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괜한 걱정거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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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턴가 갑자기 노래 연습장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는가 싶더니만 그 이후로 순식간에 온 국민이 하나같이 명가수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반적으로 이뤄지는 평생교육의 효과라든지, 인터넷을 통한 지식 공유의 평준화로 인해 온 국민들이 누리는 필력도 눈부실 만큼 향상되었다. 오늘날엔 너 나 할 것 없이 문인급 수준의 필력들을 누구나 지녔기에 따로 문인 제도를 둘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척이나 고무적인 사실로 인식된다. 머지않아 문인의 등용문이라는 등단 제도마저도 그 의미를 잃고 말 것이라는 예상을 희망해 본다. 하지만 그에 따른 걱정도 은근하다. 오늘날, 글을 쓴다는 문인들의 머릿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에, 매일매일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 많은 서적을 읽어 줄 독자층은 나날이 줄고 있는 형편이다. 독서 시장은 지금 혹한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는 점점 줄고 있다. 나도 이쯤에서 힘을 좀 아낄 것인가? 더 큰 고난의 길로 천착할 것인가? 고민에 든다. 독일의 시인 귄터 아이히(Guenter Eich)는 자신의 시를 읽어 주는 독자가 사론스키에 한 사람 그리고 바트나우하임에도 또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두 사람의 독자만으로도 창작열을 향한 충분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었다. 아이히의 부단한 열정과 넘치는 자부심에 존경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나는 오늘날 어떤 자세로 이처럼 초라한 문단의 텅 빈 공연장을 지켜 낼 수 있을 것인가! 어떠한 철학과 열정으로 오늘의 현실을 잘 버텨 낼 수 있을 것인가! 갈등만 깊어간다. 자신감은 물론 점점 줄어드는 의욕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문학의 영토가 나날이 척박해질 수밖에 없는 토양이란 걸 잘 알면서도 그 터전 위에 문학의 씨앗을 뿌리고 이를 잘 가꾸어 세상 속으로 무언가 향기를 남겨야 하는 한 사람의 문인으로서 작금의 나는 대체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내가 쓴 작품의 평가는 또 어떨까? 궁금하다.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 같은 시인들을 세상이 어느 정도나 이해해 줄지도 왠지 모를 불안감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그리고 내가 써낸 졸작들을 가까이서 진정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지기지우가 과연 단 한 사람이라도 있기는 한 것인지도 몹시 궁금할 따름이다. 이른 새벽부터 괜한 걱정거리들을 쌓아 놓고 있다.
/박얼서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7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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