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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 낳은 출향 시민활동가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장경자 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17일
ⓒ e-전라매일
제71주년 여순민중항쟁 기념행사
제71주년 여순민중항쟁 기념행사가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여순항쟁순천유족회가 주최했고, 여순민중항쟁 71주년 서울행사위원회가 주관했다.
이 행사의 주제는 ‘여순민중항쟁 특별법을 제정하라!’였다. 이런 주제를 내걸고 추모문화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를 열며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장경자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71년간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고통과 상처 속에서 성장해야 했고, 말할 수 없는 생계의 고통을 국가로부터 보상받지도 못한 채 외면만 당한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국회에 여순특별법이 계류 중이지만 모두 넋을 놓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유족들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70여 년의 세월을 한을 품고 살아오신 유가족들을 보살펴주시고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e-전라매일

1948년 여순민중항쟁 발생
전남 여수와 순천에서 1948년 10월에 발생한 여순민중항쟁. 1948년 10월 19일, 육군본부로부터 제14연대에 제주4·3민중항쟁 을 진압하라는 출동 명령이 떨어지자 일부 군인들이 “경찰을 타도하고, 동족상잔의 제주도 출동을 반대하자”며 미군과 군에 맞섰다. 유혈 진압 과정에서 군인, 경찰 등에 의해 여수·순천 등 전남 동부권 주민 1만 명 이상이 희생됐다. 군인과 경찰은 여수·순천 지역 민간인을 ‘빨갱이’ 또는 ‘부역자’라며 무차별 학살했다.
근 70년 가까이 외면을 당했던 여순민중항쟁은 지난 2017년 국회에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보상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돼 진상규명의 단초가 마련됐다. 이후, 5개의 법안이 발의돼 ‘여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심의조차 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 e-전라매일

남원 출신의 장경자 회장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장경자 회장은 1945년 남원시 금지면에서 태어났다. 서부에 고리봉과 문덕봉 등 산지가 있고, 동부 요천 주변에는 금지평야가 펼쳐진 고장이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김주열 열사. 그는 남원 금지중학교 출신이다. 중학교 졸업 후, 마산상고에 입학했다. 그 해가 1960년이다. 김주열 열사는 그해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가했다가 실종되었다.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유기되었던 김주열 열사의 주검이 한 달 후인 4월 10일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다. 경찰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이에 학생과 시민의 분노가 또다시 폭발했다.
김주열 열사의 고향이 남원시 금지면 옹정리다. 장례 후, 고향인 금지면 옹정리에 묘소가 만들어졌다. 옹정리엔 열사의 추모각도 있다. 숭고하게 희생된 열사의 정신과 넋을 기리는 장소다.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장경자 회장은 금지면 옹정리의 건넛마을인 입암리에서 태어났다. 마을 입구엔 갓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다. 갓바위라고 불린다.
입암리 일대엔 옹정역이 있다. 전라선의 한 역이다. 옹정역은 김주열 열사의 고향인 금지역 옹정리의 명칭이 깃든 역이다.
장경자 회장의 선친은 1920년생. 살아생전의 직업은 철도공무원이었다.
장경자 회장의 선친은 여순민중항쟁 시 순천철도국에서 근무했다. 그곳에서 재직하다 희생당했다. 이로써 장 회장은 민간인 희생자의 유가족이 되었다.
선친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피하기 위해 순천철도국에 입사했다. 장경자 회장이 네 살 때 여순민중항쟁이 발생했다.
당시 철도국에 근무했던 선친은 여순지역에 들어선 14연대에 관한 얘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좀 들어 보자”고 말했다. 그런 다음, 철도국에 출근했다가 희생되었다. 토벌대인 군인과 경찰에 끌려간 뒤 집으로 귀가하지 못하고 이승을 떠났던 것이다.
장경자 회장은 1998년부터 여순민중항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활동했다. 그 해는 여순민중항쟁 50주년이었다.
장경자 회장에 따르면, 1948년 초겨울, 토벌대는 순천철도국 건너편에서 100여 명의 시신을 불태웠다. 사람들을 집단학살 한 뒤 그렇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장 회장은 선친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그 현장에서 순천철도국 철도공무원들이 입었던 제복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단추가 발견되었다. 이 단추를 근거로 장경자 회장 선친의 가묘가 만들어졌다. 안중근 의사의 가묘처럼 유족들은 고향 마을인 남원시 금지면 입암리에 가묘를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장경자 회장의 남편도 여순민중항쟁의 한을 안고 살았던 인물이었다. 남편은 그 한을 다 풀지 못하고 근래에 작고했다.
지난 4월 29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에서 여순사건 재심 재판이 열렸다. 여순민중항쟁 발생 후, 계엄사령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이 집행된 희생자 유가족들이 “당시의 판결이 불법 재판에 의한 것이었다”며 2011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지 7년 반 만에 이뤄진 재심 재판이었다. 이보다 한 달 전인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재심을 시작하라고 최종 결정을 내림으로써 다시 시작된 재판이었다.
하지만 재판이 길어지면서 재심을 청구했던 2명의 유족은 이미 사망했다. 오직 여순민중항쟁전국연합회 장경자 회장 한 명만 재판정에 출석했다.

여순 10·19 증언록 출간
여순민중항쟁 유가족들의 불행하고 파란만장한 곡절과 내력을 담은 책이 최근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은 ‘나 죄 없응께 괜찮을 거네’.
순천대 여순연구소가 내놓은 이 책은 이숙자, 조선자, 서장수, 정지아 등 14명의 여순민중항쟁 유가족의 구술을 토대로 참혹했던 그 날의 진실과 아픔을 이야기한다.
제주4·3민중항쟁과 함께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익과 우익의 대립으로 빚어진 민족사의 비극적 사건인 여순민중항쟁. 이승만 정권은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보안법을 제정하고 강력한 반공국가를 구축했다.
여순10·19증언록 ‘나 죄 없응께 괜찮을 거네’는 세 살 때 부모가 모두 학살당하고 초등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여덟 살 때 남의 집 아기 돌보기의 삶을 시작으로 광주로, 부천으로 떠도는 삶을 살아온 고통스러운 유가족의 인생사도 전한다.
잔혹했던 국가 폭력에 의해 파편화된 70여 년 이상의 삶, 불가역의 시간 속에 맺히고 맺힌 삶의 고통스러운 피맺힘의 울분을 생동감 있는 이야기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여순민중항쟁 전남동부지역유족회 정영기 회장은 이 책의 출간에 즈음해 이렇게 말했다.
“71년, 아직도 말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며 “더 늦기 전에 유족들의 이야기를 귀담아줬다는 점에서 큰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순10·19증언록 ‘나 죄 없응께 괜찮을 거네’는 여순민중항쟁 당시 억울한 죄를 뒤집어쓰고 돌아가신 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있다”며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 온 유족들의 이야기를 더이상 국가가, 국회가 외면하지 않기를 간곡히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서율=박찬복·서주원 기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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