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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면서 보니 산봉우리에 이르는 길이 꼭 한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허리 능선을 따라 더러는 골짜기를 지나 서로 다른 길로 산을 오른다.
골짜기 물을 바라보며 위를 올려다보니 산을 오르는 길 바위너설이며 이름 모를 고목(古木)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산을 오르라고 말한다.
내가 오르는 골짜기 지난 봄 꽃샘에 떨어진 고운 꽃잎 꽃잎 색 지워진지 오랜 꽃잎이 쓸쓸한 형체로 깊은 골에 홀로 남아 있다가 골짜기 물을 따라 이 봄에야 흘러내린다.
<시작노트> 산에 가보면 안다. 산을 오르는 길이 어찌 한 길 뿐이겠는가. 한평생을 그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며 보낸다. 서두르지 않고 보낸다. 문득 골짜기 고여 있는 물속을 보니 작년에 떨어진 꽃잎들 흘러내리지 못하고 돌 틈에 끼어 있음을 보다. 살아가는 인생이 뭐 다르랴. 이미 다 지난 일인데 흘려보내지 못하고 있던 가슴앓이들을 이 봄에 세월 따라 보낸다. 아! 가슴 속이 시원하다.
/김 환 생 전북시인협회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