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그래도 설날은 오고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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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날이다. 코로나가 이 땅을 옥죄고 있어도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날마다 첫날의 아침처럼 가슴 설레며 살 수 있다면, 날마다 동터 오는 새벽의 떨림으로 어딘가에서 우리 빛을 비출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할 수 있을 게다. 새해는, 지나간 연대의 물굽이 속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무수한 행복과 발전과 기적을 나에게 또다시 약속해 주곤 한다.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날이 저만치서 오고 있다. 우리 어린 시절엔 가난한 사람이나 부유한 사람이나 구분 없이 나름대로 가슴 설레고 즐겁던 날이 설날 혹은 추석날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이 순화되고 화합하게 되는 날. 그래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겐 정신의 윤기와 품성의 순치를, 어른들에겐 혈연에의 애착을 부어주는 날이기도 하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맞이하게 되는 설날의 빛깔이 찬란했었다고 기억되는 것은 동터 오는 새날 아침의 햇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끼고 아껴서 명절 때마다 꼭 한 벌씩 지어주시던 색동저고리와 빨간 치마의 아름다운 빛깔 때문이다. 그 고운 빛에 대한 추억으로 인하여 행여 그 어떤 눈물골짜기를 넘게 되더라도 가뿐히 넘어 가길 바라는 부모님의 사랑과 염원이 스며있는 꼬까옷 한 벌. 우리 이웃에는 그야말로 삼가고 조심하며 섧게 설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땅에 몰래 들어와 공장 근로자로 취업해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아시아 청년들과 농촌 총각과 결혼을 한 동남아 여인들, 그리고 그들의 2세들이다. 그들에 대한 염려스러운 말들이 많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시안들은 처한 환경을 잘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시부모님의 총애를 받으며 부지런해 살림 일구는 솜씨가 우리나라 여자들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더러는 우리가 외면한 외로운 노인들을 우리 대신 거두고 보살피는 일을 담당하는 기특한 손길들도 있다. 부디 이 땅에 발을 들여놓은 모든 아들딸이,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설을 맞는 우리 아들딸들이 이 겨울에 마음속까지 외롭고 춥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코로나가 제아무리 기세를 떨쳐도 새해 아침의 햇빛같이 빛나는 꿈 하나씩 간직하고 그 꿈으로 인하여, 하루하루가 그리 절망적이지 않기를.
/김은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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