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라매일 신춘문예 심사평&당선소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01일
마음을 울리는 소설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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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부문 심사평·심사 위원 김소윤 소설가, 김병용 소설가
새해의 설렘만큼이나 신춘문예 첫해라는 기대가 큰 공모였다. 전국 각지는 물론, 해외에서 쏟아진 옥고들을 견주는 일이 쉽지 않았다. 전체적으로는 오랫동안 소설을 써왔을 문우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았다. 가족해체와 빈곤의 순환 등 시대를 반영한 작품이 많았고 노년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반려동물이나 식물이 등장하는 작품도 눈에 띄었다. 동학농민혁명, 무신의 난과 같은 역사적 소재나 한 사건에 얽힌 이중적 입장을 다룬 작품들도 소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짐작케 한다. 당선작인 <멀고도 가까운>은 세상으로부터 홀로 내던져진 노숙자 노인의 삶의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한 인간을 둘러싼 세계를 통찰하는 힘이 뛰어났다. 서사의 층위가 두터웠고, 진심이 담긴 문장들이 마음을 울렸다. 서사를 마지막까지 뚝심 있게 밀고 가며, 냉혹한 세계와 대비되는 노인의 연약하고 선한 본성을 그려낸 수작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쉽게 떨어진 분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좋은 소설이란 주관적인 것이지만, 마음을 울리는 소설은 분명 있다.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잠 못 들었을 많은 이들에게, 앞으로 써나갈 몇 줄의 글귀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게 될 것이라고 응원 드린다.
용서해주는 인내심, 사실감으로 다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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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부문 심사평·심사 위원 이구한 문학평론가, 박지연 시인
전체적으로 사유의 전개들이 활발한 편이었다. 너무 힘이 들어가 교훈적으로 전개된 작품들이 더러 있었다. 사건 내용이 너무 많으면 주제가 흐려질 수도 있다. 또한 대상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대상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감정이 앞서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수필이 꼭 지나간 추억을 과거형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대상에 대해 직접적인 접근 방식, 현재형인 접근 방식이 아쉬울 때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최은숙의 「빨래집게」는 박진감이 있는데 비해 많은 장면의 연갈이가 심해 맥이 끊어지는 것이 흠이었다. 김선자의 「조락을 읽다」는 서정성은 우수하나 사실적인 내용 전개가 빈약한 편이었다. 곽혜순의 「내 양심, 바람났던 날」은 진정성은 있으나 함께 보낸 작품에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희경의 「키다리 아저씨」는 비유적 사유가 탁월하지만 이야기 전개를 설명으로 하다 보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이용호의 「소금꽃」은 마라톤을 통해 불면증에 시달리게 했던 사람들을 용서해주는 인내심이 사실감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이용호의 「소금꽃」에 기꺼이 합의했다. 당선을 축하한다.
새로운 언어의 문법과 휴머니즘적 실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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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부문 심사평·심사 위원 김동수 시인, 김기찬 시인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전라매일 신춘문예에 1,500여 편의 시가 전국적으로 고르게 투고됐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최주숙의「벚나무는 천 개의 눈을 뜨네」, 권용례의「옷장의 계절」, 문진숙의「불꽃놀이」, 신귀자의「팔자야 놀자」와 송현숙의「박스를 접다」였다. 선자들은 시인이 구사하고 있는 언어의 참신성, 독창성, 작품성에 관심을 갖고 가능성을 중심으로 심사에 임했다. 최주숙의「벚나무는 천 개의 눈을 뜨네」는 초월적 우주관, 권용례의「옷장의 계절」은 ‘겨울의 옷장’과 ‘봄날의 새싹’에 대한 동일시, 그런가 하면 문진숙의「불꽃놀이」는 신비롭고 역동적인 표현들로 심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내용의 공소성을 극복하지 못한 점이 지적되었다. 끝까지 고심했던 작품은 신귀자와 송현숙의 작품이었다. 신귀자의「팔자야 놀자」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눈뜸의 치열성이 이를 끝내 뒷받침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에 비해 송현숙의「박스를 접다」는 패배와 절망 속에서도 연민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갈구하는 휴머니즘적 시선이 그 배면에 깔려 있음을 알게 한다. 물론 상상력 부족과 상투적인 표현으로 시적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은 아쉬움이 크지만, 그의 다른 응모작들도 고른 수준을 보여 앞으로의 가능성을 믿고 당선작으로 올렸다.
오늘 누군가 불러 준 내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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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부문 윤영서 당선 소감
오래전 당신은 내게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나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부끄럽게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습니다. 끝내 어디서도 우리의 이름은 불리지 못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서로의 절망을 들키지 않으려고 멀찍이 떨어져 늦봄까지 서로를 모른 척 해야만 했습니다. 몇 해 전 가을, 당신은 이곳을 떠났습니다. 긴 여행이 아니라 먼 그곳에 아주 살러 간다는 당신.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돌아오지 않을 마음으로 떠난다는 당신. 그곳에서는 더는 시를 쓰지 않을 거라는 당신. 당신은 그곳에서 내게 늘 물었습니다. “소설 쓰고 있지? 소설은 쓰고 있는 거지?” 그때마다 나는 “당신은 버리고 떠난 걸, 왜 나한테는 붙들고 살래?” 라며 화를 냈습니다. 당신이 괘씸하고 미워서 더 지독하게 소설을 붙들었습니다. 아니, 당신이 어떤 마음인지 알기에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 힘으로 나는 좀 더 쓸 수 있었습니다. 오늘 누군가가 불러 준 내 이름은 당신의 이름입니다. 당신이 있는 그곳은 좀 더 빨리 봄이 도착하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곳에서는 좀 더 따뜻한 계절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곧 만나러 갈게요.
낙선의 고배를 마신 분들에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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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전라매일 |
| 수필 부문 이용호 당선 소감
당선되었다는 통보를 받는 순간, 나 때문에 떨어진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신춘문예-공모전에서 낙선의 고배를 수없이 마셔 본 사람으로서, 당선의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낙선의 고배를 마신 분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다. 민주주의(民主主義)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 문제는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民法) 제678조에는 다음과 같은 규정이 있다. ‘현상(懸賞)공모의 심사 결과에 대해서는 이의(異議)를 하지 못한다.’ 나도, 신춘문예에서, 셀 수도 없을 만큼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대부분 그 심사-결과에 수긍을 했지만, 그 심사결과를 인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당선된 작품이 내 응모작품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던 것…! 신춘문예는 작가의 등용문 중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제도이다. 그런 만큼, 그 권위에 걸맞은 심사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민주적인 심사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우리 문학-계(界)만이라도 이런 민주적인 절차를 도입해 보자. 이것이 바로 나의 당선소감의 핵심이다. 이것이 삶의 진실을 추구하려는 작가의 자세, 즉 작가정신이며, ‘산문정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침이 오지 않을 만큼 긴 밤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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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부문 송현숙 당선 소감
시를 쓰다 힘들면, 배낭 하나 메고 혼자서 훌쩍 떠나곤 합니다. 늦은 시간 공항도착해서 헤매다 노숙도 하고 여행지를 무작정 돌아다녔습니다. 지금도 그 시간들이 오래도록 내면에 그림같이 붙여져 있습니다. 그러한 시간들이 내 시의 정서에 밑그림이 되었습니다. 중학교시절 시인의 꿈이 있었습니다. 그 꿈을 꾸는 듯합니다. 신문사에서 당선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관악산 둘레 길을 걸었습니다. 나무 하나 하나에 의미를 생각하며 한참이나 걸었습니다. 저 소나무 한 그루처럼 나도 어떤 길목에서 바람 불고 비 오는 날 혼자 서 있었던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시는 나의 고독을 덜어주는 가족이자 동반자였으며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준 무형의 존재였습니다. 때로는 힘들어서 놓아버리고 싶고 멀리 도망 왔지만 저는 그곳에 서 있었습니다. 시는 절망과 즐거움을 함께 하였습니다. 시와 좋은 인연을 끝까지 붙들고 가려고 합니다. 귀한 지면을 허락하신 전라매일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저의 미진한 시를 선택하여 주신 심사위원님께 마음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모두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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