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17> 시와 도(道)
시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무위자연, 곧 우주적 자아와의 합일을 꾀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취하고 있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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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는 ‘하늘도 크고 땅도 크고 우주도 크지만, 그 것보다 더 큰 것이 도(道)’라 하였다. 이것은 이 세상을 다스리는 모든 원리, 곧 춘하추동의 변환과 삼라만상의 운행이 모두 이 도에 있다고 보아 인위적으로 이 것을 거슬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보았다. 중국의 고전 『문심조룡』에서도 ‘글의 덕은 참으로 위대하다. 그것이 하늘과 땅과 생성을 같이 했으니 어찌 아니 그러하랴, 인간은 만물 중에서도 정화이며 실로 천지의 마음인 것이다. 이 천지의 마음이 언어가 되고, 언어가 나타나면서 문장의 형태가 밝게 모습을 드러내니 이것이 바로 천지자연의 도(道)’라 하였다. 인간뿐만 아니라 그 어떤 자연 현상에도 ‘천지의 마음’이 들어 있다고 보는 일원론적 우주관을 바탕에 깔고 시인들은 자연의 본성인 도(道)를 직관, 그것과의 일체감 속에서 정신적 위안을 얻고자 하였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봄부터 소쩍새는/그렇게 울었나 보다/-생략-/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서정주, 「국화옆에서」 일부 국화꽃을 중심으로 우주의 순환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찮은 생명이라도 그 탄생을 위해서는 전 우주적 참여가 있어야 함을 국화꽃 한 송이를 통해 보여 주면서 그게 바로 자연이요 시적 자아의 모습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기에 ‘한 송이 국화꽃’ 속에는 햇빛과 구름과 흙의 자양분과 더불어 우주의 모든 기운들이 다 들어 있는 우주 그 자체의 전일성(全一性)이다. 별이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우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일부 별빛이 내리는 언덕 위에서 ‘멀리 북간도에 계신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개체적 자아’가 ‘본래적 자아’와 분리되어 있는 데서 오는 일종의 불안의식. 인간의 모든 이념은 궁극적으로 전일성을 지향한다. 이러한 절대지향적 시상은 자아분열의 현대문명사회에서 원시자연과의 합일을 꿈꾸는 영원회귀의 원초적 본능에 다름 아니다. 나무는 몰랐다./ 자신이 나무인 줄을/ 더욱 자기가 / 하늘의 우주의 /아름다운 악기라는 것을/ 그러나 늦은 가을날/ 잎이 다 떨어지고 / 알몸으로 남은 어느 날 /그는 보았다 /.고인 빗물에 비치는 / 제 모습을/ 떨고 있는 사람 하나 –이성선 「나무」 일부 살다보니 어느 날 자기도 우주의 하나, ‘우주의 악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나의 음악이 되어 세상에 울려 퍼지다가 때가 되면 떨어지는 낙엽처럼 조용히 사라지고 마는 그게 바로 지금 이 세상에 잠시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흘러가는 계곡물소리에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당나라 소통파의 무정설법(無情說法)처럼, 이성선 시인도 늦은 가을 ‘잎이 다 떨어지고 / 알몸으로 남은 어느 날’ ‘고인 빗물에 비치는 / 제 모습을’ 보고 가상(假相)과 실상(實相)의 중도에 서 있는 우주적 자아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강물에 눈이 오고 있었어/강물은 깊어졌어/한없이 깊어졌어/강가에 키 큰 미루나무 한그루 서 있었지 다시 봄이었어/나, 그 나무에 기대앉아 있었지 - 김용택, 「나무」 일부 ‘강물’과 ‘눈’과 ‘나무’가 물화(物化)되어 있다. 시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무위자연, 곧 우주적 자아와의 합일을 꾀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시는 색(色) 속에서도 공(空)을 찾아 현상이 아닌 본질, 부정 속에서도 긍정을 찾고, 긍정 속에서도 부정을 찾아 반상합도(反常合道)되는 무한실상의 우주적 세계가 아닌가 한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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