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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세계 물의 날 특별 칼럼-물을 물로 보지 마라

우물·냇가 등 지천에 널린 게 ‘물’
100년 전만 해도 물 귀중함 몰라
수돗물 불신으로 정수기 생활화
수질오염 등 물 소중함 되새기려
매년 3월 22일 ‘세계 물의 날’ 제정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3월 19일
ⓒ e-전라매일
분자식이 H2O인 물은 얼음 또는 눈 같은 고체나, 액체나, 수증기 같은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물에는 바닷물·강물·빗물·지하수·온천수·안개 등이 있으며, 지구 표면의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지각이 형성된 이래 지구 표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은 무색·무미·무취의 액체로 모든 동식물이 살아가는 데 절대로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는 데 필수적이다.
지구는 물론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물질 중 70∼80%를 물이 차지한다. 인간도 체중의 약 3분의 2가 물이다. 태아는 95%, 영유아는 90%, 성인은 70%, 노인은 50% 정도의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대단히 소중한 존재다. 인체에서 물은 신진대사에서 생긴 노폐물을 용해해서 체외로 배출시키는 역할 뿐만 아니라 체내의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를 막아 주는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한다.
물은 0℃에서는 얼음이 되고 100℃에서는 끓어 수증기가 된다. 이때 물에 함유된 다른 성분들의 양에 따라 빙점氷點이 0℃보다 낮아지며, 압력의 변화에 따라 비등점沸騰點이 달라진다. 비등점이 달라지는 현상은 등산할 때 느낄 수 있는데, 기압이 낮은 고산지대에서 밥을 지을 때 물이 100℃ 이하에서 끓어 밥이 설익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물은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순간 다량의 열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열전도율 또한 높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더운 날씨에 땀이 증발하면 시원한 느낌이 들게 되고 체내에서는 열이 고르게 분포된다. 물은 비열이 높아서 다량의 열을 흡수하더라도 자신의 온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이웃하는 물 분자끼리 수소 결합Hydrogen bonds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물은 액체, 기체, 고체로 모양을 바꾸면서 지표와 지하 및 대기 사이를 계속해서 돌고 돈다. 태양이 바다나 강 또는 호수 등을 내리쬐면 물은 증발하여 수증기로 변한다. 수증기 중 일부는 높이 올라가 차가워져 작은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가 되어 구름을 만든다. 이 물방울이나 얼음 알갱이가 뭉쳐서 비나 눈이 되어 지상으로 다시 내려온다. 이때 물은 땅 위로 흐르거나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가 되어 결국은 바다로 흘러가게 된다. 일부는 땅에서 증발하여 대기로 올라간다. 반복되는 이 과정을 물의 순환이라고 한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물의 귀중함을 알지 못했다. 우물이나 냇가 할 것 없이 물이 있는 곳에서는 언제든지 마실 수 있었다. 어디에도 물은 풍족해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이 물이었다. 목이 마르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았다. 산골짜기 물이나 강물 할 것 없이 오염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발을 담그고 그 자리에서 물을 마셔도 질병에 걸리지 않았다.
물을 돈 주고 사게 된 것은 6‧25전쟁이 일어나고 피난민들이 집단으로 판잣집을 짓고 살아갈 때부터였다. 드럼통에 물을 담아 달구지에 싣고 다니며 물을 팔았다. 물장수는 물통을 짊어지고 가 배달하였다. 요즘 우리 자신 스스로 물을 구매해 마신다.
닭장수에게 닭을 ‘봉鳳’이라고 속여 판 희대의 사기꾼 봉이鳳伊 김선달金先達(본명은 김인홍), 그가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고 했을 때 믿는 사람은 없었다. 그 시대에 가장 흔한 게 물이었는데 돈을 주고 사 먹는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제 것도 아닌 공공의 물, 대동강물을 개인이 팔아먹는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다. 하지만 김선달은 나루터에 앉아 물값을 받아 챙겼고, 심지어 대동강물 전체를 한양 상인 허풍선에게 4,000냥에 매매 계약까지 했다. 당시 황소 60마리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물론 허구지만 물장수의 내력을 쫓다 보면 완전 허구도 아니다. 어쩌면 봉이 김선달은 100여 년 후를 내다본 선견지명이 있는 예지자이거나, 아니면 물을 ‘돈이 되는 산업’으로 본 선구자였다.
1920년대 서울은 수도水道 사정이 좋지 않았다. 못사는 사람들은 수도 앞에 줄을 서서 물을 받아먹었고, 있는 집에서는 물장수가 파는 물을 사 먹었다. 최초의 물장수는 이조 철종哲宗 시대다. 안동 김씨 댁의 김金 서방이라는 사람이 물을 길어댔던 게 시작이라고 한다. 그가 바로 북청(함경도) 물장수다. 그런가 하면 ‘김서근金瑞根’이란 사람은 과거를 보러 오는 선비들에게 밥도 지어주고 빨래도 해주면서 살았다. 가욋일로 약수터 물을 길어와 이웃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장안에 ‘물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졌다. 그때부터 너도나도 물을 대달라는 부탁이 들어왔고 급기야 계약까지 체결했다. 물의 수요가 늘어나고 손이 달리자 고향 친구들을 불러 모아 ‘물 도가都家’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물장사를 했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물을 돈 주고 사 먹는다는 발상 자체를 마뜩잖아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요즘은 생활 수준이 높아져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집마다 정수기를 달고 산다. 이제는 웰빙Well-being에 로하스(규범 표기는 미확정)까지 겹치면서 일반 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시대가 됐다. 우물물이 수돗물 되고, 수돗물이 정수기 물로 변신하더니 이제는 생수가 대세다. 물 팔아 장사하는 회사가 돈벼락을 맞고 있다.
세계 인구 중 절반 정도만 안전한 식수를 마시고 절반은 오염된 물을 마시며 병들어 죽어간다고 한다. 생물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물은 원시의 촌락에서부터 문화의 발상지까지 모두가 강을 끼고 발전했다.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도시들 역시 강 주위에 밀집되어 있다. 오대산五臺山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한강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의 젖줄이 되고, 태백 황지黃池 연못에서 발원된 낙동강은 천삼백 리를 흐르며 한반도를 적신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기적을 물로 이루었다고 우리나라는 자랑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당국은 수돗물이 안전하다며 믿고 먹을 수 있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물에서 오물이 나오고 냄새가 난다. 정수기를 설치해야 안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생수를 구매해 사용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가 오염되면서 물이 중하다는 것을 알고 귀하게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것은 물이 흔하다 보니 물의 진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각해지는 수질 오염과 물 부족에 따른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하여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하였다. 1993년부터 이날을 기념하면서 매년 물과 관련된 주제를 제시하고 각국에서는 물을 비롯한 수자원과 관련된 각종 세미나와 포럼이 개최된다.
우리나라는 1990년부터 물 수요가 가장 많고, 물로 인한 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계절인 7월 1일을 ‘물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식과 물에 대한 심포지엄, 물 사진 전시회, 물 백일장 및 저수지 대 청결 운동 등 전국 규모의 다채로운 행사를 해 왔다. 그러다가 1995년부터는 UN이 ‘세계 물의 날’ 행사에 동참 요청을 해와 3월 22일을 물의 날로 변경하여 여러 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우리는 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바다나 강 또는 내(川)에서 흔하게 볼 수 있어서 물에 대한 개념이 흐려진 탓이 아닌가 한다. 가끔 일상에서 다툼이 일어날 때 “물로 보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열 내는 모습을 종종 본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물로 통하는 대통령이 있었다. 여기서 물은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 대통령은 “나를 물이라고 하는데, 물(水)이었기에 망정이지 불(火)이었으면 온천지가 불바다 되었을 것이다.”라고 웃음으로 받아쳤다. 듣고 보니 옳은 말이다. 물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된다. 물의 존재는 엄청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물은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 중 하나다.
물을 분석하면 불가사의한 성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이 얼면 체적이 증가하는데,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물질 중에 액체에서 고체가 되면서 체적이 증가하는 것은 물뿐이라고 한다. 그것은 물의 순환에 기인하는 것이다.
물의 기능은 우리 몸속에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필요한 영양소를 몸 구석구석으로 운반하고 배설 기능과 체온 조절 기능 등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물을 많이 먹으라고 한다. 하지만 물을 많이 먹기란 쉽지 않다. 사람 또는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권장 섭취량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음식에 포함된 물을 포함하여 하루에 6~8잔의 물 또는 1.9L를 섭취할 것을 권장하며. 이 양은 온대 기후에 적합하다고 한다. 더운 기후에서는 더 많은 양이 필요하다고 한다.
건강을 위한 하루 물 적정 섭취량은 자신의 몸무게에 0.03을 곱한 값이다. 예를 들면 체중 60kg인 사람은 60X0.03=1.8로 하루에 1.8L의 물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WHO에서 권장하는 성인의 하루 물의 섭취량은 2L 이상이다. 특히 성인병을 앓는 사람은 물을 되도록 많이 섭취하기를 권고한다.
물이 건강에 좋다는 주장에 따르면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시켜주고, 혈액순환을 개선해 피부도 좋아진다고 한다. 또한 사람의 몸은 많은 물로 이루어져 있어 매일 일정량 이상의 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여러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 몸은 자는 동안에도 물을 이용해 일한다. 하지만 자는 동안 수분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아침이 되면 몸은 매우 건조한 상태가 된다. 아침 소변이 노란색을 띠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기상 후 물 한 잔은 잠자는 동안 걸쭉해진 혈액을 묽게 만들고, 몸 안에 쌓인 노폐물을 몸 밖으로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뜨거운 물에 찬물을 가미해서 마시면 음양의 이치와 맞아떨어져 건강에 좋다. 뜨거운 물에 찬물을 부으면 찬물이 들어가면서 온도가 낮아져 생수에 있는 미네랄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찬물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찬물에 있던 미네랄이 뜨거운 물이 떨어지면서 모두 사라져 효과가 없다. 이때의 물을 음양탕陰陽湯 또는 생숙탕生熟湯이라 한다.
아침 공복에는 체온보다 약간 낮은 30도 전후의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찬물을 마시면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 이상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찬물을 마시면 우리 몸이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게 되어 이롭지 않다.
물은 30분에 반 컵 정도를 마신다는 것을 기준으로 홀짝홀짝 마시는 것이 좋다. 자주 마시면 수분 보충에도 좋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바쁜 현대인에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텀블러를 휴대하여 생활화하면 좋다. 물은 식사 30분~1시간 전에 한 컵(150cc)정도 마시고 식사 후 30분~1시간 정도 지나서 한 컵 정도 마시는 것이 좋다. 식사 중에 물을 마시면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어 식도로 넘어갈 때 수월하기는 하겠지만, 이때 물을 마시면 소화를 담당하는 쓸개즙이 희석되어 묽어진다. 그러면 위산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식사 중에 물을 많이 마시면 설사를 하거나 연동운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배탈이 날 수도 있다.
물을 과도하게 많이 마시면 신장에 무리가 가서, 두통이나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시간 간격으로 150cc 정도 음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또한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물을 갑자기 많이 마시면 저나트륨 현상으로 쓰러지거나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조상들은 정화수를 떠 놓고 천지신명께 소원을 빌었다. 나쁜 일을 안 하겠다고 할 때 “손 씻었다.”라고 말한다. 싱싱한 생선을 보고 “물이 좋다.”고 하거나 인기가 떨어진 연예인이나 시들해진 상품을 “한물갔다.”라고 한다. 이는 물을 새롭고 신성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는 물을 너무 쉽게 보는 경향이 있다.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채 설거지를 하고, 샤워기를 열어 놓고 샤워를 한다. 오염된 물 정도는 거리낌 없이 버린다.
물은 언제까지 우리 곁에서 흘러주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물은 기름(Oil)보다 더 소중하고, 고속도로보다도 수로가 더 중요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때가 되었다. 기름이나 고속도로가 없으면 불편할 뿐이겠지만 물과 수로가 없으면 생명을 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UN은 1993년에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한 바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이 1,000t 미만인 국가는 ‘물 기근 국가’에 해당한다. 이대로 물을 물 쓰듯 쓰면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머지않아 마실 물이 없어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 뻔하다.
이제 물이 돈이고, 물은 힘이 되었다. 물만은 사 먹지 않겠다던 시대는 갔다. 하지만 요즘은 수많은 사람이 봉이 김선달에게 돈을 바치고 있다. 물을 사 먹는 것은 물이 귀해서가 아니라 물을 쉽게 먹으려는 방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물소비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제는 물을 물로 보지 마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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