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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 눈] 책의 날개를 타고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02일
ⓒ e-전라매일
초여름에 있었어야 했던 장마를 오려내어, 여름의 끝자락에다가 붙여넣기 한 것처럼 날씨가 혼란스럽다. 덕분에 늦더위마저 연일 쏟아지는 비에 힘을 못 쓰니, 예년보다 가을이 일찍 시작된 기분이다.
오랜만에 책을 펼쳐 들었다. 책이 양 날개를 펴자 나를 태우고 날아오른다.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잊고 살았던 장년을 지나 유년 시절에 내려놓는다.
아, 거기 아주 초라한 코흘리개 아이가 있다. 어른들은 생활이 어려워 타지로 떠도는 환경이라 늘 더럽고 냄새나는 아이, 스케치북도 크레파스도 없어서 미술 시간이면 벌서던 아이, 지독한 열등감으로 내성적인 아이, 어느 날 그런 아이에게 담임 선생님이 헬렌 켈러의 자서전을 주면서 고전 읽기 활동을 권했다.
선생님의 관심이 목마르면서 부끄러웠지만, 덕분에 주로 위인전을 읽고 독후감을 썼다. 월요일마다 운동장 조회 시간에 단상에 올라가서 낭독도 했다. 책 한 권 읽어본 적 없었던 아이가, 타인과 얘기만 해도 얼굴부터 붉어져서 말을 못 하던 아이가 어떻게 변했을까?
소년기에 읽었던 위인전은 두고두고 그를 지탱하는 힘이었고 나침반이 되어줬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풍부한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으며, 단상에 섰던 경험은 그를 용감하게 만들었다.
청년 시절 막노동판에서도 부끄럽지 않았던 것은 그때 읽었던 책 덕분이다.
지금 남원문인협회에서 그때 담임선생님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여전히 모든 사람에게 자상하고, 퇴임 후엔 자원봉사 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분이다.
자주 뵙지만, 가을이면 늘 선생님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감사하다는 말을 삼켰던 그 유년의 마음에다가, 인생을 살아갈수록 고마운 마음이 더욱 더해진다는 말을 담아서 말이다.
아, 가을에는 나를 붙잡아주고 인도해준 책에도 감사하고 싶다.
올가을엔 단풍이 더욱더 붉었으면 좋겠다.

/김영기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9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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