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3-03-22 오후 05:56:1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검색
속보
;
뉴스 > 요일별 특집

[문학칼럼-시인의눈] 아름다운 뒷모습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8일
ⓒ e-전라매일
꽃잎 날리는 길섶을 지나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후략)’라고 읊었던 어느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생각한다.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이, 저토록 애틋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서부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서부영화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나같이 단순한 사람들의 속단을 뒤집어버리는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주인공을 본다.
그는 가장 절박한 순간에 홀연히 나타나 악당들을 물리친다. 사람들을 함부로 죽이고 괴롭히던 패거리들은 안간힘을 다해 대응해보지만 역부족이다. 단호하고도 매정하게 악당들을 응징하는 주인공에게 마을 사람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각종 공포에서 해방된 무리의 대표가 그에게 지도자로 남아주기를 간청한다.
이 시점에서 한국 사람인 나는 속단한다. 그는 이제 그곳에서 높은 벼슬에 오르고 권세를 누릴 거라고.
그러나 그는 유유히 떠나버린다. 둘러선 사람들을 향해 싱긋 웃음을 보인 뒤 손가락을 잠시 들어 보이고는 말을 타고 먼지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떠나는 이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말하려면 1992년 12월에 발간된 국내 일간지의 사설 한 대목을 인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언제나 공작정치의 대상이었고 위협과 회유의 대상이었다. 사형선고 앞에서 미소 지으며 유혹 속에서 양심을 지켰다. -중략- 그의 정치 역정이 이처럼 진지했기에 그의 깨끗한 퇴장은 한결 더 우리의 가슴에 감동을 남긴다.’
지난날 어느 정치인의 빛나는 퇴장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핍박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새삼 부각시킬 의도도 없다. 다만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서서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살았었다는 글귀가 기억에 남아서 인용할 뿐이다.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응원한다. 서부영화의 영웅과, 올곧은 정객과, 축제 마당을 돌아 나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아름답게 떠나가는 세상 모든 것들의 뒷모습을.

/김은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08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사설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요일별 기획
인물포커스
교육현장스케치
기업탐방
우리가족만만세
재경도민회
기획특집
전북의 숨은 고수를 찾아서-베이시스트 윤시양을 만나..  
“신성장 동력 마련” 전북도-정치권-완주군 합작품  
익산시 국가식품산단 유치 ‘미래식품산업 중심’되다  
2023년 세계 물의 날 특별 칼럼-물을 물로 보지 마라  
부안소방서, 봄철 화재 대비 맞춤형 예방대책 추진  
‘일제 강점기 해외동포들의 망명문학’을 연재하며(3..  
민선8기, 남원시 따뜻한 동행 행복한가정  
김제시, 민선8기 전북권 4대 도시 실현 인구정책 총력..  
포토뉴스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 호남지회 2023정기..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 호남지회(회장 장효선)의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 2023정기.. 
전통문화콘텐츠연구소 연, 제주대학교와 전..
(사)전통문화콘텐츠연구소 연(대표 김소영)은 제주대학교 해양스포츠센터(센터장 서태.. 
2023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신년인사회
‘2023년 전라북도문화관광 신년인사회’가 2월 27일 전주 라한호텔 온고을홀에서 열.. 
2023 아러스나인 패션&뷰티쇼 모델선발 대..
환경문화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전라매일신문이 후원한 ‘2023 대한민국 아러스나인 ..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사기장 장동국 공개행..
김제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장동국씨의 공개행사가 3월1일부터 7..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주소: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55. 남양빌딩 3층
발행인·편집인: 홍성일 / 회장: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 mail: jlmi1400@hanmail.net
청탁방지담당관: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복순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