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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 눈> 그대 가슴에 단풍 들거든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2일
ⓒ e-전라매일
우리 생애의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내장산의 단풍이 아름다움의 극치에 와 있고 팔달로의 보도블록 위엔 노란 은행잎이 끝없이 내려 쌓인다.
언젠가 단풍으로 물든 산을 보려고 가을이 한창인 아침 우리일행은 안개의 도시 춘천으로 떠났다. 소양호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 유람선은 물속에 잠겨 있는 안개의 실뿌리를 온 몸으로 밀어내며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호흡 속으로 한사코 스며드는 안개를 뿜어내며 사람들 또한 떠서 흘렀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안개에 잠겨버려서 그곳이 이 세상은 아닌 듯 몽롱하기만 했다.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고 해야 옳을 것 이다. 짙은 안개가 호수를 온통 뒤덮고 있어, 사람들도 저마다 세상만사 온갖 시름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이제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산봉우리들이 안개를 스카프처럼 두르고 잠시 눈앞에 나타났다가 숨어버리곤 했다.
다음 목적지인 청평사. 입구에서도 한참을 올려다보아야 절 건물이 보였다. 산 아래 수목들과는 달리 좀 더 일찍 물이 들어 절을 둘러싸고 있는 높다란 산은 형언 할 수 없을 만큼 현란하였다. 그곳에는 놀랍도록 키가 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아랑곳하지 않은 듯한, 저 혼자서 푸르디푸르게 자리를 지키는 나무를 올려다보면서 우리는 의견이 분분했었다. 그때 옆을 지나가던 스님이 이렇게 말했다. “ 보살님들의 가슴속에 단풍 드는 날 이 은행나무도 노랗게 물들 것입니다.” 라고. 그리고는 그만이었다. 화두처럼 던진 그 말로 우리는 돌아오는 내내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저마다 가슴속에 지니고 온 한그루의 은행나무는 곱디 곱게 물이 들었거나, 아직 그대로이거나, 비바람에 찢긴 모습으로 그 모습이 각각 다르지 않을까 싶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가을, 가로수 길을 걸을 때 가슴에 단풍 들거든, 어딘가에서 사랑이 그리움으로 지핀 등 불 내어걸고 저 단풍잎처럼 속절없이 삭아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또한 채 물들지 못한 이의 마음을 헤아려봐야겠다.

/김은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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