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봉사
나무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면서 새 잎을 내고 무성히 자라 가을 날 찬바람에 떨어져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이 우리도 자연의 이법인 생, 로, 병, 사에 순응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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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스피스는 의료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수 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를 돌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만성질환 임종환자가 2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환자는 많지만 찾아가 봉사할 수 있는 호스피스 대상자는 그리 많지가 않다. 환자와 보호자의 승낙이 있어야 돌볼 수 있는데 아직은 가족들이 노출을 꺼려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쉽지가 않다. 그간에는 암 환자에 국한이 되었었는데 지난해부터 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 즈 환자와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자, 만성 간경화 환자까지 호스피스 대상자에 포함이 되어 그래도 다행인 셈이다. 봉사자들은 대부분 이 종교를 가진 연륜이 있는 60대 어른들로 구성되어 신뢰할 수 있다. 호스피스전문 책임간호사로부터 캐어할 환자의 상황과 일반적인 정보를 받아 두세 명이 조를 이루어 병실에 들어가게 된다. 환자와 간단히 수인사를 나누면서 봉사가 시작이 되는데 첫 만남이 조심스럽다. 환자들은 혼자 외롭게 마지막을 맞이해야 하는 두려움에서부터 정신적인 고통과 우울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신체적인 고통과 함께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로잡혀 있다. 기도와 함께 먼저 몸으로 다가 가는데 환자와의 신체적 접촉을 통하여 환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이나 손을 닦 아드린다거나 머리를 감겨드리고 다리와 발을 주물러 드리다보면 환자와 봉사자 사이에 믿음이 형성이 되어 굳게 닫힌 말문을 열게 된다. 이렇게 라포가 형성이 되면 그간 살아온 이야기며 자신의 병세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여준다. 차분히 들어주다보면 환자는 기분이 좋아져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이때에 가족과의 화해와 용서의 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필요시 재산 정리에서 장례식에 관한 준비며, 유언 전이면 인지능력이 있을 때 유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많은 환자들은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가난하여 어렵고 힘들었던 생활이었지만 부모님, 형제들과 단란했던 유년시절을 그리워하고 정든 고향의 마을과 친구들을 잊지 못한다. 다시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은 고향이고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옛 고향 친구들이며 어머니다. 여기에 자식자랑도 빼놓을 수 없는 소재거리가 되기도 한다. 어떻든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시간들 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남은 시간들이 의미 있게 쓰여 질 수 있도록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호스피스는 환자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와 가족까지 그 대상이 된다. 호스피스의 돌봄이 이루어지는 시간에 지친 보호자는 쉼을 가질 수 있고 밀린 일들을 처리할 수가 있다. 환자는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호스피스에게 꺼내기도 하고 남은 시간 오래 동안 함께하기를 바란다. 환자와 돌봄이 사이의 정겨운 소 통의 시간이 되어 진다. 환자들은 통증에 대한 고통과 두려움, 혼자 외롭게 죽어야 하는 두려움,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가 족으로부터, 이웃과 세상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 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기분이 나아지면 자신의 행복했던 과거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환자들은 나름대로의 다양한 이력과 병력을 가지고 있다. 자신은 몹쓸 병을 얻어 억울하게 죽어가는 데 나이 드신 분들이 오셔 간호해주는 것이 화가 난다며 봉사자를 거부하는 젊은이, 그토록 미워하고 저주했던 딸을 불러 용서하여 달라며 화해를 청하신 아버지, 두 아들을 먼저 보내고 어찌 눈을 제대로 감을 수 있느냐며 세상과 절대자를 원망하시는 아주머니, 집에서 키우던 개가 새끼를 낳아 당신이 집에 돌아가 돌봐야한다며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시는 시골 할머니, 성자만큼이나 온화하고 고결한 모습으로 가실날을 기다리시는 할아버지, 봉사자들은 묵묵히 그들의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통이 없이 편안히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며 지켜준다. 김 노인은 64세, 중풍으로 누워 수년째 산소호흡기로 연명한다 아내 박씨 62세, 방 하나 얻어 수년째 남편 병수발한다. 문밖에 배달 우유가 쌓인 걸 이상히 여긴 이웃이 방문을 열어본다 아내 박씨가 밥숟가락을 머금은 채 죽어 있고김 노인은 눈물을 머금은 채 아내 쪽을 바라보고 있다 구급차가 와서 두 노인을 실어간다. 음식물에 기도가 막혀 질식사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도 거동 못해 아내를 구하지 못한 김 노인은 병원으로 실려 가는 도중 숨을 거둔다. 이진명 시인의 ‘눈물 머금은 신이 우리를 바라보신다.’ 시의 전문이다. 죽음은 존엄해야 하는데 어느 부부가 맞이한 비참한 죽음의 단상이다. 어디에선가 일어날 수 있는 우리들의 참상이자 내일 우리들의 모습이기도하다. 늙어가는 것보다 더한 질병은 없다고 한다. 늙음에 병과 가난과 고독이 더해졌을 때 죽음은 더욱 비참해진다. 신이 우리 를 ‘눈물을 머금고 바라보시’는 이유가 된다. 이와 같이 삶과 죽음은 양면적이다. 남의 일처럼 멀리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 만날 수 있는 나의 일일 수 있다. 임종 직전의 환자들과의 만남은 경건한 만남이다. 호스피스 봉사를 통하여 많은 죽음을 경험한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다.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가는 과정일 뿐이다. 환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이다. 나무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면서 새 잎을 내고, 무성히 자라 가을 날 찬바람에 떨어져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이 우리도 자연의 이법인 생, 로, 병, 사에 순응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초연히 맞이할 수는 없을까? 호스피스의 한 사람으로 환자를 통하여 나의 모습을 비춰보곤 한다.
/김영진 시인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2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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