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그리움으로 꽃이 핀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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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환하게 밝히던 꽃들이 어느덧 지고 없다. 봄은 색으로 왔다. 곱고 환한 색으로. 그런 꽃철을 올해는 아프게 보냈다. 꽃을 유난히 좋아하던 어머니의 부재 때문이다. 작년 봄 벚꽃 잎이 흩날리던 날 꽃잎처럼 훨훨 이승을 떠나신 어머니. 생전 어머니의 조그만 화단은 사시사철 꽃이 떠나지 않았다. 봄을 알리는 복수초로 시작해 보라와 분홍의 온갖 봄꽃들이 어머니의 손길에서 저마다의 봄소식을 전해주곤 했다. 그런 엄마의 꽃사랑은 동네 이웃들에게도 알려져 엄마의 화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네 웬만한 집엔 같은 꽃들이 웃고 있었다. 희귀한 꽃을 만나면 분양받아 엄마의 화단에 심어주면 귀한 손님 모셔왔다고 얼마나 반가워하셨는지. 어느 날 사진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여 사드렸더니 화단의 꽃들을 하나하나 찍어 꽃 앨범을 만들고 계셨다. 같은 꽃이지만 한 해 한 해 그 모습이 달라진다며 그 아름다운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런 어머니를 위해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이 되면 엄마와 함께 꽃구경 다니는 것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바쁜 언니도 시간을 쪼개어 함께 하는 모녀들의 봄나들이였다. 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홀로 네 자녀를 키우시며 고생하신 어머니께서는 말년에 이런 호사를 누린다며 딸들과 함께하는 그 시간을 참 귀하게 여기셨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꽃이 만발했지만 함께 할 어머니는 안 계셨다. 함께 보고 싶은 꽃이 그리 아름답게 피고 있지만 꽃처럼 환한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꽃 앞에 서 있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게 봄을 보냈다. 여름을 향해가는 시기, 여전히 이런저런 꽃이 피어나고 있지만 이젠 색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향으로 오고 있다. 화사함보단 마음을 여미게 하는 하얀색의 아카시아, 이팝, 찔레꽃 등이 산과 들을 하얗게 밝힌다. 엄마와 함께 달콤한 아카시아 꽃술을 담그던 일도, 찔레꽃 하얗게 피던 날을 영원히 잊지 못하게 만들어준 아이도 기억 속에서 만나야 하는 오월. 봄이 떠나며 마음을 추스를 하얀 꽃들을 보내는가 보다. 조금은 무심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움으로 꽃이 핀다. 색으로, 향으로 여전히 그리움을 간직하며 그렇게 꽃이 피어난다.
/조 경 옥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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