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일상엔, 開卷有益
무료한 일상을 멍때리기로 방콕하느니, 그렇다고 해서 지침을 어겨가면서 뛰쳐나가기보다는 혼자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충고다.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유쾌한 책 읽기가 아닌가 싶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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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인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무료할 때 생기는 감정이다. 특히 후덥지근하고 짜증스런 요즘, 곁에 누가 있는 것도 귀찮다. 게다가 코로나-19는 신독을 강요한다. 팬데믹이 장기화할수록 일상이 무료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신은 지치고 게을러져 마침내 삶의 의욕까지 상실되기에 이른다. 이 따분함을 벗어나기 위해 온갖 비법들이 동원된다. 혼자 행동하기에 적합한 산책‧요리‧홈핑(home shopping)‧홈트(home training) 등에서 반려동물과 친구하기 같은 각종 취미나 정보가 소개되고 그런 류의 까페도 등장했다. 게다가 휴대폰 검색이나 게임에도 빠져보지만 지루한 일상에 잠깐의 일탈일 뿐 시원한 해결책은 아니듯 싶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은 결코 절대로 혼자서 생활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술도 함께하며 노래방도 가야 한다. 얼싸안고 춤추며 노래하고 재잘거리며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하니 더욱 힘들다. 신마저도 어찌해 볼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 오직 집과 일터만을 오가며, 말하는 것도, 어울리는 것도 조심할 것을 권한다. 아니 권고를 넘어 강제하며 감시하기까지 한다.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주의와 당부가 일상을 옥죈다. 그럴수록 지침을 어기며 변화를 모색하려고들 안달이다. 무료하고 권태로운 일상에 그렇게도 원했던 ‘짜릿한 청량감’은 집단감염과 단계 격상이라는 더욱 심한 고립을 자초하고 말았다. 마치 영화 이스케이프룸(Escape room:탈출방,애덤 로비텔 감독의 2019년 작품)에서 최후의 탈출자가 승자인 게임에 초대된 6인이 깨달은 결론이다. 외부적인 위기 상황을 이겨내려면 참가자의 연대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했음이다. 마치 오늘의 우리 현실과도 같다. 그런데도 이 단조로운 반복을 견뎌내질 못한다. “소인배들은 한가로이 홀로 있을 때 不善한 짓을 하되 못할 짓이 없이 하다가 군자를 본 뒤에 겸연쩍게 그간의 불선을 가리고 선한 척한다. 남들이 자기 보기를 자기의 폐와 간을 들여다보는 듯이 할 것이니 가린들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대학’의 가르침이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예견한 듯 나무라는 경구 같기도 하다. “종일 배불리 먹기만 하고 마음 쓰는 데가 없다면 참으로 딱하다. 장기나 바둑도 있지 않느냐? 그런 것이라도 하는 편이 안 하는 것보다 현명한 일이다.” 공자의 말이다. 무료한 일상을 멍때리기로 방콕하느니, 그렇다고 해서 지침을 어겨가면서 뛰쳐나가기보다는 혼자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충고다.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유쾌한 책 읽기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 따분한 일상 누구와 마구 어울릴 수도 없는 처지에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기엔 독서가 제격이다. “물론 책 읽기는 다소의 불편과 거부감이 뒤따르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새로운 발견 그리고 넓고 깊어진 자기 자신이다. 변함없이 나를 기다려주었고, 언제라도 제품을 열어 주는 그 품속에 얼굴을 묻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왜 무엇 때문에 라고 결코 묻는 법이 없이 가만히 또 제품을 열어 준다.” 소설가 이명랑의 ‘도서관 찾아가는 날’의 한 대목이다. 책과의 만남은 무지로부터의 탈출은 물론 편견과 오류를 벗어나 폭넓고 깊이 있는 깨달음을 준다. 그를 일찍이 알았던 키신저의 아버지는 “하루에 네 끼의 밥을 먹어라.”라고 가르쳤다. 밥 먹는 것처럼 매일 책 읽기를 빠뜨리지 말라는 충고였다. 좋은 책은 과거 최고의 인물과 대화하는 것(데카르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도 책을 맨 가죽끈이 3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韋編三絶), 전쟁터에서조차 책을 읽었다는 나폴레옹(馬上讀書), 얼음장과도 같은 냉방에서도 책을 가슴에 품고 잤다는 조선의 선비 이덕무의 얘기는 우릴 뭉클하게 한다. 사실 책은 내가 저를 간택해주길 몹시도 기다리는 신도들이다. 넘쳐나는 책들 속에는 그간 걸어온 풍성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삶의 해답이 되고 훌륭한 스승이고 부모였다. 어릴 적 좋은 책 읽기는 좋은 씨를 뿌리는 것과 같아서, 젊어서는 좋은 생각과 가르침을 주고, 늙어서는 위로와 안위를 준다는 선현의 말이 생각난다. 좋은 책은 스스로의 울림으로 생을 변화하여 성장시키며 감복하게 만든다. 안내자이면서 충고자요 동반자이면서 기쁨을 선사하는 빛이고 희망이다. 그래서 “지극한 즐거움은 책 읽기만 한 것이 없다(至樂莫如讀書).”라고 명심보감은 일러준다. 어려움과 귀차니즘의 일상에 재미와 활력의 불쏘시개가 될 책 읽기, 그 책을 드는 순간 시공을 초월한 또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될 것이다. 재미있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고? 그렇다면 이제부터 책을 즐기면 안 되겠니? 저마다 좋은 주인 만나고 싶어 하는 무료한 일상, 스마트폰의 마약보다는 책의 중독이 훨씬 더 유쾌하고 황홀할걸? 펼치기만 해도 유익하니까!(開卷有益)
/양태규 옛글21 대표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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