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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한 소방관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1일
ⓒ e-전라매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다급히 달려가는 소방차를 본 적이 있다. 소방차 5대 정도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그 모습만 보아도 ‘어딘가에 화재가 발생했구나’를 알 수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공기호흡기를 벗으며 검게 그을린 얼굴로 깊은 호흡을 몰아쉬던 대원들을 보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마흔살까지 내가 가진 소방관에 대한 생각의 전부이다.
서울에서 오랜 기간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하면서 전주에 있는 회사 지점으로 옮기게 되었다. 고향으로 내려와 심적으로 안정감도 느낄 수 있었지만 승진 기회도 많지 않고 점차 일에 대한 보람이 사라졌다. 그러던 중 아내와 나에게 쌍둥이라는 큰 선물이 찾아왔지만 동시에 어떻게 가정을 꾸려나갈지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출산 예정일을 한참 앞둔 어느 날 아내의 양수가 터졌고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나는 119에 급히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대원들이 와주었고 당황하고 놀란 내 손을 가만히 잡아주며 진정시켜주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울고 있는 아내가 내 곁에 있었다.
나는 비록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지만 처음 겪는 힘든 순간에 소방관이 없었다면 아내와 아이들을 지켜야할 내가 아내보다 더 무너져 가족을 돌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위급한 순간에 달려 와준 구급대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을 잃은 채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아내가 내게 “당신이 소방관이 되어 아이들에게 선물이 되어줬으면 해”라고 말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도전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 막막했다. 그 당시 내 나이가 마흔이었기에, ‘어리고 유능한 친구들이 시험을 볼 텐데, 나처럼 나이 많은 아저씨가 소방관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아내를 위해 소방관이 되고 싶었고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가정이 있었고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일을 하면서 공부를 했다. 잠을 줄이고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를 했고 꾸준히 체력을 길렀다. 시험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공부 양이 부족하다 느꼈고 아내와 상의 후에 과감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회사까지 그만뒀는데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하는 두려움이 커졌지만 나에게 소방관을 권유한 아내를 떠올리며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그 결과 당당하게 공채시험에 합격하였고 합격 발표가 나던 순간 아내와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던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친구들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나에게 이런 질문들을 한다.
“화재 현장 무섭지 않아?” “더운 날 방화복 입고 활동하면 힘들지 않아?”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화재 현장은 늘 무섭고 더운 날씨에 방화복에 공기호흡기까지 착용하면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재산을 보호하는 내 직업이 좋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달려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방관이라서 정말 행복하다”고 답한다.
지금 내게는 예쁜 딸이 있다. 선물처럼 우리 부부에게 와준 딸에게 “아빠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고귀한 일을 하는 소방관이이야.”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늘 초심을 잃지 않는 소방관이 될 것이다.
/완주소방서 삼례119안전센터 소방사 조명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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