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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 눈] 겨울 찻잔에서 봄을 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18일
ⓒ e-전라매일
늦가을 장마가 물러가고 겨울로 접어드는 하늘빛이 눈 시리게 맑은 파랑이다. 추적추적 가을비로 음산했던 날씨가 풀리고 햇살까지 따사로우니 도심의 콘크리트 사각 상자에 갇혀 있기는 몸이 근질근질해서 견딜 수가 없다. 주저 없이 노트북 가방을 메고 승용차에 오른다. 습관이 된 탈출이다. 마음은 벌써 내가 나고 자란 고향 땅 장수 오얏재 둔덕에 숨겨 놓은 여섯 평 오두막을 향하고 있다. 긴 장수 터널을 빠져 나와 탁 트인 시야를 본다. 들판과 함께 우뚝 선 남덕유산이 병풍 속 풍경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보니 조물주가 반짝이는 웅장한 얼음 조각을 간밤에 세워놓은 것처럼 눈이 부시다. 단풍 채 가시지 않은 백화산 봉화산 자락이 아직도 알록달록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있는데 성급한 겨울이 밤새 가을 위에 하얗게 소리 없이 내려앉은 것이다.
봄날에 지어놓은 여섯 평 오두막은 주중 하루나 이틀 나만이 즐길 수 있는 여분의 공간으로 사과를 심어놓은 과수원 풍경 좋은 양지바른 입구에 마련해 둔 쉼터 같은 공간이다.
소형 냉장고 하나에 앉은뱅이 탁자 하나, 그리고 한 끼 식사와 차 한잔할 수 있는 도구가 전부다.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인 TV는 애초부터 없다. 라디오에 시집 한두 권 그리고 작업용 컴퓨터가 여가를 즐기는 도구일 뿐이다. 사과나무가 심겨진 텃밭 농장에서 겨울전정을 시작으로 철철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키우고 나무를 돌보는 일도 한다. 그 시간은 종일 라디오 극동방송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는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은퇴를 앞두고 준비해 둔 두어 마지기 남짓한 과수원, 주렁주렁 열린 사과가 마치도 성탄 트리를 장식한 열매처럼 풍성했던 시간이 엊그제였는데 남은 이파리가 탯 자리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열매도 잎도 떠나간 공간이 헛헛하다. 파란 하늘과 따스한 볕살이 빈 공간을 대신하고 있다. 가끔씩 머리 위를 지나던 구름 조각이 우듬지에 머물다 가기도 한다. 방문을 열자 따사로운 햇살이 발꿈치를 따라 들어온다. 커튼을 걷어 본다. 목전에 산과 들의 풍경이 나만의 정원이 된다. 덕유산과 장안산 능선에 내린 설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이런 날 차 한 잔 곁들여야 제격이겠다. 봄날에 친구가 거처하는 산막에 들렀을 때 건네준 여덟 번 덖어냈다는 목련 꽃차에 눈길이 간다, 마른 꽃잎이 따끈한 물에 몸을 불리자 겨울 찻잔에 봄날처럼 꽃이 핀다.

/유인봉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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