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영삼굴(兔營三窟)
2023 계묘년에는 묘시(새벽 5시~7시)에 일어나는 토기의 부지런함을 배우고, 다양한 전략을 짜는 토끼의 ‘토영삼굴兔營三窟’ 지혜를 발휘해 보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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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계묘년癸卯年은 토끼의 해다. 계癸는 천간의 검은 색이고 묘卯는 십이지의 넷째로 토끼다. 따라서 계묘는 검은 토끼를 상징한다. 토끼는 역사 속에 다양하게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달에서 옥도끼로 방아를 찧고, 토끼와 거북이에서는 능력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동물로, 별주부전에서는 속아서 용궁에 가고 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육지에 두고 왔다고 둘러내는 꾀돌이로 등장한다. 토끼 같은 자식은 귀여움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서토瑞兔라며 상서로운 동물로 여긴다. 조선 시대는 토끼가 주변에 흔했다고 한다. 사냥으로 토끼를 잡기가 쉬웠다. 어느 날 연산군이 토끼 여섯 마리를 잡아 승정원에 술 두 병과 같이 내리면서 “내가 운동 삼아서 잡은 토기다. 먹어보라. (연산군11년 11월 9일)”했다는 고사가 있을 정도다. 또한 그 시대 적의 침입을 알리는 수단은 봉화였다. 낮에는 토끼 똥을 태워서 나는 연기로 신호를 보냈다. 산에 그만큼 토끼가 많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역대 왕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는 제철에 맞는 음식을 제물로 올리는데 12월 달은 토끼를 사용했다. 겨울철 눈이 내릴 때 산에서 토끼를 쉽게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출•퇴근의 기준은 해가 길 때는 묘사유파卯仕酉罷였다. 관리들은 묘시卯時 (새벽 5시~7시)에 출근해서 유시酉時 (저녁 5시~7시)에 퇴근했다. 사자성어 토영삼굴兔營三窟은 토끼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세 개의 굴을 파 놓아둔다는 뜻으로, 자신의 안전을 위하여 미리 몇 가지 대비책을 짜 놓음을 이르는 말로 교토삼굴狡兎三窟과 같은 뜻이 있다. 두산백과에 의하면 꾀 많은 토끼가 굴을 세 개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는 뜻으로, 교묘한 지혜로 위기를 피하거나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사기史記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풍환馮驩은 제齊나라 재상宰相 맹상군孟嘗君의 식객이었다. 풍환은 본디 거지였는데 맹상군이 식객을 좋아한다는 말에 짚신을 신고 먼 길을 걸어 온 자다. 맹상군은 그의 몰골이 말이 아니어서 별 재주가 없어 보였지만 받아주었다. 맹상군은 그를 3등 숙소에 배치했다. 풍환은 고기반찬이 없다고 늘 투덜댔다. 그러자 2등 숙소로 옮겨 주었다. 이번에는 수레가 없다고 불평을 했다. 다시 1등 숙소로 옮겨 주자 그럴듯한 집이 없다며 또 투덜댔다. 당시 맹상군은 설薛(현재 중국 산동성山東省 동남지방)에 1만 호의 식읍을 가지고 있었다. 3천 명의 식객을 부양하기 위해 식읍 주민들에게 돈놀이를 했는데 돈을 빌려 간 자들이 갚을 생각을 하지 않자. 풍환馮驩을 보내 돈을 받고자 했다. 풍환은 출발 전 “빚을 받으면 무엇을 사 올까요?” 하고 물었다. 맹상군은 “무엇이든 좋소. 여기에 부족한 것을 부탁하오.”라고 대답하였다. 설薛에 당도한 풍환은 빚진 사람들을 모아서 차용증을 하나하나 점검한 후 사람들에게 말했다. “맹상군은 여러분의 상환 노력을 어여삐 보고 모든 채무를 면제하라고 나에게 분부하셨소.” 그리고는 모아 놓은 차용증 더미에 불을 질렀다. 사람들은 그의 처사에 감격했다. 설에서 돌아온 풍환에게 맹상군이 “무엇을 사 오셨는가?” 하고 물었다. 이에 차시풍환왈此時馮驩曰 “군지부족즉은의야 이소차서위군매은의래君之不足則恩義也 以燒借書爲君賣恩義來라고 했다. 뜻은 ‘당신에게 지금 부족한 것은 은혜와 의리입니다. 차용증서를 불살라 당신을 위해 돈 주고 살 수 없는 은혜와 의리를 사 왔습니다.’였다. 이 말을 들은 맹상군은 매우 마땅찮은 기색이었다. 1년 후 맹상군이 새로 즉위한 민왕泯王에게 미움을 사서 재상직에서 물러나자, 3천 명의 식객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잠시 설에 가서 살라고 권유했다. 맹상군이 실의에 찬 몸을 이끌고 설에 나타나자 주민들이 환호하며 맞이했다. 맹상군이 풍환에게 말했다. “전에 은혜와 의리를 샀다고 한 말뜻을 이제야 깨달았소.” 풍한이 말하기를 교토삼굴狡兎三窟이지요. 말하자면 토끼는 구멍을 세 개나 뚫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서 지금 경卿께서는 한 개의 굴을 뚫었을 뿐입니다. 아직 고침무우高枕無憂(베개를 높이 베고 근심없이 잠)를 즐길 수 없습니다. 경을 위해 나머지 두 개의 굴도 뚫어드리지요.” 풍한은 위魏나라 혜왕惠王을 설득하여 맹상군을 등용하면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실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제나라를 견제하는 힘도 될 수 있다고 간했다. 마음이 동한 혜왕이 금은보화를 준비하여 세 번이나 맹상군을 불렀지만, 그때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응하지 말 것을 은밀히 권했다. 이 사실은 제나라 민왕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아차 싶었던 민왕은 맹상군의 진가를 알아차리고 사신을 보내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다시 재상의 직위를 복직시켜 주었다. 두 번째의 굴이 완성된 셈이다. 두 번째의 굴을 파는 데 성공한 풍환은 세 번째 굴을 파기 위해 민왕을 설득해 설薛 땅에 제나라 선대의 종묘를 세우게 만들어 선왕先王때 부터 전승되어 온 제기祭器를 종묘에 비치하도록 했다. 선대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는 한 민왕의 마음이 변심해도 맹상군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맹상군은 재상에 재임한 수십 년 동안 화를 입지 않았다. 이것은 모두 풍환이 맹상군을 위해 세 가지 보금자리 즉 굴을 마련한 덕이었다. 이 고사는 불안한 미래를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완벽한 준비는 뜻하지 않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로 교토삼굴狡兎三窟 또는 토영삼굴兔營三窟이라 한다. 2023 계묘년에는 묘시(새벽 5시~7시)에 일어나는 토기의 부지런함을 배우고, 다양한 전략을 짜는 토끼의 ‘토영삼굴兔營三窟’ 지혜를 발휘해 보자.
/정성수 논설위원. 명예문학박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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