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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문도 쌓이면, 삼인성호(三人成虎)

헛소문 등으로
더이상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는 세상
그것은
밀실정치
가짜뉴스
야합 없는 투명성이 해답이다
괜한 추측은
헛소문을 낳고
그것이 쌓이면
무서운 호랑이가 되어
마구 물어뜯기
때문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1월 04일
ⓒ e-전라매일
“여러 사람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겠습니까?” “과인은 믿을 것이오.” 위나라 혜왕과 충신 방총 간의 대화이다. 위나라는 강대국인 인접 조나라와 화친 후 태자를 인질로 보내야 했다. 방총은 태자를 수도 한단까지 수행하기에 앞서 왕을 찾아가 다짐을 받는다.
“지금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지 않겠소!” 이렇게 대답은 했지만, 서두에서처럼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여러 번 듣게 되면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화의 요지이다.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일이지만 여러 사람이 그렇다고 말한다면 호랑이가 되는 것입니다.
한단은 위나라에서 저잣거리보다 멀기에 신을 험담하는 자가 많을 것이니 잘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과인이 스스로 알아서 그렇게 판단할 것이오.” 이러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단에 도착하기 전에 벌써 참언이 쇄도했다.
수년 후 태자가 인질에서 풀려 함께 돌아왔지만 방총은 끝내 왕을 알현하지 못하고 말았다. 잦은 참소로 인한 반복 학습이 확신을 낳고 그 확신은 죄인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물론 나약한 군주의 줏대 없는 처신이 문제였지만 그럴듯하게 꾸며대며 계속된 주입식 보고는 마침내 들은 대로 판단하게 했다. 이에서 여러 번 말하면 없는 범도 만들어진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 혹은 三人成市虎)’의 고사가 탄생한 연유가 된다.
이는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증삼살인’의 경우와도 흡사하다. 평소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모친이었기에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했지만 여러 번 자주 듣다가 보니 마침내 짜던 베틀을 팽개치고 월담하여 도망했다는 요지이다. 다행히 동명이인의 소행으로 밝혀졌지만 도덕군자인 증자의 어머니마저도 믿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헛소문의 폐해였다. 비록 실체가 없고 검증된 바 없다지만 그것이 자꾸 쌓이면 사람들 대부분은 그를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증삼이 살인을 했다는 ‘증삼살인(曾參殺人)’, 그 말에 놀란 모친이 베틀을 팽개치고 도망했다는 ‘증모투서(曾母投杼)’의 고사가 여기에서 나왔다.
이는 확인되지 않는 소문을 전달한 것이고 삼인성호는 비난이나 모함 등 나쁜 결과를 목적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헛소문이라는 공통분모는 상호 맥을 같이한다.
그래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는 ‘중구삭금(衆口鑠金)’, 헐뜯음이 쌓이면 뼈도 삭힌다는 ‘적훼소골(積毀銷骨)’, 여러 사람이 우기면 돌도 물에 뜨고 나무도 가라앉는다는 ‘부석침목(浮石枕木)’과도 통한다. “내뱉은 말은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로도 따라잡지 못한다(駟不及舌.” “~ 한마디의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게 되니 깊이 경계해야 한다. “모든 재앙은 입에서 나온다.” 말을 함에 신중해야 함을 가르치는 논어·채근담 및 석가의 경구이다.
함부로 내뱉은 말 때문에 많은 인재의 손실과 국정의 난맥이 초래됐음은 역사가 고스란히 증명한다. 백제의 서동(후에 무왕으로 즉위)이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를 사모하여 불렀다는 노래로 인해 공주가 쫓겨나는 불행을 겪는다. 밤마다 몰래 만나 사랑을 속삭인다는 소문을 내며 아이들에게 부르게 해서 왕의 귀에 들어가게 했던 서동요였다.
또 나뭇잎에 꿀로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는 글자를 새겨 벌레가 그 모양대로 갉아 먹게 해서 발생한 무오사화(1498)도 있었다. 주(走)와 초(肖)를 합하면 조(趙)가 되니 곧 ‘조씨가 왕에 오른다(走肖爲王).’는 뜻으로 신진사대부 조광조를 제거하기 위하여 훈구파가 중종에게 모함한 것이다.
이외 남이장군의 시 중 ‘미평국(未平國)’을 ‘미득국(未得國)’으로 조작해서 죽게 만든 간신 유자광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시애의 난(1467)을 평정한 후에 지은 장군의 충정시 “~ 사나이 스무 살이 되어 난국을 평정하지 못한다면 훗날 누가 대장부라 하리요!”를 ‘나라를 취하지 못하면’으로 바꿔서 역적을 만들었다.
또 이몽학과 내통했다는 소문으로 억울하게 죽은 김덕령 장군도 있었다. 임진전쟁과 거듭된 흉년으로 민심이 흉흉해진 틈을 타 호서지방을 기반으로 이몽학이 일으킨 반란(1596)에 공모했다는 소문 때문에 하옥되어 고문 끝에 죽음을 맞았다.
이렇듯 근거 없는 소문은 위정자에겐 진실로 들리고 간신배는 아첨의 요술방망이가 되었다. 요즘의 마녀사냥을 위한 언론플레이·여론조작·가짜뉴스·아니면 말고 식의 카더라 통신의 다름 아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 계속된 반복 학습은 정상인조차도 멀게 하는 속성을 갖는다. 친구인 한비를 한나라의 첩자라고 진시황에게 모함하여 죽게 만든 승상 이사, 귀곡자에게 동문수학한 친구임에도 제나라의 첩자라고 무고하여 무릎을 도려내 앉은뱅이로 만든(빈형) 위나라의 대장군 방연도 있었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헛소문을 만들어 진실을 왜곡하고 왕을 분노하게 하여 피를 뿌렸다. 주공 역시 피해자였다. 어린 조카인 성왕을 도와 섭정하고 있었음에도 자신의 형제들은 주공이 장차 왕위를 찬탈하려 한다며 유언비어를 퍼뜨린다.
고심 끝에 ‘삼감의 난’은 평정되었지만, 그에게 흠으로 남게 되는 아픔이다. “진실한 입술은 영원히 보존되지만 거짓 혀는 잠시일 뿐이다.” 이러한 성경 말씀에도 불구하고 잠시 동안에 벌어지는 음해와 오해 그리고 그사이에 겪어야 하는 온갖 수모는 온전히 피해자의 몫이 된다. 특히 요즘처럼 통신 기술이 발달하여 순식간에 확산되기 쉬운 인포데믹은 영문도 모른 채 덩달아 입방아 찧기에 바쁘다. ‘그림자를 보고 짖으니 그 소리에 놀라 따라 짖는’ 경쟁은 조선의 실학자 홍대용을 떠올리게 한다. “가정은 식색(食色)에 망하고 국가와 사회는 이권(利權)에 위태롭게 되며 천하는 줏대 없는 말들(學說)이 혼란케 한다.” 이제껏 소문의 태반은 취정자들이 만들었던 낡은 유산이었다.
삼인성호·중구삭금·증삼살인·주초위왕·미득국 등 셀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때마다 불었던 태풍은 모두에게 피해를 주었다. “곤륜산에 불붙으면 옥과 돌이 함께 탔으니, 관리가 덕을 잃으면 그 해독은 사나운 불보다 더 무섭다.” 주황실의 윤나라 제후가 술에 찌든 관리 희씨와 화씨를 치기 위해 군사들 앞에서 행한 연설문이다. 괜한 백성도 헛소문의 피해자가 되는 폐해를 읽을 수 있다. 헛소문 등으로 더이상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는 세상 그것은 밀실정치·가짜뉴스·야합 없는 투명성이 해답이다. 괜한 추측은 헛소문을 낳고 그것이 쌓이면 무서운 호랑이가 되어 마구 물어뜯기 때문이다.

/양 태 규
옛글 21 대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1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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