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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을 문학산책]보석과 명품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2월 03일
ⓒ e-전라매일
그녀는 40년 가까운 세월을 국어교사로 근무하다 2년 전 명예퇴직했다.
명예퇴직엔 이런저런 이유가 있었지만, 시력이 좋지 않은 친정엄마를 지금 모시지 않으면 후회될 것 같다는 이유가 제일 컸던 것 같다. 퇴임한 그녀는 단독주택을 사고, 리모델링해서 이사를 했다. 친정엄마를 모셔오기 위해서였다. 살림 솜씨가 좋은 그녀의 집은 은가락지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고 주방엔 훈김이 나서 항상 잔칫집 같았다. 갤러리처럼 꾸며놓은 그녀의 집은 격조 있는 그림들로 멋진 분위기였다.
그녀의 퇴직은 무료하지 않았다. 시 읽기 모임, 시 낭송, 밀린 독서, 주역 강의를 신청하고 음악회에 가고 지인들의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성의는 누가 봐도 대단했다. 그녀는 늦잠을 즐겼다. 평생을 출근하고 애들 챙기느라 늦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인지, 출근 걱정 없이 이불 속에 누워있는 시간이 제일 달콤했다. 그녀의 취미 중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그녀가 야구와 축구광이라는 것이다. 밤을 새워 축구 중계를 보는 그녀를, 스포츠를 싫어하는 나로선 어떻게 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응원하는 팀이 지는 경기를 보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낯설기보다 그녀의 진정성을 보는 듯 가슴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손흥민, 노란색에 강했다!.’ 그녀가 좋아할 만한 뉴스였다.
주변을 다 정리하고 친정엄마가 그녀의 집으로 오셨다. 제일 크고 편리한 안방을 어머니께 드렸다. 아니, 애초부터 어머니를 위해 꾸며진 방이라 특별히 옮기고 말 것도 없이 부부는 작은 방에서 더욱 오붓해졌다.
그리고 어머니의 자극 없는 반찬, 남편의 옛날 식성, 아들딸의 젊은 입맛을 두루두루 만족시키며 다섯 식구 식사를 알뜰하게 챙겼다. 혼자 밥 먹는 걸 제일 싫어하면서도 혼자 밥을 먹을 수밖에 없는 요즘 세상에 매일 식탁을 따뜻하게 차려내는 그녀는 이 시대의 마지막 엄마의 모습 같았다. 무엇보다 친정엄마 식성에 맞는 음식을 끼니마다 만들어 잡수는 모습을 SNS에 올리는 걸 보면 너무 좋아 보였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그녀를 두고 하는 소리 같았다. 한 사람의 사랑과 희생으로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안전하고 행복해지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 말대로 인생은 사랑 없이는 가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그녀가 내게 묻는다.
“언니. 왜 난 보석과 명품에 관심이 없을까? 돈이 없어서일까, 수수해서일까?”
“아닐걸. 네 마음이 이미 보석이고 너라는 사람 자체가 명품인데 보석과 명품을 탐낸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그래서 관심이 없는 거야!”
“언니, 그 말 욕심 내도 돼? ”
감격 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물었다.
이처럼 조그만 칭찬에도 감격하는 그녀는 자기가 보석이면서 명품인지도 모르고 홀로 빛나고 있었다.


최화경
전 행촌수필 회장
현 전주문협 회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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