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7-16 06:39:0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뉴스 > 요일별 특집

[문학칼럼-시인의 눈] 차꽃 같은 시를 쓰고 싶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02일
ⓒ e-전라매일
꽃보다 화려한 단풍이 정신을 놓은 듯 한순간에 우수수 떨어지는 11월에 산을 찾았다.
풍경 때문에 외로워지는 내 마음은 더 쓸쓸한 풍경 속에서 위안을 찾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 사찰이 있었던 절터 부근에는 아무도 돌보지 않아 야생이 된 차나무들이 있는 법, 싱싱한 잎 사이로 노란 산호초 같은 수술을 내뿜고 있는 차꽃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앙상한 나무들 사이에서 늘 푸른 잎사귀도 놀라운데 수줍게 핀 하얀 꽃이라니, 그 강인함과 우아함이 메마른 가지에서 잎 없이도 툭툭 피는 매화처럼 감동적이다.
더구나 앙증맞은 열매가 꽃과 동시에 맺혀있다. 사실 차나무는 열매와 꽃이 함께 있는 유일한 식물이다. 작년에 피었던 꽃의 열매가 올해 꽃필 무렵이 되어서야 씨앗을 맺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열매와 꽃이 만나는 나무라고 해서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고 부른다.
차꽃을 몇 개 따와서 녹차 우려낸 잔에다 띄워보니, 찻잔 안에서 다시 핀 꽃은 정말 아름답다. 물론 차꽃을 1주일 이상 그늘진 곳에서 말렸다가 찻잔에 2~3송이 정도 넣고 차꽃만으로 우려내어 마시기도 한다. 두통, 소화력 향상, 알코올 해독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맛과 풍류와 건강까지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차꽃은 겸손을 상징하고 꽃말은 추억이라고 한다. 하기야 좋은 사람과 마시는 따뜻한 차는 좋은 추억이 아니겠는가.
순백의 꽃잎 색깔은 백의민족을 상징하고, 다섯 개의 꽃잎은 신맛, 단맛, 짠맛, 쓴맛, 매운맛을 나타낸다고 한다. 차 한 잔에 우리 민족의 기상과 세상에서 겪는 인생의 모든 의미가 다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찻잔을 든 손이 무겁다. 봄에 찻잎으로 피어날 기운까지 꿈틀거린다.
외로움이 향기를 갖는 11월의 차꽃, 푸른 잎은 겨울을 견뎌내고 하얀 꽃은 서리를 이겨내기에 그토록 맑은 향을 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스님들이 차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차를 좋아한다. 술에 차꽃을 재워 숙취가 없는 차 술을 만들기도 한다니, 차와 술이 영 못 어울릴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찬 바람을 뚫고 피어나는 그 소박하고 순결한 꽃의 향기를 맡다보니, 차꽃 같은 시를 쓰고 싶어졌다. 겨울밤 혼자 조용히 차를 마시면서 차꽃을 닮아간다.

/김영기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12월 02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민선8기 3주년 전춘성 진안군수, “지속가능 생태치유도시 실현,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 본  
시민과 함께 일군 빛나는 3년, 정읍의 담대한 변화 이끌다  
<2025년 민선 8기 고창군정 성과> 군-정치권 노력끝에 노을대교 2030년 개통 청신  
지해춘 군산시의원의 생활밀착 의정 “발로 뛰어야 도시가 보인다”  
<2025년 민선 8기 고창군정 성과> 심덕섭호 3년, 변화와 성장으로 미래 열었다  
<2025년 민선 8기 고창군정 성과> 심덕섭호 3년, 변화와 성장으로 미래 열었다  
“전주의 결의, 만주의 승전” 봉오동 전투 105주년 전북서 되살아난 항일의 불꽃  
전주의 결의, 만주의 승전” 봉오동 전투 105주년 전북서 되살아난 항일의 불꽃  
포토뉴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여름방학 특별 체험 프로그램 운영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신순철)이 여름방학을 맞아 정읍 황토현에 위치한 동학농민혁명박물관에서 하계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번 프로그램 
국립무형유산원, 고(故) 강선영 명인 삶과 예술을 무대에 올린다
전통예술의 본산인 국립무형유산원이 우리 춤의 거장, 고(故) 강선영 명인을 예술로 추모한다. 국립무형유산원(원장 박판용)은 오는 7월 25일과 
한국예술문화명인전 `2025名人 同樂展` 전북 예술회관에서 성료
한국예술문화명인 전북특별자치도지회(회장 김상휘)가 주관하고 (사)한국예총과 (사)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의 후원으로 열린 한국예술문화명인 초대전  
익산시티투어 전면 개편…관광도시 도약 `본격 시동`
익산시가 시티투어를 전면 개편하고 관광도시 도약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시는 관광 콘텐츠 재구성, 예약 시스템 개선, 지역 상생모델 강화 
전주천년한지관, 두 번째 기획전
전주문화재단(대표 최락기)이 전주천년한지관에서 두 번째 특별기획전 ‘그럼에도 꽃이었다’를 선보이며, 전통 공예 지화(紙花)를 통해 인간의 삶과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편집·발행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