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사랑의 매는 없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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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이들은 아직도 ‘아동학대’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흔히들 성인이 매우 어린 아이들의 신체를 때리는 ‘신체 학대’ 를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에서 정의하는 ‘아동학대’는 만 18세 미만 아동에 대해 성인이 가하는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사랑의 매’라는 관용적 표현이 있어왔던 것처럼 아동학대에 대한 전체적인 민감성이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예전부터 ‘나도 맞고 자랐다.’ 라고 이야기 하거나 ‘귀한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아이가 더욱 잘 되라는 뜻으로 어른은 어린아이를 다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UN의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한국의 아동권리실태를 분석하며, 아동들에게 행해지는 폭력이 관습 혹은 전통이란 이름으로 자연스럽게 행해지고 있으며 때로는 ‘훈육’이라는 위장된 행위로 정당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제적으로 법률에서 친권자의 권리로서 자녀에 대한 징계권을 명시하는 사례는 우리나라와 일본 이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간접체벌과 훈육을 포함한 체벌을 모든 영역에서 금지하는 입법적 조치 등을 권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체벌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개선과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 보호를 위해 올해 1월 민법 915조 징계권을 완전히 폐지시키고, 지자체별 아동학대조사공무원 배치 시행 등 아동보호체계 개편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민법 ‘자녀 징계권’ 조항이 폐지되고 11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가 자녀 체벌이 금지된 사실을 모르고 아동학대 인식이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2021년 7월에 발표된 굿네이버스 아동 재난대응 실태조사 내용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부모님 혹은 성인가족으로부터 체벌을 경험했는지를 살펴본 결과, 전체 아동의 23.9%가 체벌을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끔찍한 아동학대의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아동학대 범죄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을 하면서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부모들이 “훈육하기 위해 때렸다.”, “죽일 의도는 없었다.”라고 똑같은 변명을 할 때 마다 분노가 치민다. 결국 아동학대는 작은 체벌에서 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더 이상 아동학대로 사망하는 아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모가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자녀를 체벌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이고, 아동학대는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 어떤 폭력도 정당화 될 수 없다. 특히 아동에 가해지는 폭력은 미연에 방지돼야 한다. 우리는 체벌에 대한 법적인 조항을 폐지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도 존재하고 있는 아동학대의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 아동학대 재발방지를 위한 사례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지원이 탄탄하게 이뤄져야 한다. 아동은 모든 학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의 주체이다. 이제 더 이상 체벌이 훈육의 방법이 되지 않도록 아동학대에 대한 시민의식을 높이고 이를 통해 건강한 사회적 환경이 새롭게 조성되어지길 기대한다.
/조현경 전주시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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