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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 선운사 맑은 그늘이 그윽하여 거기 나를 세웠지요 목탁 소리 받아먹고 살 오른 분홍 꽃빛들 환하여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지요
허공에 번지는 제 빛깔로 저 자신을 빛내고 있는 꽃술의 그림자를 오래 바라보아요
그 아래 곁가지에서 나온 어린 연둣빛 솜 방석 깔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독경소리도 다람쥐 햇살을 굴리는 것도 틈새와 틈새를 환하게 채우는 저 꽃의 분홍을 기리기 위해 이 산사에 온 듯합니다.
저 고요한 분홍의 숲이 물소리를 낮추기도 하고 키우기도 한다는 걸 그 분홍빛 아래서 당신은 또 내 마음을 건너와 한나절 머물었을 약속만 매만집니다.
지상 위로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봄의 구름들
/<시작노트> 햇빛도 뼛속까지 환한 봄날 선운사에 왔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모두 저마다의 빛깔을 잃지 않고 제 목숨 빛내고 있는, 지친 시간의 잔주름을 펴는 동안 안달하는 내안의 발광채들 꽃의 마음 너무 맑고 맑아서 너무 깊고 깊어서 죄조차 순결해지는 순간이다 오늘이란 시간이 내게 주어진 축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