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한 편의 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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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담 같은 얘기지만 요즈음 시를 읽는 사람보다 시를 쓰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생학습이라는 취지와 맞물려 인문학의 확산, 노인 인구의 증가 및 여가활동의 증대 등으로 대학의 평생교육원은 물론 도서관, 주민자치센터까지 문학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척박한 우리의 문학 풍토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어쨌든 현실적으로 그만큼 시를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현상은 주지의 사실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가려고 했던 길을 끝까지 가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끝까지 가보지 않고 조급하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갖지 못하게 될 때 포기하거나 절망하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나 가고자 하는 길에 어떠한 장애나 예기치 못한 것들이 가로막고 있다 할지라도 한 번 가기로 작정했다면 끝까지 버텨봐야 할 일이고 그 과정은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문학을 하는 일, 시를 짓는 일은 그래야 하고 시인이란 존재는 그런 기질을 가져야 만이 정말 시다운 시를 써볼 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삶이 담보되지 않은 시는 잔고 없이 남발하는 수표와 같다. 그에 반해 가장 아름다운 시는 전 재산을 걸고 떼어주는 백지수표나 마찬가지’라고 이성복 시인은 말한다. 어떤 이는 ‘진정한 시인은 승리하기 위해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패배하기를 선택한 사람이다’라고 피력하기도 한다. ‘열정 없이는 어떠한 위대한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에머슨의 말은 새삼 현대의 시인들이 가져야 할 필수적 덕목이 아닌가 생각된다. 시는 곧 시인이어야 하고, 시인의 삶이 곧 시로 표출되어야 한다는 말은 시인이란 아마도 자신만의 빛으로, 자신만의 언어로 온갖 사물이나 현상을 표현하려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성복 시인은 ‘바닷가에 시체들이 파도에 밀려온다면 그 시체에 가장 먼저 달려드는 것은 파리다. 그 파리가 곧 시인의 자리다’라는 비유로 시를 지어내는 일의 엄혹함과 치열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의 시가 탄생하는 과정은 바로 그런 것이며, 고뇌하지 않고 고독하지 않으면서 좋은 시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원고지 고랑마다 삶의 가장 절실한 흥분으로 충혈된 감성의 씨앗을 파종하는 시인의 사유는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자신의 전부를 던지는 치열한 창조의 과정인 것이다.
/이 내 빈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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