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숙의 닥종이 이야기 제1회] 배추를 버무리는 품앗이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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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념이 싱거우니 소금 조금 더 넣어야 겠다” “엄마, 여기 배추 갑니다요.” “여기 고추 다대기가 더 필요해요.” “엄마, 김치에 굴이랑 함께 먹어봐도 되나요?” 해마다 겨울이 되면 온 가족의 행사가 되고 있는 김장 만드는 풍경이다. 딸 셋만 있는 친정은 큰언니를 선두로 모두들 각자의 몫을 해낸다. 동네에서 오신 작은엄마(동네에서 나이가 제일 어리셔서 우리는 작은엄마라 불렀다), 유진엄마, 종환엄마, 운이엄마는 엄마와 품앗이로 돌아가며 도와주신다. 부엌에서 고기 삶느라 분주하던 작은 언니와 내가 점심을 준비하면 방금 버물인 김치와 함께 밥 한공기를 뚝딱 비워버린다. 은은한 커피향과 함께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자녀들이 얼마나 컸는지 사고는 없었는지 얼마나 대단하게 자랐는지 서로서로 얘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일 년 한 번 뵙는 분들도 있지만 친정 엄마와 얘기하시며 웃음꽃이 피어나는 이 시간이 참 좋다. 산더미처럼 쌓였던 배추들이 빨간색 옷을 입고 김칫독으로 들어가니 어느 새 바닥이 보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세요.” “다음에 유진이랑 종환이랑 양신이랑 함께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라 너네들은 자주 만나렴. 우린 간다” 동네 어르신들이 하나 둘 일어나시고 친정엄마는 뒷정리에 들어간다. “이것은 첫째, 이건 둘째, 막내는 조금만 가져가고 나중에 익어지면 더 줄게~” 그리고 딸 셋과 엄마는 따뜻한 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며 하루의 피로를 잊는다. <김장하는 날> 작품은 겨울철 우리나라의 서민 행사인 ‘김장’의 전체적인 느낌이 돋보이도록 닥종이 인형의 다양한 표정과 몸짓을 활용한 작품이다. 인형 하나하나의 표정과 몸짓에 담긴 서사를 통해 김장을 하면서 왁자지껄 한 우리의 모습과 우리 민족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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