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소리, 朗讀聲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은 다음 다시 손으로 읽는 독서가 초서다 오래까지 기억되며 명료하게 정리되는 효과가 있어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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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눈으로만 읽으면 안 된다. 소리 내서 읽고 메모하며 읽고 초서하며 읽도록 해라. 그런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네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갈 것이다.”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보낸 정다산의 편지다. 18년의 유배 생활로 폐족이 되어 과거도 응시할 수 없는 자식들을 걱정한 아비의 당부다. 유배지 강진에서 아들이 사는 양수리 두물머리로 보낸 애틋한 사랑이다.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모진 고문과 함께 떠난 다산 형제의 유배 생활, 애비 없는 주위의 홀대와 멸시를 감내해야 하는 아픔을 독서로 달래라는 희망의 전갈이다. 집안을 다시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간곡한 유언이다. “공부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옮겨 적고 그렇지 않은 것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면 백 권의 책을 열흘이면 모두 읽을 수 있다. 부지런히 초서(抄書: 쓸만한 글을 가려서 뽑아 씀)를 하면서 그때그때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며 읽어야만 그 책은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있다.” 덧붙여 책을 읽는 방법까지도 자세히 일러준다. 자상하고 다정다감한 아버지를 느끼게 한다. 책 속에 길이 있고 온갖 행복의 열쇠가 갖춰져 있음을 알았기에 그 비밀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간단한 소감이나 서평 혹은 당시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두는 것을 초서라고 하는데 미국의 억만장자 빌게이트가 이를 잘 활용했다고 한다.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은 다음 다시 손으로 읽는 독서가 초서다. 오래까지 기억되며 명료하게 정리되는 효과가 있어 오래전부터 인기가 있었다. 세종대왕도 책을 붙들었다 하면 100번을 읽고 100번을 베껴 썼다, 책에 미친 바보라는 별명의 조선 문인 이덕무는 책을 읽으면 반드시 베껴 쓰는 버릇이 있었다. 백이열전을 1억1300번이나 읽었기에 자신의 호를 억만재라고 했으니 존경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 다섯 수레의 책은 버거운 짐이 되지만 가슴에 품은 만 권의 책은 언제나 꺼내쓸 수 있는 진귀한 보물이 된다. 무겁지 않아 소지하기도 극히 편하면서 평생 나를 키우는 보약 그 자체가 된다. 그야말로 “부자는 책으로 인해 귀하게 하고 가난한 자는 부자 되게 한다.” 이렇게도 인생에 중요한 독서, 옛사람들은 소리 내어 읽길 권했다. 눈으로 읽기보다는 소리 내어 읽되 목소리가 담장 밖을 넘을 만큼 낭랑하고 우렁차야 했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바르게 또박또박 읽고 마침내는 얼음판에 호박 구르듯 자연스러우면서, 그 의미는 빠뜨리지 않고 자세히 새기도록 했다. 물론 친구들 간의 암송이나 등 돌리고 외우는 배송도 입에 익히는 한 방법이었다. 한 글자도 빠짐없이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깨침을 원칙으로 하면서, 충실하고 매끄러우면서 품격 있는 익힘이여야 함도 잊지 않았다. 꼿꼿한 자세로 읽다가 지치면 몸을 앞뒤 좌우로 흔들면서 읽으면 리듬을 타는 소리로 인해 기운을 얻는다고 했다. 이는 어찌 한문 공부에만 해당하겠는가? 기억 니은 디귿 리을로 시작한 초등학교 시절의 구구단과 국민교육헌장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하늘천 땅지 검을현 누를황 집우 집주와 에이 비 시 디 이 에프 지를 얼마나 많이 떠들어대며 외웠던가! 그 결과 문맹률 없는 세계 최고의 문명국가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어 좋은 점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거기에 크게 소리 내어 읽는 성독은 수많은 이점을 안겨준다.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목소리가 귀에 들리면서 저자의 문장 호흡과 리듬을 따르다가 보면 어느새 그를 닮고 만다. 내가 그가 되고 그가 내가 되어 하나 된다. 여기에 읽었던 글은 나도 모르게 저절로 외워지고 알게 되는 즐거움도 있다. 의미는 늘 소리 속에 숨어있었다고나 할까? 동서고금의 성현을 만나는 설렘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치매 예방이라는 보약도 선물한다. 가족이 둘러앉아 셰익스피어를 읽었던 케네디가는 명문장가 겸 명연설가의 대명사 되었고, 우리네 글방 -서당, 서원, 성균관 등- 이나 사랑채의 글 읽는 소리는 유생들의 장원급제를 잉태했다. 그래서 홍길동전의 허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글 읽는 소리라고 찬미했다. 주자도 독서야말로 끝없는 즐거움이라고 노래했으며, 명심보감 또한 독서만한 즐거움은 없다고 일러준다.
양태규 옛글 21 대표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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