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언제, 春來不似春 (上)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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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왔다. 따뜻한 봄볕을 온몸에 담은 산과 들 그리고 강가에 매화가 흐트러지게 피었다. 하얗다 못해 흰 뭉개구름 듬성듬성 내려앉아 졸고 있는 모습이다. “온 산을 헤매며 구름만 밟고 다녔네”라고 읊은 어느 옛 시인이 떠오른다. 가지마다 둥지 튼 하얀 웃음들에 벌 나비 부지런히 드나들며 꿀 같은 사랑에 푹 빠졌다. 더이상 참을 수 없어 부푼 가슴 한껏 터뜨린 봄볕에 지나던 바람도 시샘하여 걸음을 멈출 적에 저만치 핀 진달래 괜히 부끄러워 얼굴 붉히는 봄날이다. 덩달아 찾아온 탐매객도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그 사랑은 어디 퇴계 선생만 하랴! 매형(梅兄), 매군(梅君), 매선(梅仙)이라고 부르며, 죽음에 이르러서는 “매형에 물을 좀 주거라”고 유언까지 했으니 가히 매화벽(梅花癖)이라고 칭해야 할까 보다! 그런 그가 생전엔 순수한 매화시 107수로 ‘매화시첩’을 꾸밀 정도로 각별한 사랑을 나눴다. 그렇기에 한양에서 근무하다가 귀향할 때 매화와의 이별을 노래한 대화 시는 특히 눈길을 끄는 백미다. 그간 동고동락 함께 하며 매운 향기로 큰 위안 얻었는데 “귀향길 그대와 함께 못 가 한스럽지만/ 서울 세속에서도 고운 자태 간직하게나?”//라며 아쉬움을 건넨다. 이에 매화도 질세라 그대가 돌아온 후 향기를 피우겠다고 약속하며, 당부도 잊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나/ 옥과 눈처럼 맑고 참된 마음 잘 간직하소서”// 곧 만날 것을 기약하며 주고받는 연인의 밀애와도 같다. 눈을 감아도 저절로 그려지는 한 폭의 풍경이다. 어지러운 벼슬길에서 언제나 청아한 자태를 잃지 않는 매화가 유일한 귀의처였음이다. “내 평생 싫어한 것은 어지럽고 화려한 일 모두 버리고 매화 가지에 의지하려네”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날 줄 몰랐는데, 향기는 옷에 가득하고 꽃 그림자 몸을 휘감네” “일어나 달빛 아래 서로 만난 이곳에서, 영락없는 신선 풍모 참으로 빛나는구나!”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오직 매화에 빠진 퇴계도 두향과의 이루지 못한 로맨스를 매화만이 알고 있으니, 신선이라 부른 매선(梅仙)이 마땅하지 않나 싶다. 흰 빛깔이면서도 푸른 빛이 감도는 진귀한 매화를 선물한 그녀를 못 잊어 도산서원에 심고, 그것이 천 원짜리 지폐에 그대로 살아서 오늘날까지 우리에게 전한다. 가슴 찡한 러브스토리, 저 세상에선 꼭 매선 되어 만개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이 매화는 품격 있는 꽃 중의 꽃(花魁)이었다. 수선화보다도 일찍 피어 그와 결코 봄을 다투지 않는다는 봄의 전령이다.
/양 태 규 옛글 21 대표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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