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농와지경(弄瓦之慶)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7월 28일
|
 |
|
ⓒ e-전라매일 |
| 물속인데 큰 구멍으로 들어가는 물고기를 발견했다. 빠른 속도로 가까이 다가가서온 힘을 다하여 힘들게 잡아 빼내었다. 휴~ 빼내고 보니 아주 크고 뽀샤시한 게 여간 예쁘지 않은 물고기였다. 은빛 비늘이 햇빛에 반짝거리니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돌아 누우며 눈이 떠져 깨어나 보니 꿈이었다. 시어머님은 태몽이 분명하다고 하시며 무척 좋아하셨다. 나는 두 아들을 연년생으로 두었다. 시어머님은 두 손자를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양육하시는 것 같았다. 늦도록 농부였던 시어머님은 낮이면 논에 다녀오셔서도 두 손자를 깨끗이 씻겨서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를 한 바퀴 도시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는 사람마다 “손주가 참 예쁘게 생겼네요.” 하는 이 말을 듣는 재미가 너무 좋아 하루의 피곤조차도 다 날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러던 두 아들이 어느새 성인이 되어 각자 전공대로 유수한 직장의 일원으로 각기 가정을 꾸린 것이다. 친구들 이야기나 또는 어떤 모임을 가 보던지 다들 장성한 자녀들 결혼 얘기는 주된 관심거리였다. 결혼을 생각도 하지 않아서 속이 터진다는 사람이 한 둘 늘어 가는데 우리 아들 둘은 비교적 적령에 결혼을 한 것이어서 한 시름 놓고 감사하게 생각하던 터였다. 갑자기 폰이 울려 받아보니 큰아들이다. “어머니, 머지않아 할머니가 되시겠어요.” 하는 게 아닌가, 우리가 나눈 꿈 이야기를 마치 곁에서 들은 것처럼...... 열 달이 지난 어느 가을날, 며느리는 딸을 순산했다. 유리창 밖에서만 볼 수 있다 하는데 올라가 보니 어쩌면 내 꿈속에서 보았던 그 은빛, 뽀샤시한 게 꼭 닮아 보였다. 우리 가정에 행운의 여신은 비껴가지 않았다. 행복 바이러스가 기웃기웃 하더니 우리의 품 안을 파고든 것이다. 우리는 기쁨을 가득 안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웃음소리는 높아지고 만물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영혼까지 아드레날린이 퐁퐁 솟아나는 이 농와지경弄瓦之慶은 누구나 다 경험하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나는 딸을 갖지 못하여 더욱 첫 손녀에 애착이 가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우리에게 행복의 패스워드를 안겨 준 주인공은 첫 손녀이다.
/배순금 시인 전북시인협회 익산지역위원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7월 28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