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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혼에 촛불을 켤 용기(1)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09월 25일
“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 어둡다고 불평하기보다 낫다(It is better to Light a single candle than to complain of the darkness).”
1960년, 펄 벅 (Pearl Sydenstricker Buck)이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의 명동 청동다방을 방문했을 때 사인북에 적은 말이다. 우리나라를 대단히 사랑했던 펄 벅이 남긴 이 메시지를 임헌영의 『수필 쉽게 쓰기』 강의에서 처음 들었다. 순간 가슴속에 어떤 심지 하나가 반짝했다.
그 이후 오래전에 읽었던 『대지(The Good Earth)』를 다시 펼쳐보았다. 희미하나마 느낌 조각 여럿이 남았는데 그중 하나는 메뚜기에 대한 기억이었다. 주인공 왕룽의 대지엔 때때로 가뭄, 홍수 등의 재앙이 닥쳤는데 어떨 때는 메뚜기 떼가 창궐하기도 했다.
그것은 “어느 날 남쪽 하늘에 작고도 가벼운 구름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구름처럼 이리저리 흐르지도 않고 조그맣게 안개처럼 조용하게 지평선에 걸려있더니 이윽고 부채 모양으로 퍼졌다.”
사람들은 그것이 남쪽에서 들이닥친 메뚜기떼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한편은 “자, 우리들의 밭을 위해 하늘에서 오는 적과 싸웁시다!”라며 퇴치에 나섰다. 다른 한쪽은 그것은 천명이니 싸워봤자 헛수고라고 체념했다. 사당에 가서 지신께 빌기도 하고 백방으로 노력해 보았지만 “메뚜기 떼는 하늘 가득히 퍼지면서 지상을 덮었다.” 그것들이 훑고 간 밭은 “겨울 밭처럼 벌거숭이”가 되고 말았다.
메뚜기 떼가 실제 그 정도로 들판을 초토화했다면 얼마나 무섭고 흉흉했을까? 소설에 나타난 풍경을 그려 보다가 내 추억 속 메뚜기를 떠올려 보았다. 가을 들판에 톡톡 튀어 오르던 곤충. 벼잎이나 조금 갉아 먹고 마는 정도로 친근하거나 우호적이어서 해충이라고 여긴 적이 없었다.
‘설마 그 작은 곤충이 들판을 다 먹어 치웠을까? 메뚜기는 절대 인간에게 해를 끼칠 개체가 아니야.’라거나 ‘혹시 작가가 다른 곤충을 메뚜기로 착각했을까? 번역상의 문제였을까? 소설은 허구니까 상상의 곤충 떼를 도입했을까?’ 별의별 억지스러운 추측을 했던 적이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평범한 진리처럼 ‘미국 문학기행』 강의를 통해 그 유아적인 의문이 풀렸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퍼즐이 하나둘 맞춰졌는데 내가 인지했던 대지는 큰 땅덩어리 ‘『The Great Earth』’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The Good Earth』’라는 걸 알았다. 작품을 완성했을 당시 작가가 정한 제목은 『왕룽』이었다. 펄의 새로운 남편이기도 했던 출판사 대표 월시가 수정할 것을 제안해서 『대지』라는 제목이 탄생했다.
그다음은 미국인이 중국 배경의 소설을 어쩌면 이토록 실감나게 썼을까의 답을 얻었다.
펄은 선교사인 부모와 생후 3개월 때 시장바구니에 담겨 중국에 갔다. 보모이자 가정교사인 왕王 노파에게 양육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문물과 관습에 친숙해졌고 동양 사상도 익혔다. 1900년 그의 나이 8세 무렵에는 국무장관 존 헤이와 그 주요 부관보다도 중국의 언어, 문학, 풍습에 해박했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가치관도 정립되었을 터였다.
펄은 25세에 존 로싱 벅John Loosing Buck이라는 전도사와 혼인했는데 바로 후회했다. 로싱과 펄의 지적 수준 차를 이유로 부모님이 반대했는데 그 이유를 결혼하자마자 깨달았다. 또 그녀는 순수한 신앙 전도를 꿈꾸었지만, 남편은 복음보다 농민 경제 향상에 더욱 관심을 가졌다. 둘 사이에 첫딸을 낳았는데 아이는 페닐케톤 요증(PKU, phenyl ketonuria)이라는 장애가 있었다.
거기다가 펄 벅은 자궁종양으로 임신을 할 수 없게 되었다. 26세 때 집 앞에서 폭동을 겪기도 했는데 그 무렵 문학에 대해 꿈꾸었고 31세 때부터 산문을 쓰기 시작했다. 농촌 부흥에 관심이 많던 남편과 5년간 북부 지방을 답사하기도 했다. 그때 작품 구상이 이루어진 셈이었고 마침내 소설로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김숙 (전)중등학교교장)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4년 0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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