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쏨뱅이탕 한 그릇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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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필자가 살던 동네에 잡화를 팔던 ‘바보 상회’라는 작은 가게가 있었다. 10촉짜리 백열등은 물론 비스킷까지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회 같은 곳이었다. 근처에 가게가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먼 곳에서 일부러 ‘바보 상회’를 찾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마트가 생기면서 사무적이고 체계화된 분위기보다는 어딘가 모자라고 어수룩해 보이는 ‘바보’라는 명칭 자체가 우선 친근감을 줄뿐더러, 쉰 남짓한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친절함은 물론 언제나 외상이 가능하고 외상값을 재촉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 심부름에는 사탕 한 개라도 들려 보내는 순박하고 인정 많은 가게였기 때문에 이웃 같은 친근한 마음으로 그곳을 찾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흐뭇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코로나가 어느 정도 누그러들자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아내와 함께 청산도로 봄맞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완도 연안 여객선터미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뱃전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는 자유로운 날갯짓으로 바다 위를 나르는 갈매기처럼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고 싶은 설레이는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초록과 노란 유채꽃들, 가지가지 꽃들로 채워진 섬은 그야말로 천국을 방불케 했다. 오랫동안 갇혀 칙칙했던 심신이 일순에 녹아내리며 편안한 행복감을 안겨 주었다. 둘레길을 산책하며 맛보는 바람은 풍진 세파의 고단함을 씻어 내며 한껏 생기를 불어넣는다. 우리는 둘레길 근방에 위치한 식당으로 발길을 향했다. 생선탕과 생선회를 파는 가게였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꽤 알려진 식당이었다. 예상보다 그리 붐비지 않았다. 우선 생선회 한 접시를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메뉴판에 ‘쏨뱅이탕’이라는 처음 보는 메뉴가 있어 주인아주머니께 물어보았다. 가시가 많고 일명 빨간 우럭이라고 불리는 생선이란다. 생선탕이 아주 시원하고 속을 달래 주는 데는 끝내준다면서 극찬을 한다. 생선회를 먹고 있는데 얼마 후 식당 여주인이 쏨뱅이탕 한 그릇을 가져다 놓는다. 맛이라도 보란다. 지리라고 하는 맑은 탕이었다. 국물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계산대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쏨뱅이탕 한 그릇을 푸지게 얻어먹게 되었다. 봉놋방 인심처럼 쏨뱅이탕 한 그릇과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한 마음이 여운을 남긴다. 귀로에 느끼는 벅찬 포만감은 일상에 지쳐있는 나에게 신선한 자극으로 활력을 갖게 할 것이며, 조만간 청산도를 다시 방문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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