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지금은 자가격리중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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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이면 성탄절이었다. 가래떡 하려고 쌀을 불리던 중이었다. 그날따라 분주한 일정, 택배 보내고 방앗간 들리고 취득세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아침, 보건소 전화를 받고 머리가 하얘진다. 내가 확진자 옆에 있었단다. 정신을 추스르고 의료원 가는 30분, 만감이 교차한다. 그러더니 그간 만났던 사람들이 머리를 스친다. 확진자와 동선이 같아서 검사는 신속히 진행되었다. 별일은 없겠지. <마라나타> 마라나타~/주 예수여 오시옵소서//코로나 자가 격리 수행 중/꼼짝없이 산에 갇혀/산을 본다/2주 후 재검, 선물을 기다린다/자유//가는 수고를 하지 않으려 오시라 한다/죽음이 두려워 오시라 한다/자유케 한 은혜가 살아 온 세월/자유를 빼앗기지 않으려/당신을 구속하고/마지막 호흡도 부탁하는 기도뿐//부르시면/아멘 하오리다/은혜의 세월였지요// 오후 6시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가슴을 쓸어내린 음성 판정이 고맙다며 성탄절을 맞았다. <화이트 성탄 예배> 축! 화이트 성탄 아침/첫눈이 왔다/갈색 산을 하얀 수채화로 물들여/어둔 새벽 환하게 밝히는 흰 눈//코로나 자가격리자가/예배할 수 없는 성탄절//화이트 성탄절/은혜 받은 인생/남편이 구원을 애걸하며/느린 찬송을 한다//세상에 두 번 없을/화이트 성탄/뼛속에 숨은 죄가 하얗게 고백하고/맑은 영혼을 선물 받은 날//코로나가 화이트 성탄을 준비했다/다시 시작이다/눈이 왔다// 연일 계속되는 확진자 수에 불안하다. 아무리 안전수칙을 잘 지킨다고 했지만,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서 전염될 수 있다는 걸 나의 경우를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불구경하듯 하던 일이 나의 일이 되고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의연할 것 같은 일상이 우왕좌왕하며 뒤섞였다. 대구가 코로나 확산으로 힘들 때 평택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은 서둘러 환자들을 찾아 진료하고 격려하셨다는 얘기를 방송을 통해 들으며 부끄러워졌다. 늘어난 확진자 수만큼 병상이나 자가격리로 불안한 시간을 보내는 많은 사람, 그들 중의 하나가 되어 시를 쓰고 있다. 내 마음을 위로해주고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힘이 되라고. 내일 종말이 온다 해도 사과나무를 심는 스피노자, 믿고 가는 길, 재검을 기다리고 있다.
/송우리 시인 전북시인협회 순창지역위원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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