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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5월 25일
ⓒ e-전라매일
보릿고개 춘자 얼굴 같기도 하고, 달밤에 만난 정임이 얼굴 같기도 한 민들레가 보도블록 틈에서 얼굴을 들이민다. 사람들의 발끝에 차여도 아픔과 상처를 안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민들레는 겨울 내내 죽은 듯 보이더니, 훈풍이 불면 파릇한 생기가 돌다가 더워지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다. 아무리 척박한 땅일지라도 뿌리 내릴 흙 한 줌만 있으면 족하다. 햇빛 드는 곳이면 낮은 하늘도 괘념치 않는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을 무색케 하는 꽃이 민들레다. 봄에도 피고,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핀다. 남향받이에서는 겨울에도 핀다. 꽃이 피었다 하면 씨를 멀리 퍼뜨리고야 마는 집념을 지녔다. 자신만의 생존 법칙을 아는 민들레는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수분과 영양을 섭취한다. 부여받은 본분을 위하여 의지와 지혜를 다해 생존 투쟁을 하는 걸 보면 숙연해진다. 강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바닥에 몸을 붙이고 눈에 띄는 듯 마는 듯 살아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민초다. 민들레를 바라보면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출세와 권세와 이권에 사로잡혀 인생을 탕진하는 사람들에게 울리는 죽비 같은 말씀이다. 안개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허망한 존재가 인생이라는 근원적 실체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가슴에 와닿는다. 민들레는 언제 봐도 좋다. 맑고 청순하고 다소곳한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안개꽃처럼 간드러진 몸매도 아니고, 장미꽃처럼 요염하지 않다. 난蘭 처럼 귀하게 모셔주는 사람이 없어도 민들레 스스로 터를 넓히고 제 앞가림을 한다. 강인한 생존하는 의지의 꽃이다. 화려한 꽃일수록 마지막은 추하다. 목련이 그렇고 튤립이 그렇고 양귀비가 그렇다. 그러나 민들레의 마지막 모습은 초연하면서도 아름답다. 한 번도 꽃다발이 되지 못했지만, 지구를 움켜쥐고 있는 압정 같은 노란 꽃이 대견할 뿐이다. 화평과 안식을 구가하는 인류애를 상징하는 낮은 자세로 꿇어앉아 기도한다. 마지막에는 또 다른 세계에서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기 위해 바람을 기다리는 모습은 진리가 아닐 수 없다.
민들레는 운명적이다. 물에 떨어지면 익사하고 바위에 떨어지면 고사한다. 시멘트 위에서 생을 맺기 일쑤다. 더러는 건물 계단 틈에서 꽃을 피우고, 때로는 큰 나무 밑에서, 없는 듯이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낮고 천한 자리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자태다. 기도를 거창하게 말하면 우주라는 존재와 마주 앉는 엄숙한 시간이다. 영원과 대화를 나누는 자기 정화의 공간이다. 작게는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가 위대한 능력을 공급받는 통로의 연결고리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자아와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구도의 길이며 흐트러진 영혼을 추슬러 가다듬는 기적인 동시에 은혜다.
하루를 허투루 살지 않고 진지하게 최선을 다하는 민들레는 절대자에게 받은 목숨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받들어 성실히 살아간다. 종족 번식의 욕망이 폭발적인 씨앗은 여린 깃털 날개 하나 달고서 미련 없이 태반을 떠나 고독한 여정에 오른다. 암팡진 씨 하나 옮겨 줄 바람이라면 어느 날개라도 올라타고 삶터를 찾아 나선다. 늙을수록 다음 세대를 위한 열정이 빛나는 꽃이다.
우리들 역시 죽기 위해서 사는 한시적인 육적肉的 삶이 아닌, 살기 위해서 죽는 영원한 영적靈的 삶을 살아야 한다. 기쁨과 감사 속에 바람이 이끄는 대로 어디로든 자유로이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처럼 자신을 하늘에 맡기고서 훌쩍 날아오르는 그 날을 기다리면서…

/정성수
전주비전대학교 교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5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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