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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눈] 아름다운 뒷모습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8일
ⓒ e-전라매일
꽃잎 날리는 길섶을 지나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후략)’라고 읊었던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생각한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저토록 애틋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서부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서부영화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나같이 단순한 사람들의 속단을 뒤집어버리는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주인공을 본다.
그는 가장 절박한 순간에 홀연히 나타나 악당들을 물리친다.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고 괴롭히던 패거리들은 안간힘을 다해 대응해보지만 역부족이다. 단호하고도 매정하게 악당들을 응징하는 주인공에게 마을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각종 공포에서 해방된 무리의 대표가 그에게 지도자로 남아주기를 간청한다.
이 시점에서 한국 사람인 나는 속단한다. 그는 이제 그곳에서 높은 벼슬에 오르고 권세를 누릴 거라고.
그러나 그는 유유히 떠나버린다. 둘러선 사람들을 향해 싱긋 웃음을 보인 뒤 손가락을 잠시 들어 보이고는 말을 타고 먼지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떠나는 이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말하려면 1992년 12월에 발간된 국내 일간지의 사설 한 대목을 인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언제나 공작정치의 대상이었고 위협과 회유의 대상이었다. 사형선고 앞에서 미소 지으며 유혹 속에서 양심을 지켰다. -중략- 그의 정치 역정이 이처럼 진지했기에 그의 깨끗한 퇴장은 한결 더 우리의 가슴에 감동을 남긴다.’
지난날 어느 정치인의 빛나는 퇴장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핍박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새삼 부각시킬 의도도 없다. 다만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서서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살았었다는 글귀가 기억에 남아서 인용할 뿐이다.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서부영화의 영웅과, 올곧은 정객과, 축제 마당을 돌아 나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아름답게 떠나가는 세상 모든 것들의 뒷모습을.

/김은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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