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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잘 풀리지 않으면 우리는 흔히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을 빌려 상대방을 설득하려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사전에서는“처지(地)를 바꾸어(易) 생각함(思)”이라고 설명해주고 있다. 필자는 이 말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다. 한자를 순서대로 풀이하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으로 혼란이 온다. 필자가 아는 지식으로 한자를 풀이하고 이리저리 연구해 봐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네 글자 중 맨 뒤의 지(之)는 -아무 뜻도 없다는 건지- 무시되어 있으니...... 그래서 그 ‘지(之)’를 필자 나름으로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자 한다. ‘지(之)’는 우리말로는 (무엇의) 소유, (무엇에) 의존이라 할 때의 ‘의’라 번역하고, ‘역지사(易地思)’, 즉 처지를 바꾼 사고(思考)의 (之)라고 풀이하기로 한다. 종합하자면, 처지를 바꾼 사고의 다음에 “나오는 산물(결과물)”이 생략되어 있으니, 그걸 작업하여 만들어서 보라(알라)는 뜻이 “역지사지 해서(......을) 보라”는 말이다. (괄호 속)......에 무엇을 만들어서 적어 넣을지를 공란으로 남겨 두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 공란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평판(意)을 만들어 넣어서 드러내(見)고자 한다. 처지를 바꿔서 사고해 보니, 그 결과 “그럴 만하다(是), 마땅하다(當), 나쁘다 할 수 없다(不惡), 옳다(可)”는 등등의 “평판(意)이 생겨나고” (또는, 내 스스로 평판을 만들어서) 알게 되었다 (또는 그렇다고 안다)고. 여기서 확실히 구별해 둘 것은, 두뇌 속 어떤 의식(意識)의, 의(意) 부분에 자의(自意)와 심의(心意)라 할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의(自意)는, 내(주체인 정신) 스스로(自) 무엇을 무엇으로 비교, 평가하여, 어떤 평판을 만들고, 고치고, 바꾸고, 버리고를 “하는” 것을 의미하고, 심의(心意)는, 의식계에 형성된 선입견이니, 가치관이니, 성격이니 하는 것이 원인이 되어, 어떤 대상정보(識)에 기계적, 조건반사적으로 적용되어 평판(意)이 형성되어 부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의(自意)는 처음부터 끝까지를 내 스스로 주도하기 때문에 알기도, 다루기도 쉬운 반면에, 심의(心意)는 형성된 처음부터 내게 전해 진 지금까지를 내가 몰랐기 때문에 알기가 어렵고, 그러니 모르는 것을 다루기 또한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역지사지] 다음에 들어 갈 평판(意)을 내가 스스로 만들 때 그 것이 진정으로 내가 하는 역자사지이고, 그 산물이다. 내 스스로 주도하지 않으면 소리로만 역지사지일 뿐 실속이 없거나 소음공해나 유발될 뿐 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거나, 너무나 생각이 다르고 마음이 다르다, 가치관과 성격차이가 너무나 심하다는 등등의 경우라면 진지하게 “역지사지해서, 내가 그 사람의 처지에 있다면 어떤 평판이 생길까?” 하고 의문을 만들어서 수긍이 될 때까지 두뇌와 문답을 해서 답을 찾거나 만들어서 아는 것이 제대로 하는 ‘역지사지해서 알기’이다. 역지사지를 통해서 남을 주는 게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쓰는 것이므로 실리는 있을지언정 결코 손해될 건 없다. 역지사지 하고도, 타인의 편에서 이해하고도, 굳이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물론 해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삶이란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습관이 몸에 배어 살아간다면 이해와 배려로 가득한 세상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택규 본지 편집위원 한국수상안전협회 부회장 대전수영연맹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