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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사라지는 ‘후백제 왕궁 유적’ 왕궁 유적 추정지에 들어서는 ‘아파트’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6월 01일
ⓒ e-전라매일
천년고도 전주의 역사가 우리 시대에 우리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왕궁 터로 추정되던 물왕멀이 재개발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왕멀에는 괴물 같은 콘크리트 아파트가 꽉 들어찼다. 유적지를 포크레인으로 밀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더라면 후백제 왕궁 터로서 훨씬 더 유용한 가치를 간직했을 것이다. 재개발을 추진한 주체들은 그래도 양심은 있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가 명당 터임을 자랑하는 것인지 왕궁 터 이야기를 표지석으로 남기고 있다.

ⓒ e-전라매일
# 물왕멀 유래
물이 좋은 구릉지대를 중심으로 전주고등학교 담장을 경계로 물왕멀 마을이 펼쳐지는데 이곳에 견훤이 성곽을 쌓아 내성과 도읍지로 궁궐을 지었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전주고와 전주동초등학교 사이의 물왕멀은 물왕멀 마을의 준말로 무랑물, 무랑말, 수왕촌으로 불렸다.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았던 어르신들은 후백제 왕궁터 이야기를 하며 이 지역에서 명문대 출신 법조인, 교육자, 정치인 등 많은 훌륭한 인물이 배출되었으며 물왕멀은 명당 중의 명당이라고 한다.
재개발지역 정면의 담장은 후백제시대 성벽 바위로 추정되는 성돌로 쌓여 있다. 참으로 어이없고 슬픈 일이 아닌가? 천년고도의 가장 중요한 상징인 왕궁 터라고 이야기하면서 왕궁 터를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지어 이 같은 표지석을 세웠다. 왕궁 터를 없애버린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 그래도 명당이라고 자랑할까?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물왕멀과 한 몸인 인봉리 기자촌 일대에 또 다시 재개발사업의 광풍이 불고 있다. 한 번 왕궁 터를 무너뜨리고 나니 이골이 났는지 버젓이 바로 옆의 왕궁 터 추정지를 또 없애려고 한다. 이곳에는 왕궁 터임을 입증하는 유적이 잇따라 발굴되고 유물이 대량으로 습득되고 있다. 전주시 등 문화재 당국만 애써 눈을 감고 있다. 그들은 결정적 유적과 유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전주시 유적발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터에서는 성벽 유적이 확인되고 있다. 인봉리 동북쪽 자리에서는 망루 건물 터가 확인됐으며, 경로당 터에서는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는 주춧돌이 수습됐다. 그리고 후백제시대 우물로 추정되는 우물이 여전히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집 안 터를 조금만 파헤쳐도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는 기와 조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원석으로 쓰이는 바위들은 후백제시대 정원석으로 추정된다고 역사학자들은 증언한다.
우리가 쉽게 확인하고 물왕멀 재개발추진 주체들이 자랑하는(?) 것처럼 인봉리 기자촌 일대는 후백제 왕궁 터이다. 고려시대 이규보와 정몽주 등이 남긴 시문에서도 이 일대는 왕궁 터로 묘사되고 있다. 경주시는 월성 터에서 소위 결정적 유적이나 유물을 확인하지 못한 채 신라 왕경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주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여러 사실들을 통해 후백제 왕궁 터임을 확신하고 있다. 전주시 등 문화재 당국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 e-전라매일
후백제 역사를 깊게 파고드는 고건축 전문가는 인봉리 기자촌 재개발에 대한 입장을 문화재청에 물었다. 전문가가 문화재청에 이 지역의 문화재 지표 조사가 합법적으로 이뤄졌는지 질의한 결과 2020년 문화재청은 정당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전문가의 질의에 문화재청은 다음과 같이 답변해 왔다.
질의하신 내용은 주택재개발사업자인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이외에 다른 사람이 지표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지 여부로 판단됩니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6조 및 제11조에 따라 개발사업을 하려는 경우 매장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하여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를 실시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건설공사의 시행자인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를 하여야 하며, 건설공사의 시행자 이외에는 신청할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아울러 주택재개발사업지구 지정 전으로 아직 사업 및 사업부지가 확정되지 않았다면, 개발사업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기에 매장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 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결국 인봉리 기자촌 일대는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가 지표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사업 과정이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즉 건설공사 시행자가 지표조사를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다. 법률행위에 있어서 중대하고 명백한 절차적 하자는 무효인 것이다.
재개발사업을 관리 감독하는 전주시는 이 점에 대해서 아직까지 어떠한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조합측은 전주시의 사업 시행 인가 조건에 따라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또한 절차법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문화재청 답변에서 본 바와 같이 개발사업을 하려는 경우 매장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지표조사 및 발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사업 시행 인가를 받기 전 그러니까 관리처분 신청 전 처음부터 지표조사를 실시하고 재개발사업을 진행했어야 한다. 무효인 상태에서 재개발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법적 다툼이 예상되고 상당 부분 전주시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 e-전라매일
# 후백제사학계, 후백제 궁성 터 보존
후백제학회는 후백제 궁성 터를 온전하게 보존하고, 후백제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재개발이든 또는 도시재정비든 어떠한 명목으로도 궁성 터를 멸실시키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왕멀 사태를 막지 못한 데 대한 뒤늦은 후회이다. 일단 빠르게 진행되는 재개발사업을 멈추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인봉리 기자촌 일대는 지금 주민이 거의 이사해 빈터로 유지되고 있다. 문화재 당국이 그동안의 과오를 시정하기 위해서도 지표조사를 제대로 실시해야 한다. 지표조사와 유적발굴조사, 유물수습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왕궁 터 보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때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후백제시민연대와 후백제학회 등을 중심으로 후백제 왕궁 터 살리기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는 것은 다행이다. 이들은 정치권의 협조를 받아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전주를 중심으로 하는 후백제권 설정을 추진하고 있다. 전라북도가 전체적으로 조율을 잘 한 덕택에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문화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방선거 일정이 끝나면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화재청 일각에서는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소관 사항으로 함께 진행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특별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고도”란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의 중심지로서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경주·부여·공주·익산, 그 밖에 제7조의 절차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을 말한다. 따라서 전주는 후백제 왕도로서, 중세시대 중심도시로서 기능을 다한 만큼 ‘고도’에 후백제 왕도로서 전주를 추가할 수 있다. 역사문화권 특별법은 유적지의 창조적 보존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인봉리 기자촌 실태를 보면 역사문화권 특별법 규제가 더 좋을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범기 전주시장 당선자가 후백제시민연대와 후백제학회 등의 제안을 받아들여 후백제 궁성 터 보존을 비롯한 후백제촌 조성을 주요 공약으로 포함시켰다. 우범기 당선자의 혜안과 의지가 돋보인다.
전주시와 전라북도는 천년고도 전주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 사학계의 바람대로 후백제촌이 조성되면 전주시와 전라북도는 온전하게 역사를 복원하게 될 것이다.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도 후백제촌에 머물면서 후백제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한옥마을도 둘러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복원과 관광경제라는 두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견훤대왕은 광주에서 전주로 천도하면서 “백제 의자왕의 숙분을 풀겠다!”고 외쳤다. 견훤대왕은 개방적이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해양문화를 찬란하게 일군 백제정신을 선양하고자 새 나라를 세운 것이다. 견훤대왕의 건국과 혁명정신은 신라 말의 분열과 불의에 항거하는 정신이다. 궁극적으로 삼한을 다시 통일하고, 민족이 화합하며 공정하게 사는 세상을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주택재개발 사업은 공정한 제3자에 의한 사업진행 모니터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속도를 내고 있다. 후백제 궁성 터를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짓는다면 천년고도로서 전주찬가는 끊기고 말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후백제 왕도로서 전주의 역사는 영영 사라질까 우려되는 바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일찍이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전주의 상징인 천년고도라는 말을 쓸 수 없게 되고, 견훤왕궁로, 견훤로라는 말도 써서는 안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역사문화권 특별법이 하루 빨리 개정돼야 혼란스러운 사태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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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시행
2019년 12월 10일, 역사적인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1년 후 시행된 특별법으로 경주시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탈리아 로마처럼 선조들의 역사유적을 복원, 정비해 관광문화 경제를 크게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별법의 목적은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인 신라왕경(新羅王京) 핵심유적을 복원·정비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원형을 되살려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고 신라왕경이 소재한 경주를 활력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왕궁 터 보존이냐 아파트단지 조성이냐의 기로에 선 전주시로서는 크게 부러운 일이다. 전주시 입장에서는 역사문화권 특별법 개정 이후 정비사업을 벌이다가 경주시처럼 ‘후백제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 특별법이 제정되면 입법 목적 또한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인 후백제왕경(後百濟王京) 핵심유적을 복원·정비함으로써 민족문화의 원형을 되살려 민족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고 후백제왕경이 소재한 전주를 활력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하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면 될 것이다.
경주의 경우 특별법에 따라 문화재청은 5년마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경주시장은 종합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한 후 경상북도지사를 거쳐 문화재청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업추진을 위해 문화재청에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 추진단을 둔다. 특별법은 또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를 위해 월성과 황룡사, 동궁과 월지, 그리고 월정교 복원·정비, 대형고분 재발굴·전시, 신라왕경 중심방 복원·정비, 첨성대 주변 발굴·정비, 쪽샘지구 발굴·정비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2020년 10월 시행령 제정으로 기존 8개이던 신라왕경 사업 대상이 15개 사업으로 확대됐다. 핵심유적 범위 확대에 따라 총 사업예산도 9,450억원에서 1조 150억원으로 늘어났다.
첫 성과로 2018년에 월정교 복원이 완료돼 일반에 공개되고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경주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월정교는 교촌한옥마을, 핫플레이스 황리단길 등과 함께 관광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월성 해자 정비·재현사업과 동궁과 월지 관람환경 개선사업, 대릉원 일원 금관총 보존전시공간 및 고분정보센터 등이 2022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경주시는 대릉원, 동부사적지, 동궁과 월지 등 일대를 신라 천년의 역사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세계적인 명품공간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주시는 찬란했던 신라왕궁 복원을 위한 월성 발굴조사와 더불어 황룡사를 복원해 호국불교의 성지로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천년수도 경주의 핵심 유적지가 복원되면 그리스의 아테네, 이탈리아의 로마처럼 명실 공히 세계적 역사문화관광도시로 떠오를 것이다. 경주시는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은 경주의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일이며, 사업 추진에 따른 고용 창출과 관광 활성화 등 지역 경제를 도약시키는 큰 계기가 될 것이다.”고 밝혔다.
이 특별법 제정을 국회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고고학적으로 정리하고, 정치권에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후백제 궁성 터를 온전하게 보존해야 한다. 후백제 궁성은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을 능가하는 언덕을 조성할 수 있다. 한옥마을의 조선조 문화와 연계시켜 후백제마을의 후백제 문화를 선양할 수 있을 것이다. 후백제 궁성이 영국의 중세시기 성 런던 타워처럼 복원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모두 전주시와 시민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 있다. 우리 시대에 자랑스러운 후백제 역사문화를 선양하도록 하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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