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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눈] 오늘 점심은 소풍이야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1일
ⓒ e-전라매일
눈만 감으면 헛것처럼 그리운 얼굴이 아른거린다. 금방이라도 전화를 걸어 “언제 안 올래?” 시도 때도 없이 외롭다 하시던 울 엄마. 아빠 곁에 가셨으니 외롭진 않겠지.
입동을 코앞에 두고 제법 기온이 내려간 늦가을. “햇빛 따시다, 여보 오늘 점심은 소풍이야!” 화단 한쪽에서 아직 자태를 뽐내며 옹기종기 수다 중인 구절초 한 송이 따다 접시 위에 띄워놓고, 쪽파 전 부치고, 입맛 돋우는 고수 한 줌 넣어 무생채랑 다시마 밥, 모두가 늙어가는 우리의 건강 지킴이다. 한창때 열댓 명의 밥상을 일도 없이 차려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 둘이서 마주 앉았다. 입꼬리가 귀에 걸려 “와우!” 얼굴 가득 웃고 있는 모습이 처음 만난 그날처럼 해맑다. 늦둥이로 태어난 막내 덕분에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터라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데 어떻게 빵만 먹고 사느냐고 투덜거리며 여행 중에도 한인식당 맛집을 찾아갔었다. 간장, 고추장, 된장이면 깊고 우아한 맛을 내는 우리 음식이 멋스럽고 자랑스러웠다. 여행 끝날 우리는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에서 대한항공 직항을 예매하고 줄을 서 있었다. 그런데 끝없이 줄 서 있는 사람들은 거의 외국인이었다. 잘 못 서 있는 건 아닐까 우리를 의심했다. 코로나의 상황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를 찾는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해보았다. 그 해답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 음식의 멋스러움과 맛에 있었다는 걸 고맙고 감사했다. 방송을 통해 김치찌개, 불고기, 된장찌개를 좋아한다며 수다 떠는 외국인들이 친근감 있게 느껴지고 낯설지 않다.
한낮의 가을 햇살이 창을 넘어 식탁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창문 가까이 고개를 들이댄 조각구름이 소풍의 운치를 더해 주었다. 창밖 목련나무 가지에서 재잘대는 참새 떼 들이 우리를 부러워하는 듯하다. “여보 무생채 넣고 밥은 비벼 먹을까?”
꿀 떨어지는 얘기로 우리의 풋사랑을 퍼 올리며 쓱쓱 비볐다. 이 맛이야! 신토불이. 끓일수록 우러나는 깊은 맛, 씹을수록 느껴지는 달달하고 고소한 그 맛은 우리의 삶과 같다. 인생의 가을에 서 있는 우리는 날마다 소풍을 간다.

/성진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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