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2-05-29 오후 06:06:0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검색
속보
;
뉴스 > 요일별 특집

[문학칼럼-시인의 눈] 고전을 품은 여인의 곡선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1월 23일
ⓒ e-전라매일
‘달하 노피곰 도다샤’로 시작하는 백제 가요 ‘정읍사’는 행상을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설화이다.
며칠 전 망부상을 보기 위해 정읍사 공원을 찾았다. 3층 정도의 계단을 오르니 쪽 진 머리와 긴 저고리에 치마를 입은 여인이 손을 모으고 있었다. 마치 달님에게, 돌아오는 남편의 발길에 밝은 빛을 비추어 달라고 빌고 있는 듯하였다. 날이 곧 어두워지니 장사는 그만두고라도 몸성히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마음, 그 여인의 마음으로 아양산에 올라보니 정읍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건축물은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달의 원형을 닮았고 발을 디딤으로 느껴졌다. 곡선은 둥그렇게 내 안에서 파문이 일더니 물보라로 퍼져나가 그 선에서 멈추지 않고 손끝으로 전해졌다. 공원 주변은 모두 곡선으로 되어 있다. 여인상은 이제 고전이 되어 현재를 밝히고 있다. 곡선으로 된 계단, 여인상을 보려고 오르는 계단이 둥그렇게 한 계단씩 이어져 있었다. 여인의 마음이 보름달처럼 둥글게 퍼져 달빛이 먼 곳까지 길을 밝혔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직선은 반듯하고 정확한 계산이 깔려 있다면 곡선은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까지 살필 수 있는 세심함을 담았다.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곳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많다. 미켈란젤로는 메디치가 교황의 의뢰로 산 로렌초 수도원에 도서관을 설계하게 된다. 바로 세상의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이다. 미켈란젤로는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꿈속에서 둥근 계단을 보았는데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말이다. 이 도서관은 이렇게 하여 탄생하였고 세계 최초로 둥근 계단이 있는 공공 도서관이 된다.
정읍사 공원도 라우렌치아나 도서관 못지않게 주변 경관과 함께 백제의 고풍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정읍사는 한글로 된 백제의 가요로 구전되어 오다가 악학궤범에 기록되어 천년 부부 사랑을 전하는 옛 노래의 고전이 되었다. 백제의 문화를 우리 고장에서 느낄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다.
고전이 책으로만 한정되어 도서관에서만 볼 수 있다면 불행한 일이다. 도서관에 들어가지 않아도 공원을 거닐며 옛 선인들의 발자취를 향유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 아닌가. 우리는 이미 빛의 속도에 길들여져 있지만 걸어 다니면서 고전을 발견하고 느끼고 취할 수 있다. 여기 정읍사 아양산 공원에서 둥근 계단을 발견하고 계단의 선을 통하여 새삼 백제의 후손인 것 같아 자랑스럽다.

/김은유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1월 23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사설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요일별 기획
인물포커스
교육현장스케치
기업탐방
우리가족만만세
재경도민회
기획특집
세계속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박금숙 ‘닥종이 인형’  
‘무주산골영화제’ 달라진 10회 특별한 10色  
해와 달이 아름다움에 취해 머무는 부안 ‘변산팔경’..  
순창, 다양한 교육사업으로 청소년의 미래를 응원하다  
道 문화관광재단 관광본부 설립 1년, 성과와 방향  
에너지 효율개선으로 손실 에너지 바로잡자  
무주 아동들, 호랑이와 친숙하게 지내요  
사시사철, 변함없는 ‘장수 번암 죽림마을’  
포토뉴스
정읍시, 인형극 ‘돼지맘이 들려주는 의좋..
정읍시는 지난 25일 정읍사문예회관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 ‘돼지맘이 들려주는.. 
김제 벽골제, 역사와 가치의 현장을 걷다
김제시가 벽골제의 역사문화적 가치 확산을 위해 시정을 집중하고 있다26일 시에 따르.. 
김제 요촌동, 본정통 거리에 `포켓공원`조..
 
김제시, 이동형‘거리미술관’개관
김제시가 컨테이너를 활용한 예술 작품을 전시한다.23일 시에 따르면 이동형‘거리미.. 
김제시 문화홍보축제실 직원, 농촌 일손돕..
김제시 문화홍보축제실 직원들은 지난 20일 부족한 농촌 일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주소: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55. 남양빌딩 3층
발행인·편집인: 홍성일 / 회장: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 mail: jlmi1400@hanmail.net
청탁방지담당관: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복순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마케팅 담당자: 이준혁 (010-250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