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19 13:11:57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8:00
··
·18:00
··
·18:00
··
·17:00
··
·17:00
··
뉴스 > 칼럼

죽어도 죽지 않는 삶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업에 따라 다시
돌아오기에 진정
두려워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오늘 하루 ‘삶’을 두려워해야 한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2일
ⓒ e-전라매일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란 말이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다. 참으로 허망한 말이다. 물론 사람이 죽으면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도 죽음과 동시에 소멸되고 말기에 그렇게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예도 재산도 그걸 움켜쥐고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空)로 왔다 공(空)으로 가버리고 마는 것일까? 그렇게 가버리고 마는 인생도 있겠지만, 개중에는 그가 살았을 때 타인에게 베풀었던 삶의 흔적이 세상 속에 오래 남게 된 사람도 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런데도 혼자만을 위한 삶을 살다 죽고 나면 어떤 의미도 남지 않는다. 오직 타인들과의 삶 속에서만이 생의 의미가 생기게 된다. 그러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하는가?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올 때, 내가 그동안 쌓아올린 삶이 어떤 의미로 얼마나 남아 있을 것인가? 스스로 내 삶의 존재가치를 생각해 볼 때 죽어도 죽지 않는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죽으면 무(無)로 돌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생시에 그가 남긴 삶의 흔적은 죽어도 죽지 않고 남아, 그를 기억하게 한다. 결국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은 내가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그들에게 남긴 행적만이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 길만이 내 존재의 증거, 곧 내 생의 의미와 보람이 아닐까 한다. 불교(佛敎)에서는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곳으로의 이사’로 본다. 삼라만상의 전 과정을 생멸법(生滅法)과 윤회(輪廻)로 설명하고 있다. 만상은 인연에 의해 이루어졌다가, 그 조건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진다고 본다. 이것이 나(生)면 반드시 죽게 되는 세상의 순리이고 자연의 질서다. 그러기에, 생하고, 멸하는 이별의 법칙을 겸허히 수용하게 된다면, 이별의 고통과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은 결코 삶과 분리되어 있거나 그 것으로 그냥 제로(0)가 되는 게 아니다. 죽움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모이고 쌓여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 윤회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만해도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라 역설하고 있다. 생시에 선덕을 쌓으면 다음 생에 좋은 곳에 태어나고 악행을 많이 저지르면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을 가지고 온다. 춘하추동의 순환도 이러한 원리에 의해서 운행되고 있다. 5월부터 음(陰)이 시작하여 10월에 사그라지고, 11월부터는 양(陽)이 다시 시작하여 9월에 사그라진다. 이처럼 하나가 다하면 그 자리에서 곧 다른 생(生)이 시작된다. 티베트의 배리커진 스님도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업에 따라 다시 돌아오기에 현세에 선행을 많이 베풀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기에 진정 두려워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오늘 하루 ‘삶’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꽃에도 향기가 있어 / 사람에게도/ 향(香)이 있어//그날 웃던  그 모습 / 그가 남긴 / 말 한 마디/ 품에 안고 다니기도 하고//
어떤 이는 /그것도 모자라// 기차를 타고 / 비행기를 타고 // 그날의 흔적 // 강 넘고 바다 건너 // 아직도 콩닥거리는 / 심장, 만리를 간다
-김동수, 「인향만리(人香萬里)」 전문

인생의 끝은 어디일까? 피할 수 없는 이 화두 앞에 그게 죽음이든 영생이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는 것, 그리고 죽음은 결코 무(無)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어져 가고 있다하니 오늘 하루 하루의 삶이 참으로 두렵다 아니 할 수 없다.
죽지 않은 생명은 없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죽어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죽은 자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는 일이고, 산 자의 죽어가는 목소리를 살피는 일이다’. 죽어도 죽지 않은 이 업보의 윤회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이웃과 더불어 즐겁고 보람된 삶이 될 것인지를 생각게 하는 오늘의 아침이 되었으면 한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사)전라정신연구원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2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사설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요일별 기획
인물포커스
교육현장스케치
기업탐방
우리가족만만세
재경도민회
기획특집
초록물결 ‘제21회 고창 청보리밭축제’ 로 오세요  
깊은 고민으로 공간에 입체감 입혀… ‘희망의 장수’로 새단장  
‘드론실증’ 통해 남원형 드론 활용서비스 모델 구축  
공감과 소통으로 민원서비스 듬뿍! 민원만족도 채움  
김제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사업 펼쳐!  
고창군, 2024년 1300만 관광객 유치 나선다  
김제시, 전북권 4대도시 웅비의 시발점! 지역경제 도약 신호탄  
부안군문화재단, “군민 1만명 만나겠다” 2024년 힘찬 시동  
포토뉴스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한 발판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 이하 전당)은 지난 4월 3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방문해 ▲세종학당재단의 유럽거점과의 전통 
국립군산대학교 김정숙 교수, 개인전 ‘숨’ 개최
국립군산대학교 미술학과의 김정숙 교수가 오는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개인전을 연다.이번 전시회는 전북 
전통문화전당 전주공예품전시관 공예주간 전라도 일반참여처 모집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이 ‘2024 공예주간’ 행사에 함께할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예 작가와 단체 등의 일반참여처를 오는 17일까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알리체 로르바케르, 동시대 시네아스트 주인공
6월, 초여름의 낭만 영화제 ‘제12회 무주산골영화제’가 ‘무주 셀렉트 : 동시대 시네아스트’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알리체 로르바케르(Alic 
<전주천년한지관>봄맞이 풍속, 화전놀이 행사 개최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이 오는 4월 12일 전주천년한지관에서 ‘화전놀이:지식[紙食]의 향연 행사’를 운영한다.봄맞이 한지와 한식의 만남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55. 남양빌딩 3층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인·대표이사/회장: 홍성일 / 편집인·사장 이용선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