한다고 한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10일
ⓒ e-전라매일
독일의 심리학자인 에리히 프롬(1900-1980)은 우리의 삶에는 두 가지 생존 양식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소유 양식(To have)’이요, 다른 하나는 ‘존재 양식(To be)’이다. 소유적인 삶의 방식을 취하면 끊임없는 물질의 소유욕에 시달리지만, 있음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존재 양식을 취할 경우에는 서로 사랑하고 나누며 즐기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편의 시를 예로 들어 좀더 설명하고 있는데, 하나는 일본의 시인 바쇼의 하이쿠이며, 또 하나는 19세기의 영국 시인 테니슨의 시이다. 아마도 산책 중에 쓴 것 같은데, 한 송이의 꽃을 보고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갈라진 암벽에 피는 꽃이여 / 나는 그대를 갈라진 틈에서 따낸다. / 나는 그대를 이처럼 뿌리째 내 손에 들고 있다.
-테니슨(Tennyson: 1809-1892)

자세히 살펴보니 / 냉이꽃이 피어 있네 / 울타리 밑에!
-바쇼(芭蕉:1644-1694)

테니슨은 꽃을 뽑아 들고 그것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자 한다. 사람과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 그것(꽃)을 뿌리째 뽑아 소유함으로써 결국 하나의 생명을 죽게 만든다. 이처럼 소유의 속성에는 이기적 탐욕이 숨어 있다. 그러나 바쇼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살펴볼 뿐이다. 길을 가다가 꽃을 바라본다. 주체(자신)와 객체(꽃)가 하나가 되어 서로 동등한 자격으로 생을 누리고 있다. 이처럼 ‘존재 중심의 삶’과 ‘소유 중심의 삶’의 차이는 사람(자기)을 중심으로 한 사회와, 존재(타자) 그 자체를 서로 인정하고 공유하는 사회와의 관점 차이라고 본다.
오늘 날 우리는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 속에 살고 있지만 상대적 박탈감과 불안감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프롬은 현대 사회에서 빚어지고 있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에는 ‘소유’에 집착하는 삶의 방식이 있음을 갈파하면서, 소유는 ‘나’를 중심으로 ‘내’가 모든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소유에 집착한계 인간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사유 재산에 해당되는 ‘private’의 어원이 라틴어 ‘privare(빼앗다)에서 유래되고 있음을 보아도, 소유의 속성에는- 남보다 많은 것을 쟁취하기 위해서- 상대를 공격하고 밀어내는 배타적 속성이 들어 있다.
소유의 욕망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재산, 지식, 명예 그리고 사랑과 권력 등, 인류의 모든 생활 영역에까지 파고들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소유에 매달리다 보면 어느새 그것들이 나를 예속하고 통제하면서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을 타자화(他者化) 하게 된다. 타자화는 분열과 소외를 낳게 되고, 분열과 소외는 주객 분리라는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공허감과 우울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삼라만상은, 하나하나의 입자가 제각기 분리되어 있는 개별적 존재자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공동 생명체이다. 그러기에 자기에게 주어진 본성들과 사물들의 본래적 가치들을 서로 살려 즐겁게 바라보자는 것이 존재론적인 삶의 자세이다. 그것은 타자와 내가 소통하고 교감하는 생명과 창조의 세계요, 모든 것들이 얽히고 섞이어 뭉쳐 있다는 불교의 불이(不二說)설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소유는 물론 생존을 지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우리네 삶의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다. 오늘날처럼 ‘소유’가 ‘존재’를 대변하는 물질지향의 삶에서는 탐욕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꽃 한 송이를 보아도 그것을 꺾어서 내 손바닥에 올려놓아야 직성이 풀리고, 보다 많은 부와 사회적 지위를 인생의 목표로 삼게 된다면, 이는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나는 바닷물처럼 그것들이 어느새 우리의 삶을 구속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프롬은, 인간이 더 이상 파멸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풍부하게 소유하는 삶’에서, ‘있음 그대로 편안하게 존재하는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한다. 이제껏 쌓아 올린 재산과 지식 그리고 사회적 지위도 그것을 소유의 결과물이라고 여기게 될 때, 결국 그 끝이 어디에 닿아 있을 것인가를 생각케 하는 말씀이기도 하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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