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5 18:23:2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뉴스 > 독자투고

나는 행복한 소방관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1일
ⓒ e-전라매일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다급히 달려가는 소방차를 본 적이 있다. 소방차 5대 정도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그 모습만 보아도 ‘어딘가에 화재가 발생했구나’를 알 수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공기호흡기를 벗으며 검게 그을린 얼굴로 깊은 호흡을 몰아쉬던 대원들을 보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마흔살까지 내가 가진 소방관에 대한 생각의 전부이다.
서울에서 오랜 기간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하면서 전주에 있는 회사 지점으로 옮기게 되었다. 고향으로 내려와 심적으로 안정감도 느낄 수 있었지만 승진 기회도 많지 않고 점차 일에 대한 보람이 사라졌다. 그러던 중 아내와 나에게 쌍둥이라는 큰 선물이 찾아왔지만 동시에 어떻게 가정을 꾸려나갈지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출산 예정일을 한참 앞둔 어느 날 아내의 양수가 터졌고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나는 119에 급히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대원들이 와주었고 당황하고 놀란 내 손을 가만히 잡아주며 진정시켜주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울고 있는 아내가 내 곁에 있었다.
나는 비록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지만 처음 겪는 힘든 순간에 소방관이 없었다면 아내와 아이들을 지켜야할 내가 아내보다 더 무너져 가족을 돌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위급한 순간에 달려 와준 구급대원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을 잃은 채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아내가 내게 “당신이 소방관이 되어 아이들에게 선물이 되어줬으면 해”라고 말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도전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 막막했다. 그 당시 내 나이가 마흔이었기에, ‘어리고 유능한 친구들이 시험을 볼 텐데, 나처럼 나이 많은 아저씨가 소방관이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아내를 위해 소방관이 되고 싶었고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가정이 있었고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곳이 없어 일을 하면서 공부를 했다. 잠을 줄이고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를 했고 꾸준히 체력을 길렀다. 시험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공부 양이 부족하다 느꼈고 아내와 상의 후에 과감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했다.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회사까지 그만뒀는데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하는 두려움이 커졌지만 나에게 소방관을 권유한 아내를 떠올리며 위기를 극복해나갔다. 그 결과 당당하게 공채시험에 합격하였고 합격 발표가 나던 순간 아내와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던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내 친구들과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나에게 이런 질문들을 한다.
“화재 현장 무섭지 않아?” “더운 날 방화복 입고 활동하면 힘들지 않아?”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화재 현장은 늘 무섭고 더운 날씨에 방화복에 공기호흡기까지 착용하면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고 재산을 보호하는 내 직업이 좋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달려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방관이라서 정말 행복하다”고 답한다.
지금 내게는 예쁜 딸이 있다. 선물처럼 우리 부부에게 와준 딸에게 “아빠는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고귀한 일을 하는 소방관이이야.”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늘 초심을 잃지 않는 소방관이 될 것이다.
/완주소방서 삼례119안전센터 소방사 조명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1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사설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요일별 기획
인물포커스
교육현장스케치
기업탐방
우리가족만만세
재경도민회
기획특집
살아서 돌아오라, 살려서 돌아오라!  
김제시, 안전한 식·의약 환경조성과 감염병 예방 집중  
군산시민을 위한 일자리가 뜬다  
남원시, 스프링피크 맞아 자살 사망 예방 집중관리 총력  
초록물결 ‘제21회 고창 청보리밭축제’ 로 오세요  
깊은 고민으로 공간에 입체감 입혀… ‘희망의 장수’로 새단장  
‘드론실증’ 통해 남원형 드론 활용서비스 모델 구축  
공감과 소통으로 민원서비스 듬뿍! 민원만족도 채움  
포토뉴스
전북대, ‘글로컬대학 비전선포식’ 개최
전북대는 25일 국제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글로컬대학 비전선포식’을 개최했다. <사진>이날 비전선포식에는 양오봉 총장을 비롯해 교 
국립전주박물관, ‘문방사우를 찾아라’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누리과정(5~7세)과 연계한 단체 교육프로그램 문방사우를 찾아라를 4월부터 7월까지 총 10회 운영한다. &l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한 발판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 이하 전당)은 지난 4월 3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방문해 ▲세종학당재단의 유럽거점과의 전통 
국립군산대학교 김정숙 교수, 개인전 ‘숨’ 개최
국립군산대학교 미술학과의 김정숙 교수가 오는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개인전을 연다.이번 전시회는 전북 
전통문화전당 전주공예품전시관 공예주간 전라도 일반참여처 모집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이 ‘2024 공예주간’ 행사에 함께할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예 작가와 단체 등의 일반참여처를 오는 17일까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55. 남양빌딩 3층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인·대표이사/회장: 홍성일 / 편집인·사장 이용선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