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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과 노벨상을 생각해본다

필즈상과 노벨상을 생각해본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08월 10일
ⓒ e-전라매일
허준이교수의 필즈상 수상에 한국사람 모두가 환호하였다. 그중에서도 “내 생애 이런 일이..” 하면서 특별히 감격한 것은 수학자들이었다. 학부때 수학을 전공했으나 재능이 부족하여 포기하고 부전공이었던 경제학을 업으로 삼게 된 필자에게도 남다른 소회가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대학교 수학과에서 수학도를 대상으로 한 허준이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역시 필즈상 수상자다운 깊이를 보여준 명강연이었다. 허준이교수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인 조합론의 어떤 문제들을 전통적 분야인 해석학과 기하학 문제들과 연결지어 해결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업적을 설명하는 게 강연의 목적은 아니었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여러분야의 추측이나 난제들의 해결방식이 묘하게 똑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백년 남짓 해결책을 찾아서 한걸음씩 앞으로 나간 다수의 천재 수학자들의 업적을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허준이교수의 강연에 앞서 물리학자인 오세정교수가 서울대총장으로서 인사말을 했다. “서울대가 천재를 들여와 둔재로 내보낸다는 평가도 있지만 허준이교수는 그렇지 않은 경우”라고 농담반 진담반 얘기를 했다. 오세정교수는 서울대를 수석으로 입학했던 분이니 자신을 디스한 뼈있는 농담으로 그자리에 있던 동료교수들에게는 들렸을 것이다. 1970년대에 우수한 학생들이 물리학과에 많이 갔지만 아직 노벨상은 나오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필자는 수학계의 내적분위기(sociology)에 주목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물리학을 비롯 과학기술의 여러분야들이 받아온 기대와 거기에 따르는 지원과 비교해서 보면 수학분야에 대한 기대와 지원은 미미했다. 수학계는 동호인모임 같았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 명예나 성공에 초연해서 수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연구하고 후배들을 지도한 선배들이 있었다. 물론 다른 분야에도 개척자들이 있었다. 많은 훌륭한 과학자, 공학자들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연구하고 교육할 뿐만 아니라, 국가정책결정에 참여하고 기업의 기술혁신에 기여하였다. 이들은 일인다역하느라 너무 바빠서 연구에만 몰입하기 힘들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종이와 연필, 그리고 칠판과 백묵만 있으면 되는 수학자들은 다른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었다. 수학자들은 현실세계에 존재하지도 않는 추상적인 수와 점, 선, 면, 공간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는 사람들이다. 한국수학계가 그 내재적 발전에 걸맞게 국제적인 위상이 업그레이드된 이정표는 2014년 한국에서 개최된 세계수학자대회(ICM)였다.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에서는 필즈상을 개최국 국가원수가 수여한다. 2007년 필자가 선출직공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대한수학회장 김도한교수와 ICM 유치위원장 박형주교수가 유치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왔다. 2014년 유치는 힘들겠지만 다음 번이라도 유치할 수 있도록 이번에 힘을 다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담당자에게 얘기하니 유치예산을 지원한 전례가 없다고 한다. 필자는 수학자들의 요청은 원래 돈이 별로 들어가지 않으니 무조건 들어줘도 문제없다고 담당자를 설득했다. 한국수학자들은 결국 ICM 유치에 성공했다. 2014년 ICM에서 초청강연했던 40세를 갓넘긴 수학자가 혼잣말처럼 필자에게 말했다. “이제 보니 필즈상도 불가능한 게 아닌데, 더 열심히 할 걸..” 젊은 수학자들의 활동을 주목해온 필자는 한국에서 노벨상보다 필즈상이 먼저 나온다고 단언했다. 그럼 한국과학계에서 노벨상은 먼 데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한국의 새로운 세대의 학문수준은 이제 세계수준이 되었다. 필즈상은 40세미만 수학자에게 주는 상이고 노벨상은 나이 제한 없이 주는 상이니 수학에서 먼저 나오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또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필자는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입학체계 개편에 관여한 적이 있고, 그 졸업생들이 카이스트에 들어와서 보여주는 창의성과 리더십에 주목해왔다. 그들 중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전에 1970-80년대 대학에 입학한 천재들 중에서도 누군가는 둔재가 되지 않고 노벨상을 수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채 수 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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