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무소유 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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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유 길은 송광사 탑전에서 불일암까지 1.5km 구간의 오솔길이다. 작고한 법정 스님이 ‘무소유’ 등을 집필하고 17년간 기거하며 오갔던 불일암은 대나무 숲길을 비롯해 삼나무, 편백나무, 상수리나무들이 자라며 바람을 업고 꽃을 피우고 잎사귀를 떨구고, 삭풍을 맞으며 사계를 지어내는 소박하고 겸손한 작은 산길이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 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라고 법정 스님은 말한다. 그는 간소하고 청빈한 수도자로서의 성찰과 비움의 철학을 실천하며 지나치게 소유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비우는 삶’의 행복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78년의 그의 생은 난초 하나 자기 것으로 두지 않고 삶의 순수에 천착하며 강원도 산골 오두막에서 자연과 더불어 맑고 청명한 삶을 살다 갔다. 자연의 한 구성원으로서 인간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며 이웃을 남몰래 도왔던 맑고 밝은 삶은 오늘날 부와 권력과 명예를 탐닉하며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현대인들에게 죽비를 두드리며 일갈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 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모두가 한때일 뿐. 그 한때를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다. 그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라는 맑고 향기로운 영혼의 메시지를 던지며 진흙 속에 피어나는 연꽃처럼 우리에게 위대한 가르침과 함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현대인의 삶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빈부를 떠나고 권력의 유무를 떠나고 명예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들이 갖는 정신적 불안이나 무력감은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부나 권력이나 명예를 갖고 있을 때는 그것을 빼앗기지 않고 더욱더 지키고 늘려나가기 위해선 극도의 불안과 정신적 피로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현대 산업 사회와 자본주의 체제가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와 번영이 물질적 기준에 의해 인간의 삶을 분류하는 부작용을 낳았으며, 인간 개개인의 개성은 자본과 무한경쟁의 논리 속에 무시되며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인간의 존엄이 금전과 물질에 의해 평가되는 문제를 양산했기 때문이다. 요즘을 백세 시대라고 일컫는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무심코 후박나무 옆 손바닥만 한 푯말 앞에 서성거리는 필자 자신에게 스쳐 가는 바람은 말한다. ‘이 아름다운 봄날 당신에게 어떤 꽃과 나무들이 말을 걸어오는지 가슴으로 느껴보라’고.
/이내빈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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