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시협, 문학과 함께하는 문화재 탐방 성료
정읍 피향정·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무성서원 등 방문
이정은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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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어가는 가을날, 전북 지역의 문화재 탐방과 문학기행을 떠난 전북시협의 발걸음을 따라가 봤다. 전북시인협회(회장 김현조)에서는 청명한 가을날 유서 깊은 정읍지역으로 문화탐방과 문학기행을 떠났다. 이 행사는 전주시와 전북시인협회의 후원으로 이뤄졌으며 전주시민들이 참여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철저한 방역은 물론, 참가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했다. 또 출발 전 체온 체크를 실시, 손 세척 등을 실시했으며, 버스 2대로 나눠 타고 출발했다. 먼저 첫 번째 일정은 호남제일정이라고 현판이 있는 피향정에서 시작됐다. 피향정은 우리 지역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정자로써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갑오 동학농민혁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병갑 고부군수가 현감을 지냈던 그의 아버지의 조규순의 영세불망비를 세우려고 백성들로부터 강압적으로 세금을 거둬들인 곳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지금도 조규순의 영세불망비가 남아있어 의아함을 더하기도 했다. 참가자 중 한명인 송우리 씨는 “영원히 잊지 못할 정도로 선정을 베풀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과거 최치원은 물론 수많은 선비들이 연못을 거닐며 풍월을 읊었던 연못을 시인과 시민들이 함께 거니는 뜻깊은 시간이 됐다. 이어 이동한 곳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무성서원이다. 잘 알려진 무성서원은 서원의 근본적인 기능과 최치원을 배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 수많은 서원이 사라졌지만 우리지역에서는 이 무성서원만 남았고, 지금까지 이어져서 세계유산이 됐다. 무성서원의 특징이라면 신분에 상관없이 독서에 뜻이 있고 학문을 구하는 사람에게는 입학을 허용했다는 것으로 매우 평등함과 민주주의적이었다는 것이다. 즉 학문의 가치와 덕을 숭상했고, 파벌이나 세력을 조성하지 않았다는 것이 후인들에게 자랑할 만하다. 특히 이날은 초하루로 서원 관계자들이 봉향하는 날이라서 더욱 뜻깊었다. 전주시민인 김화자 씨는 “무성서원이 아담해서 예쁘다. 더구나 평지에 지어져서인지 옛 생각을 하게 한다. 엄격했던 친정아버지가 저절로 생각난다”고 말했다. 또 참가자들 다수가 “무성서원의 특징인 평등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었다는 것에 감명을 받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북시인협회의 공식적인 행사가 고부관아 옆에 있는 고부향교에서 진행됐다. 고부는 우리 지역만의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로 근대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다. 시대적으로 근대화의 물결이 침략주의자들의 약탈과 더불어 조선에 몰려왔고, 더구나 탐관오리인 조병갑 군수의 전횡과 폭압에 항거해서 스스로 봉기한 곳이 바로 고부관아다. 그 역사를 지켜보고 기억하고 있는 고부향교의 은행나무 아래 참가자들이 운집했다. 고부는 지금은 면 소재지가 됐지만 본래는 고부군, 정읍현, 태인현으로 고부가 중심이었다. 혁명이 일어난 직후 조선조정에서는 고부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부안과 고창으로 지역을 떼어 주고 정읍현을 키웠다. 만약 사람이었다면 아예 없애버렸을 것이나 지역이기 때문에 세력만 약화시켰다. 고부향교 전교인 김영호 씨의 고부향교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유도회장 권재원 씨의 따뜻한 환영사가 진행됐다. 이어 전북시인협회 정읍지역위원장인 김철모 시인의 고부와 정읍에 대한 인문학 강의가 이어졌다. 또 박영택, 박선애, 이선화, 송우리, 이문희 시인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전주에서 온 한봉수 씨가 즉석에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낭송했으며, 이행욱 씨 또한 이목윤 시인의 시를 낭송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여기에 정읍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신림 시인이 답례로 자작시낭송을 하는 등 깊어져 가는 가을밤, 문학과 함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날 진행된 강의는 고부의 역사와 조병갑의 처세술에 대해서 강조됐다. 이 강좌가 끝나고 김상수 선생은 “우리 지역의 정신이 꺾이게 되는 변곡점에 선 정여립공이 생각난다. 실패한 역사도 역사인데, 너무 가혹하게 후사를 없애버리는 것은 기득권의 만행과 같다. 지금이라도 우리 지역의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도록 지방 정부와 시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대준 전주문인협회장은 “고부와 우리 지역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성지다. 스스로 일어나 탐관오리를 몰아내고 외세에 맞서 싸웠던 최초의 고장인데, 아직도 역사적으로나 현실에서는 그 업적과 치적이 왜소하다. 중앙정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올바른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영원면에 있는 아나키스트 백정기 의사 기념관이었다. 백정기 의사는 임시정부 시절에 폭탄을 준비해 일본의 정치인들을 살해하고자 했으나 일찍 발각되어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동안 그가 활동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공적을 잘 아는 백범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이봉창과 더불어 3대 의사로 명명하고 서울에 효창공원에 그 유골을 안장했고, 영원면에는 그의 행적을 기록한 기념관을 지었다. 이날 참여한 탐방단은 아나키스트 백정기 의사에 대해서 새롭게 알았으며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영원면 지산리에 위치한 백제시대 고분군을 방문했다. 경주와 공주에만 있는 줄 알았던 거대한 고분군이 우리 지역에 있다는 사실에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미 유장품은 도굴됐지만 이 지역이 마한시대와 초기 백제 시대의 대단한 세력집단이 있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되는 시간이 됐다. 특히 일제에 의해 지명이 바뀌고 온갖 유적이 훼손되었다는 역사적 슬픔이 깃든 곳이었다. 아직도 정확하게 연대를 알지 못하지만 차후 연구가 더 필요한 곳으로 마한 백제 연구를 하는 학자들과 박물관 관계자들의 무단한 노력이 필요로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김현조 회장은 탐방을 마치면서 “우리가 우리 지역을 잘 아는 일은 이웃을 칭찬하는 것과 같다. 특히 역사를 아는 일은 후손들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과 같다. 역사여행은 과거 여행이지만 반대로 미래 여행이 되기도 한다. 다행히 참관자들이 모두 기뻐하고 역사의식이 고취되어 자부심이 느껴진다. 마한의 역사는 영상간 유역으로, 백제의 역사는 충청도로 단정하는 것을 우리 지역 고부가 알리고 있다. 호남이 3대 방조제였던 눌제도 고부에 있다. 차후 고부를 중심으로 한 마한과 백제시대, 고부동학농민봉기에 대한 여행상품이 개발돼 우리 지역이 여행하기에 좋은 이야기가 있는 여행지로 탄생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참가자들은 우리의 문화 유산을 기념해 돌아보고, 후대의 자손들이 해야 할 일들을 깨닫고 돌아오는 여행이 됐다. 또한 여정 속에서 문학과 함께했기에 더욱 뜻깊은 기억으로 이 가을을 추억할 것으로 기대된다. |
이정은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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