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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전라매일 |
| 서래봉은 제 몸 쩍쩍 갈라 푸른 하늘에 연꽃 피우니 햇살도 벽련암에 내려 가부좌를 틀었다
스님! 아직 철이 일러 단풍은 시월 중순께나 들겠어요
처사님 재촉 마시게 올봄 태어난 새들은 아직 식지 않은 햇살을 쪼아먹고 있다네 사람이 물드는지 내장이 단풍 드는지 몰라도 저 작은 애기단풍도 바람에 흔들리며 물들고 있으니 곧 타오를 것이네
빛도 바람도 도량의 처마로 내려앉고 세상도 찻잔에 우려지니 그 맛이 더욱 말갛구먼 산과 물은 돌고 돌아 만나고 헤어질 것이고 채우고 비우는 것은 사람들 일이려니 기다려보시게
시간은 또 길 위에서 겨울과 봄으로 인도할 것이니 가만히 눈감아 보시게 저 나무들 모두 팔 벌려 햇살 버무리는 소리 들리지 않은가 가슴에 바람치고 물도 처 이 세상 같이 버무려져 보세나
<시작노트> 내장산 단풍 절정이 언제냐고 묻지 말자. 바람이 오기 전에 지금 길을 나서지 않으면 낙엽마저도 밟지 못할 것이니...
/홍진용 전북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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