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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해외동포들의 망명문학’을 연재하며(43)-창강(滄江) 김택영 선생

글로 펼친 독립운동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17일
ⓒ e-전라매일
한국의 현대문학은 조선총독부에 의해 관리·통제되면서 ‘식민지 종속문학’으로 변질되었다. 그러나 해외로 망명한 애국지사들이 발표한 작품들에는 당시 한민족의 참상과 소망이 오롯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이러한 자료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수집·정리한 백제예술대 김동수 명예교수의 글을 통해 민족정신을 되살리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e-전라매일
1. 생애와 문학 활동
-자주독립을 찾는 길은 오직 망명의 길뿐이라

창강 김택영 선생은 1850년 10월 15일 경기도 개성부 자남산에서 태어나 1920년대에 걸쳐 활동한 반일(反日) 민족운동가였다. 시, 산문, 평론, 역사, 철학 등 분야에서 독특한 세계를 개척한 탁월한 문호이다. 선생은 7살부터 유학자 전상겸(全象謙)을 스승으로 모시고 한문과 유가(儒家) 경전을 읽기 시작하였으며 17살되던 해에는 서울에 올라가 성균시초시(成均試初試)에 합격함으로써 자기의 시적재능을 보여주었다. 19살부터 시문에 능한 유학자 백기진을 스승으로 모시고 고문학(古文學)을 전공하면서 꾸준히 자기의 문학적 재질을 키웠다.
1878년에는 조선의 삼남지방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그는 부패무능한 봉건통치배들의 포악한 정치와 경제적 수탈 밑에서 신음하는 근로인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목격하고 가난한 농민들에 대한 동정심이 움트기 시작하였다. 1891년 42살 때에 과거시험에 합격되어 성균 진사가 되었고, 1894년 9월에 의정부주사 서판임관 6등에 편사국 주사(主事)로 임명되어 개성에서 서울로 이사해서 벼슬을 하게 되었다. 그 이듬해 중추원 참서관 겸 내각기록국 사적(史籍) 과장에 승진되어 조선의 국가역사 문헌편찬에 일심정력을 다하였다.
1896년, 그는 학부대신 신기선의 저서 『유학경위(儒學經緯)』에 서문을 써준 일로 서양선교사들의 비난을 받고 사임하게 되자, 고향 개성에 낙향하여 조용한 나날을 보내며 학문에 정진하였다. 1903넌 정월 김택영은 조선 문헌비고속전위원 정3품 통정대부로 임명되면서 재차 벼슬길에 올랐고 을사년(1904)에는 다시 내각의 학부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이때는 이미 나라의 판국이 기울어져 일제가 조선의 주권을 탈취하고 통감부를 설치한 이른바 차관정치가 시작되었다. 보국 민영환의 자결, 의정 조병세의 음독자살, 참판 리상철의 해외망명, 교리 리창건의 작고, 시우 황 매천, 박민규의 낙향 등 잇달아 일어나는 이 모든 참변과 불행은 시인 김택영으로 하여금 그 울적하고 쓰라린 마음을 달랠 길 없게 하였다. 따라서 그는 민족의 자주독립을 찾는 길은 오직 망명의 길뿐이라 생각하고 분연히 중국 회남땅에 이주할 것을 다지었다.
1905넌 9월 그는 굴욕적인 <을사5조약>의 체결을 눈앞에 두고 분연히 고국 땅을 하직하고 중국의 상해로 망명해왔다. 그는 당시 중국 근대 입헌파의 수령으로 활약하고 있던 대실업가 장건의 알선으로 인차 남통 한묵립서국에 취직하여 주로 조선민족문화유산의 정리와 출판사업에 정진하면서 수많은 시와 산문들을 발표하였다.

ⓒ e-전라매일
2. 김택영의 항일민족시가

조선의 국가 주권을 강탈한 일제의 강압적인 <을사5조약>을 배경으로 한 시 「고국의 10월 사변을 회상하여」 (1905년)에서 시인은 망국(亡國)의 설움을 이기지 못해 자결한 의관 조병세와 시종무관 민영환(閔泳煥)의 순국(殉國)을 아래와 같이 슬퍼하고 있다.

야밤중에 광풍이 바다에 휘몰아쳐와
엄동벽력이 서울에 지동치누나.
혜소의 피 왕의 옷에 튀어
귀신을 곡하게 하였으니
갑옷 입은 병사였으나 하늘이 인색하여
범려 같은 인재를 내주기 않았어라.
난로 언에 탄 재마냥 이처럼 싸늘하네
하늘가의 방초에 머리 돌리기 어려워라
유신이 글을 해서 무슨 소용있더뇨
그저 강남에서 한 가닥 슬픔 읊었을 뿐
-김택영, 「고국의 10월 사변을 회상하여」, 1905년, 중국조선족문학사, 1990. 연변

망국(亡國)의 울분을 못 이겨 자결한 애국자들을 고대의 전기적 영웅 혜소(嵇紹) 에 비유하면서. 더불어 나라 잃고 중국 땅에 망명하여 온 자신의 가련한 처지를 남북조 시대 애국자 유신(庾信)에 비유하면서 ‘글로써 나라를 구하지 못하니 무슨 소용 있더뇨?’하면서 자신의 무능을 자책하고 있다. 위 시에 나온 ‘혜소’는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대(서기 221∼589) 팔왕(八王)의 난 때, 군사를 거느리고 왕을 따라 진압에 나섰다가 반란군의 화살을 맞고 전사하고 말았다. ‘왕의 옷이 혜소(嵇紹)의 피로 흥건했는데 충의의 피라 하며 씻지 못하게 하고 기렸다.’ 한다.
그런가 하면, 시인의 한일합병조약의 체결을 저주하여 쓴 그의 유명한 장편 시 「어허 애달파」(1910)에서 나라 잃은 민족의 울분을 아래와 같이 토로하고 있다.

아, 동서남북 어디가도
땅 아닌 곳이 없는데
난 어쩌다 이 땅에 태여났는고
고왕금래 하도 많은 날 가운데
이 몸은 어쩌다 이 때를 만났는고
하늘에 소리쳐 물어보고 싶어도
아, 하늘은 입 다물고 말이 없구나
ㅡ 김택영,「어허 애달판-上」에서 1910,『중국조선족문학사』1990.7. 연변신화인쇄소

산산이 부서진 고국을 불러도 대답이 없는 입 다문 하늘에 비유하여 자신의 미칠 듯한 울분과 설움을 토로하면서 잇달아 비판의 예봉을 일제침략자들에게 돌리고 있다.

암컷처럼 엎드려
저 혼자만 면하려고
남에게 뇌물 바쳐
종복이 되단말가
아, 슬프다
아무리 나라가 쇠했어도
지금 같은 때는 없었으니
뉘라서 우리 임금께
욕 안 가게 하겠는가
다투어 호랑이에게
살코기를 먹여놓고
그 누린내 맡겠다고
애걸복걸 한단말가
ㅡ 김택영,「어허 애달판-下」에서 1910,『중국조선족문학사』1990.7.연변신화인쇄소

시의 마감부분에서 시인은 빼앗긴 조국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미래의 광복에 대한 열렬한 지향을 피력하고 있다. 시 「의병장 안중근이 나라 원수를 갚았다는 말을 듣고」(1909)에서 시인은 간악한 원수 이또 히로부미를 쏘아죽인 안중근의 영웅적 행동에 대한 찬양과 복수의 통쾌한 심정을 다음과 같이 격동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평안도의 장사 한 사람
두 눈 부릅뜨고 뛰어나왔다
마치도 양새끼를 찔러죽이듯
나라의 원수 놈 통쾌 죽였다.
내 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있다가
이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구나
한창 만발한 국화꽃 곁에서
미친 듯 노래하고 기뻐 춤추노라.
-김택영, 「의병장 안중근이 나라 원수를 갚았다는 말을 듣고」, (1909)

위 시는 할빈역두에서 일제침략자의 우두머리를 보기 좋게 처단한 반일(反日) 의병장 안중근의 대담하고 슬기로운 투쟁을 높이 찬양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형상적 표현 속에서 침략의 원흉을 복수한 안중근에게 찬사를 보냄과 더불어 원수들의 멸망과 나라의 독립에 대한 열렬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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