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에 매미가 들어갔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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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내 귓속으로 매미 한 마리가 날아들어 와 둥지를 틀었다. 한적한 시골의 느티나무에 붙어있던 매미가 아니라, 온갖 소음을 뛰어넘으려는 듯 목청이 닳아져라 우는 도심의 가로수에서 살던 녀석이 분명하다. 소리의 고문, 혼미한 정신, 집중할 수 없는 형벌임이 틀림없는 이명 현상이 찾아오기까지 그동안 나와는 무관한 병처럼 생각하며 살아왔었다. 사실 세상의 모든 병은 그렇게 오지 않던가? 그나저나 의사는 귓속의 염증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치료하기 시작했지만 좀처럼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명 현상은 이미 쉽지 않은 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의사 선생님이 어제는 “완치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그렇게 되면 그냥 그 소리에 적응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화성 탐사도 하는 요즘 시대에 그깟 귓속 병 하나 고치지 못한다고 원망을 하다가, 문득 나를 돌아본다. 사실 다혈질인 나는 흥분하면 목소리가 커진다. 거기다가 나이가 들어갈수록 늙은 앵무새처럼 잔소리가 많아진다. 그러니 누군가의 귀에 내 음성은 분명 이명일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 이명은 내 몸에 있었으나 미처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미치자, 나랑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귀를 그리고 마음을 아프게 한 시끄러운 인간은 아니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게 된다. 세상일이 항상 그렇듯 완벽하게 나쁜 것은 없다고, 인생은 해석하는 자의 몫이라고 생각해보는 시간이 바로 병이 주는 교훈인가 보다. 이 정도의 질병이야 나을 거라고 믿지만, 생각해보니 한겨울에 듣는 매미 소리도 묘하고, 한파가 한 발짝 물러선 기분도 괜찮다. 오래전 모 방송국 뉴스 생방송 중에 괴한이 들어와 앵커의 마이크에다가 대고 “내 귀에 도청 장치가 되어있다”라고 외쳤던 일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명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까지 이해할 만큼 감수성이 확장됐다. 또한 마음속에 갖고 살아가는 아픔들까지 헤아려보는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 적응 못 하고 살 일이 어디 있던가? 깜깜한 귓속에서 덩그렇게 혼자 있어서 매미가 더 크게 우는 것인지도 모르니, 의사 선생님께 매미가 빛을 따라 나올 수 있게 플래시를 좀 비춰 달라 부탁해야겠다. 그러면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시인이냐고 물어볼까? 아니면 정신과 진료받기를 권할까? 그것이 무척 궁금해서 병원 갈 시간이 설렌다.
김영기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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