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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킴의 노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12월 04일
ⓒ e-전라매일
나는 패티를 좋아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온 몸을 다해 열창을 한 다는 것이다.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은 사람처럼 미치도 록 부르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나무숲에서 울어대는, 한철을 보내고 가야하는 매미와 같이 노래를 한다. 지나온 나의 삶을 돌아보면 커 다란 굴곡이 없이 너무 밋밋하게 살아온 것 같아 부끄럽다. 나에게 도 꿈이 있었고, 나만의 야망이 있었다. 되든 안 되든 불은 질러봤어 야 하는데 이런 저런 눈치사슬로 당겨보지를 못했다. 패티는 노래를 위하여 산 사람이다.
패티 킴은 서울에서 1938년 2월에 출생하였다. 본 이름은 김혜자 이다. 1956년 서울중앙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 후 1959년에 미 국 제8군 무대에서 본명으로 데뷔했다. 이후 일본과 동남아시아, 미 국에 진출하였고 쟈니 카슨의 투나잇 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1978년에는 대중 가수 최초로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패티김 리사이틀 서울의 연가’를 성공적으로 공연했으며, 1989년에는 한국인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의 카네기 홀에서 공연하였다. 1962년에 대한민국 에서 처음으로 ‘리사이틀’이라는 이름으로 공연했으며, 1971년에는 최 초로 ‘디너쇼’를 시도했다. 색소포니스트 겸 작곡가 길옥윤과 결혼했 다가 남편의 도박벽과 음주벽으로 이혼하여 헤어졌으며, 본인은 오직 음악을 위하여 구도자 같은 절제와 극기로 음주나 흡연, 철야를 하지 않는 등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패티킴은 한국대중가요에 큰 이름과 족적을 남긴 전설이다. 이미자 가 트로트의 레전드라면 패티킴은 스텐다드 팝의 레전드였다. 큰 키 와 몸에서 나오는 성량은 천상을 흔들어 놓을 만큼 가히 압도적이었 다. 그래서 나는 패티를 좋아한다. 노래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나 극기까지 감수하는 그를 좋아한다. 온 몸으로 열창하는 그녀를 사랑 한다. 그가 부른 많은 노래 가운데 ‘이별’ 과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 ‘마이웨이’를 사랑한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때로는 보고파지겠지 둥근 달을 쳐다보며는
그날 밤 그 언약을 생각하면서 지난날을 후회할거야
산을 넘고 멀리멀리 헤어졌건만
바다 건너 두 마음은 떨어졌지만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기억을 잊을 수는 없을 거야

국민 애창곡 ‘이별’ 이다. 작곡가와 가수로 만나 서로 사랑했고, 결 혼까지 하였으나 1973년 헤어진 두 사람, 남편 길옥윤이 작사, 작곡한 이별을 울먹이며 부르는 패티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다. 투병중인 그를 위해 이별 콘서트 무대를 열어줬으나 길옥윤은 9개월 뒤 1995 년 세상을 떠나고 만다. 노래와 같이 두 사람은 영원한 이별을 한다.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는 이별을 하기 마련이다. 이들에게는 이별 이 너무 빨랐다. 비록 냉정한 사람이었지만 한때나마 사랑했던 기억 을 잊을 수는 없다고 마음을 정리한다. 이제 산을 넘고 바다 건너 멀 리 몸과 마음이 헤어졌지만, 생각이 나면 잊지 못하고 이별을 후회하 겠다는 말이 더 안타깝게 만든다. 그리하려면 이별은 왜 하였나? 꼭 붙들고 살 일이지.
우리도 둥근 달이 밝게 떠오르는 밤에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리운 이들을 떠올려 보자. 내 곁을 스쳐간 고운사람, 미운 사람, 사랑했던 사람들, 이제 생각을 해보니 모두가 하나 같이 나에게 소중했던 사람 들이다. “얘야, 여보게, 잘 지내고 있는가? 내가 미안하네, 잘못했네.” 용서를 빌고, 화해를 하고 아름다운 만남의 시간을 가져보아도 좋 을 일이다. 이별을 그간 밥 먹듯이 하고 살아온 우리들이 이별에 무덤덤해진 탓이다. 소식이 끊어진 지인이나 친구에게 내가 먼저 전화 를 걸을 일이다. 더 늦기 전에 매듭을 지어 후회할 일이 없어야 한다. 만해 한용운 시인도 <님의 침묵>에서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 아니하였습니다.”고 고백을 한다. 시인은 만 남이 있으면 이별이 오고, 이별 뒤에 다시 만남이라는 역설로 님은 여 전히 자신의 곁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당신의 눈물이 생각날 때 기억에 남아있는 꿈들이
눈을 감으면 수많은 별이 되어 어두운 밤하늘에 흘러가리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 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아 그대 곁에 잠들고 싶어라 날개를 접은 철새처럼
눈물로 쓰여 진 그 편지는 눈물로 다시 지우렵니다
내 가슴에 봄은 멀리 있지만 내 사랑 꽃이 되고 싶어라

이 노래는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랑’이다. 가을을 남기고 누가 떠나갔을까? 길옥윤일 수도 있고, 박춘석을 남겨 놓고 떠나간 패티일 수 도 있다. 사랑은 떠나가도 때가 되면 가을은 오지만 한 번 떠나간 사 랑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다. 패티의 노래 인생에 빼놓을 수 없 는 남자가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하늘에 별이 된 작곡가 박춘석이다. 이 노래는 1980년대 초 부산 공연을 위해 함께 내려 간 박춘석이 패 티를 위해 작사 작곡한 노래이다.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 멀리 간 옛 사 랑을 그리워 한다는 내용이다. 노랫말이 가슴을 아프게 하는 한 편 의 시이다. 사랑할수록 슬픔만 깊어가고 눈을 감으면 별이 되어 나타 나는 사람, 그대 곁에 안겨 잠들고 싶은데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 그 애틋한 사랑을 이룰 수 없기에 마음속에 한 송이 꽃으로 남고 싶 다는 노래이다.
패티는 애절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이야기를 자신의 마음속 에 한 동안 담아두었다가 발효시켜 온 몸을 다해 열창을 한다. 나는 보았다. 그녀가 혼신을 다해 목숨 걸고 부르는 것을, 이렇게 부르지 아니하면 살아갈 수 없는 무엇이가를 담보한 사람처럼, 마치 노래에 미쳐버린 사람처럼 부르는 그녀를 보았다. 나는 한 번도 내 생을 걸 고 미치도록 살아 본 일이 없다.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보고 나도 그 렇게 한 번쯤은 목숨 걸고 열광적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그녀에게 홀딱 반했다. 가을하늘을 날아 내 작은 가슴을 휘젓고 꽃 이 되는 청아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이다.

이제 마지막이 가까워 오는 군요
내 마지막 순간을 마주하고 있어요.
친구여, 확실히 말해둘 게 있어요. 내가 알고 있는 내 이야기를 할게요.
나는 내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왔어요. 나는 모든 길을 가 보았어요.
그리고 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나의 길을 걸었다는 거예요.
후회, 몇 번은 했었어요. 하지만 다시 이야기할 만큼은 아니어요.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했고 어떤 예외도 없이 끝까지 해냈어요.
나는 내 인생을 계획했고 그 길을 따라 한 걸음씩 신중하게 걸어왔 어요.
그리고 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나의 길을 걸었다는 거예요.
그래요, 그럴 때도 있었어요. 당신도 알고 있을 거예요.
내가 욕심을 부렸을 때도 있었어요.
그 모든 일을 겪어오면서 두려운 생각이 들 때도
나는 별일 아닌 듯 잘 해냈어요.
모든 것에 정면으로 맞서서 당당히 버텨냈어요.
내 방식대로 해 왔어요. 사랑도 했었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어요.
가질 만큼 가져봤고, 잃을 만큼 잃어도 봤어요.
그리고 이제 눈물을 거두고 나니 모든 것이 즐거운 추억으로 느껴져요.
내가 해온 그 모든 일들을 생각해보면
부끄럽게 살지 않았다고 나는 말할 수 있어요.
아니, 난 부끄럽게 살지 않았어요. 나의 길을 걸었다는 거예요.
남자란 무엇인가? 그가 가진 것이 무엇인가?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다면, 그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스스로가 진정으로 느끼는 것을 말하는 것은
비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 예요.
지난날들이 보여주듯이 난 어려움을 마주해왔지만 내 방식대로 해 왔어요.
그래, 그것이 바로 내가 걸어온 인생이예요.

“마이 웨이(My Way)”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1969년 프랑스 프랭 크 시나트라가 54세에 발표하여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불후의 명 곡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의 끝 무렵을 앞에 두고 자기 방식대로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고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살았다고 당당하게 말하 는 내용의 노래이다. 어느 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살아온 속내를 스스럼없이 진솔하게 고백하는 것 같아 노랫말 앞에서 숙연 해진다. 삶의 애환과 굴곡이 많았던 패티가 그의 애절한 삶을 담아 간절히 호소하는 듯 부를 때면 그야말로 감동적인 노래였다. 나의 인생에 나의 길은 있었던가? 나의 길은 진정 무엇일까? 그 길 에 최선을 다했는가? 내가 나에게 질문을 해본다. 진실로 나에게 일 생 길이라는 것이 있었던가.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내가 만난 여러 갈래의 길들에서 선택은 잘 했었던가? 두고 온 길을 두고 후 회는 하지 않았던가?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다. 힘든 일, 어려운 일, 만 족한 일, 행복했던 일, 아쉬웠던 일, 부끄러운 일, 후회스러운 일 등이 뒤섞여 간단히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제 걸어온 길을 찬찬히 돌아보고 정리하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후회 되는 일들은 후회가 되는대로, 부끄러운 일들은 부끄러운 일대로 가름하여 갈무리해 두 어야 한다. 그리고 이 정도 살았으면 반은 성공한 삶이야 라고 자신에 게 위로와 칭찬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온 몸으로 부르는 패티의 ‘마 이 웨이(My Way)’를 다시 한번 들어보자.

/김영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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