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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처음 만났을 때보다
떠날 때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사람,
시작했을 때보다
마쳤을 때의 모습이 더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라 할 수 있으리라.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30일
ⓒ e-전라매일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낙화 부분)

내가 애송하는 시 ‘낙화’의 첫 연이다. 올해의 마지막인 12월이 다가오고 있다. 나도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유명한 스타들이 아직 활동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과감히 은퇴를 선언하고 아름다운 삶을 즐기는 모습은 정말 멋지다.
그러나 떠날 때가 되어도 끝까지 버티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추한 모습으로 추락하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권력이 그렇다. 떠날 때는 아쉬울 때 떠나야 뒷모습이 아름답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떠날 때의 모습이 더 아름다운 사람, 시작했을 때보다 마쳤을 때의 모습이 더 좋은 사람, 자리에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더 생각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라 할 수 있으리라.
문득, 축성여석築城餘石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건축가가 내다 버린 쓸모없는 돌이라는 뜻이다. 나는 세상에 와서 어떤 모퉁이의 돌이 되어 살다가는 걸까. 가슴 휭하니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꾸밈이 없는 진실한 뒷모습으로 기억되는 삶을 살다 가는지 자괴감이 든다.
특히 국가 지도자의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국민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역대 대통령은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불행하다. 전직 대통령이 2명이나 감옥에서 오랫동안 영어의 생활을 하고 있고 1명은 구순이 넘는 고령에도 재판을 받다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 그런가 하면 스스로 목숨을 버린 대통령도 있다.
보수와 진보의 세력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평화로운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들에겐 국민보다는 오로지 집권과 진영논리에 혈안이 되어 야합과 정쟁이 우리 사회 전체를 블랙홀에 몰아넣기만 했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한풀이의 복수극을 지켜보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얼마 전 메르켈(Merkel) 독일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18년 동안 수완과 헌신 및 성실함으로 8천만 독일 국민을 이끌었다. 화려한 총리 관저 대신 작은 아파트에 살았고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는 소탈한 면모 때문에 퇴임까지 인기가 식지 않았다. 퇴임식은 6분간의 따뜻한 박수로 메르켈에게 작별인사를 보냈다. 우리도 그런 멋진 지도자의 뒷모습이 보고 싶다.
사람은 적당할 때 떠나야 한다. 첫눈이 내리는데도 떨어지지 않고 있는 붉은 홍시가 그리 아름답던가 초라할 뿐이다. 떠나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물러나는 욕망의 절제는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러나 끝없는 탐욕의 끈을 놓지 않고 발버둥 치다가 깊은 나락으로 추락한 후에야 후회한들 이미 때는 늦다.
돈이나 권력은 비열하고 치졸한 방법으로 가질 수 있을지 몰라도 명예는 결코 그런 방법으로 향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지구라는 별에 와서 살다가 때가 되면 자신이 지녔던 것을 모두 놓아두고 떠나야 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이기 때문이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낙화 부분)

새잎이 돋고 줄기가 뻗고 꽃이 벙글고 벌이 꽃의 주위를 맴돌고 그러다가 어느 날 꽃이 지고…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이치가 아니던가. 문득,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떠오른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그 어떤 남김의 말보다 진솔하고 울림이 크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돌아서 가는 이의 그 아름다운 뒷모습이 유난히 생각나는 요즘이다.

/류인명 시인
전북시인협회 상임이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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