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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 무성했던 세월을 지우며 내 몸에 걸친 마지막 흔적을 벗고 결제結制에 든다
삭풍은 죽비처럼 영혼을 깨우고 근육과 뼈를 깎아 허기진 창자를 채운다
하얀 눈송이 이불처럼 쏟아져 장좌불와長坐不臥 중인 늙은 느티나무를 덮는다
폭설에 덮인 등줄기엔 핏방울 흥건하고 봄을 기다리는 순교의 세월은 새순을 틔워내고 드디어 꽃을 피운다
외로운 땅, 들과 산 어디에서도 수도승의 묵언 수행은 눈물처럼 열매를 맺는다
해제解制가 오면 보길도 산 아내의 엉덩이엔 봄 바다가 출렁이고 참새 혓바닥 같은 성불이 바람을 희롱한다
봄은 초록 바다에 또 하나의 나이테를 새긴다
<시작노트> 자연의 생명력은 경이롭다.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무한 변신은 인간에게 경외감을 갖게 한다. 벌거벗은 몸으로 혹독한 추위와 삭풍을 견디며 연둣빛 작설을 틔워내는 고행이야말로 수도승의 치열한 수행을 통해 얻게 되는 성불의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연일 오미클론으로 엄중한 시기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우리에게 인고의 세월을 견뎌 내도록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이 내 빈 전북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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