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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부다(Little Buddha)

사람의 귀하고 비천함은 신분에 따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수행(修行)을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17일
ⓒ e-전라매일
사람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 세상을 떠날 때도 혼자 떠난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숙명적으로 외로운 존재, 그 게 인간, 아니 바로 나다. 내가 있음으로 하늘도 있고, 땅도 있고, 기쁨도 있고 슬픔도 있다. 그 모든 중심에 내가 있다. 나로 인해 모든 것이 비롯되기에 나의 구원도 나의 의지처도 결국 나로부터 시작해 나에게서 끝이 난다. 이런 절대 고독의 세계에 방기(放棄) 되어 있는 나, 그러기에 존귀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도 나요, 그렇지 못하게 된 것도 다 내 탓이다.
나무가 서 있다 / 길 아닌 길가에 / 하늘과 땅뿐이로다 / 흔들리고 부러져도/ 지나가는 바람 붙들지 않고 / 어둠 속에서도/ 밤을 새워 스스로 길이 되는 / 나의 이 황홀한 가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 나무는 서 있다/ 하느님처럼 / 서 있는 나무가 곧 길이다
- 김동수, 「나무」 전문
내 스스로가 하느님이 되고, 내 스스로가 부처님이 되어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자명등(自明燈)이 되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러한 절대 고독, 절대 존엄의 세계를 필자는 ‘황홀한 가슴’이라고 칭하고 있다. 결국 나를 구성하는 것도, 나를 결정하는 것도 나다. 누구도 아닌 나에 의지해 내 스스로가 길이 되고 등불이 되고 하느님이 되어야 하는. 이것이 나의 자존이고 실존의 외로움이다.
석가모니가 탄생 직후, 오른손과 왼 손으로 각각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선언하셨다. 하늘 위와 아래에서 나 홀로 존귀하도다. 라는 의미는 온 세계의 모든 존재는 다 소중하다. 곧 모든 사람이 다 부처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이다.
고대 인도는 노예가 신(神)의 말씀, 곧 경전을 읽거나 들으면 눈을 없애고 귀에 뜨거운 쇳물을 부을 정도로 노예에 대한 억압이 무시무시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그 사람의 귀하고 비천함은 신분에 따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수행(修行)을 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설파했다. 이는 신(神)도 어쩌지 못하는 인간 존엄의 절대성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니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 말씀 속에는 비단 석가모니 부처만이 아니라, 생명을 지닌 모든 인간은 하늘과 땅에서 누구나 할 것 없이 존귀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러기에 우주에서 인간보다 더 존엄한 존재가 없다는 이 선언은 어떤 특정한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존엄하다는 ‘본래 부처설’을 통해 내가 곧 부처가 되어, 아니 ‘작은 부처’라도 되어 부처처럼 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고대인도 사회에서, 이는 인간의 존엄과 평등에 대한 일대 선언으로 전통사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현대에 와선 흔히 안하무인이며 독선적인 사람을 ‘유아독존’이라고도 하지만, 이것은 본래의 뜻과는 거리가 먼 해석이다. 부처님은 사람이 세상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위대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 “세상이 모두 고통스러우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하게 해 주리라”‘(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고 하신 그 뒷 말씀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 중심, 인간 존엄의 선언으로, 일체중생을 구제하시겠다는 말씀 속에서 진정 자신의 고통을 치유해줄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뿐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공주가 되느냐 하녀가 되느냐, 이는 오로지 나의 마음 하나에 달려 있다. 무국적 무정형, 자아상실의 시대에 자기를 되찾는 길, 자기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 이것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한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사)전라정신연구원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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