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2월 21일
|
 |
|
| ⓒ e-전라매일 |
| 개울 혹은 물이 차 있는 곳에 디딤돌을 띄엄띄엄 놓아 만든 다리를 징검다리Stepstones라고 한다. 보통 징검다리는 누가 놓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보잘것없는 징검다리라고 할지라도 저절로 생길 리 없다. 누군가의 배려와 봉사하는 마음이 징검다리가 된 것이다. 옛날 한 젊은이가 길을 가고 있었다. 개울이 앞을 가로막았다. 막막한 심정으로 개울을 바라보던 젊은이는 마침 긴 통나무가 눈에 띄어 그 통나무를 개울에 걸쳐 놓고 무사히 개울을 건넜다. 개울을 건넌 젊은이는 다음에도 개울을 만나면 나무를 베어 가로질러 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부터 사람들은 개울을 건너갈 때는 통나무나, 큰 돌을 놓아 징검다리를 만들어 건너갔다는 징검다리가 생긴 한 도막의 이야기다. 징검다리는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놓은 다리로 일반적인 다리와는 다르다. 다리는 그대로 걸어가면 되지만, 징검다리는 조심조심 건너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리는 ‘다리 위를 걷는다.’고 하고, 징검다리는 ‘다리를 건넌다’고 말한다. 유년의 징검다리는 지금도 머릿속에 옛날 그대로 살아있다.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건너야 하는 개울 앞에 서면 어린 가슴은 콩닥거렸다. 흐르는 물에 부서지는 자신의 그림자는 징검다리 중간쯤에 쪼그려 앉혀 물속을 들여다보게 했다. 물에 잠긴 징검돌 주변에는 피라미 떼가 맴돌았다. 손을 뻗으면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조차 없었다. 운이 좋은 날은 모래무지나 몸 가운데 담흑색의 폭넓은 가로줄이 있는 안흑어眼黑魚를 만날 때도 있었다. 징검다리는 단숨에 건너가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조심조심 건너가라고 듬성듬성 있다. 방정 떨지 말고 신중하게 건너야 한다. 성급하게 건너가려다가 자칫 물에 빠지게 된다고 징검다리는 온몸으로 삶의 교훈을 알려 주고 있다. 어릴 적 마을 앞 내(川)에 놓여 있는 징검다리는 오일장에 가는 마을 사람들이 건너갔다. 책보를 들쳐 맨 국민학생들이 학교를 오고 가는 길이었다. 칠월 칠석에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주는 오작교烏鵲橋였다. 그런가 하면 냇물이 갈라놓은 이웃 마을과 아랫마을을 이어주는 인정의 가교였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징검다리를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간다. 그중에는 징검다리같이 은혜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괴로움을 주는 걸림돌이나 고통을 주는 누름돌 같은 사람이 있다. 누구를 만나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 물론 사람 중에는 좋은 영향을 준 사람도 있고, 나쁜 영향을 준 사람도 있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 누군가에게 득인 사람일 수도 있고 실인 사람일 수도 있다. 돌이켜 보면 수많은 징검다리의 도움과 혜택을 받고 살아왔다. 이 자리에 올 때까지 세상과의 징검다리가 되어주신 부모님을 비롯한 마을 어른들, 친구 등 사람들이라는 징검다리를 딛고 왔음을 감사해야 한다. 징검다리는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 물에 잠긴 돌들은 말없이 자신의 등을 내주어 누군가 이쪽 세상에서 저쪽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게 길이 되어준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다가 큰물이 나 물에 잠겼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징검다리의 진가를 생각하며 발을 동동거리고 징검다리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징검다리 같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세상은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이다. 징검다리는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장마라도 만나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기 일쑤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내(川)는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다시 징검다리를 놓곤 하지만 왕래가 드문 곳은 방치되기 마련이었다. 물에 바짓가랑이를 적신 사람이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징검다리를 놓아주면 그 사람이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한 사람의 봉사 정신은 많은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또 다른 봉사자를 낳게 한다. 그렇다면 어떤 징검다리가 진정한 징검다리일까? 크고 반듯한 징검다리라면 좋겠지만 보잘것없는 징검다리라고 할지라도 있을 자리에 있다면 훌륭한 징검다리임은 분명하다. 인생길은 혼자서는 갈 수 없는 험난한 길이기에 서로 징검다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원만한 인간관계로 서로에게 징검다리가 된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다. 2월은 1월과 3월 사이를 이어주는 징검다리다, 징검다리가 있어 봄은 온다.
/정성수 논설위원. 명예문학박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2월 21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