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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경제상황의 뿌리를 찾아서

군중은 멀리 앞을 내다보고
행동하지 않는다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본능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28일
ⓒ e-전라매일
최근의 경제상황은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고, 두렵기까지하다. 인플레가 진행되고, 이자율은 계속 오르고, 달러의 다른 통화 대비 가치는 얼마전까지도 생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높아만 가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부동산가격과 주식가격이 내려가고, 경제성장율은 내려가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복잡다기하여 하나의 원리로 잘 설명될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지엽적이고 피상적인 설명들을 넘어선 뭔가 근본적인 원인분석이 있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하면 찾아갈 수 있을까. 한 가지 접근은 일단 틀린 분석들을 배제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문제가 한결 명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미디어에 비친 틀린 분석들부터 살펴보자. 엊그제 어느 경제신문을 보니 무역적자 때문에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이는 틀린 얘기다. 달러가치가 오르는 근본원인은 미국이 이자율 높이는 정책을 선도하고 있어 이자율 격차가 생기기 때문이고, 여기에 불안정한 경제상황 때문에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달러가치가 오르면 수입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역적자가 생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입물량은 줄고 수출물량은 늘어 무역흑자로 바뀐다. 이는 잘 알려진 J자곡선 현상이다. 다시 말하여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물량조정 이전에 무역적자가 잠시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 무역적자 때문에 원화가치가 내려가고 있는 게 아니다. 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이 인플레의 원인인가. 에너지가격과 식품가격의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고, 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이 생산자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은 항상 단기적인 현상이다. 자원의 양은 한정되어 있으니 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개발가능한 자원은 기술발전에 따라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에 유가나 원자재가격은 계속 오를 수 없다. 전쟁 등 일시적인 마찰로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국제 카르텔의 전략에 따라 가격이 오르기도 하나, 공급이 항상 수요를 따라잡기 때문에 자원가격이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오르지는 못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유가나 원자재가격 상승이 현재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의 원인이 될 수 없다.
그러면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경제를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밀어넣은 것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가격과 식량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에서 보았듯이 에너지가격과 식량가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다. 확실한 것은 인플레 우려 때문에 미국의 중앙은행이 이자율을 계속 올리고 있고, 이 때문에 달러가치가 올라가고, 부동산가격과 주식가격은 떨어지고, 경제성장율은 내려가고 있다. 그러면 이 모든 어려운 상황의 원흉은 이자율을 올리고 있는 미국중앙은행인가, 아니면 미국중앙은행을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인플레인가. 지난 사십년 동안 잠잠하던 인플레는 도대체 왜 갑자기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는 것인가. 미국중앙은행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이 두 가지 질문이 핵심이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인플레는 하이먼 민스키가 제시한 금융기관의 대출 행태에 따른 유동성 사이클 모델에서처럼 군집행동에 뿌리를 둔 인플레 사이클일 가능성이 높다. 80년대초에 어렵게 인플레의 악순환을 벗어난 이래로 정부나 민간이나 방만하게 행동하다가 다시 인플레의 얼굴이 보이자 갑자기 공황상태에 빠져 과잉반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중앙은행의 이자율정책도 이러한 과잉반응의 일부다. 이미 깊은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가 이자율을 빠르게 몇번 올린다고 금방 잡힐 리가 없다. 현재의 인플레를 막으려면 이자율을 이삼년전부터 올렸어야 했다.
군중은 멀리 앞을 내다보고 행동하지 않는다.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본능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태는 반복된다. 이러한 패턴의 되풀이를 막고자 중앙은행을 만들었지만 중앙은행 마저도 인플레 순환 메커니즘의 부속품이 되어버렸다.

/채 수 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9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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