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대기
부부지간에도 남편이 지게라면 아내는 작대기가 아닌가?
admin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4월 05일
|
 |
|
| ⓒ e-전라매일 |
| 지게를 지기 위해서는 작대기가 필요하다. 무거운 짐을 실은 지게는, 작대기가 없으면 혼자서 설 수가 없다. 끝이 Y자형으로 긴 나무토막인 작대기는 지게에 물건을 실을 때 지게를 고정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이동할 때는 균형을 잡아 주기도 한다. 작대기는 등짐의 고역을 흥얼흥얼 부르는 노래에 장단을 맞춰주기도 하고, 지게를 지고 일어서려 할 때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비탈진 언덕에 지게를 세울 때 작대기로 받쳐 놓아야 제대로 설 수 있다. 그래야 짐이 쏟아지지 않는다. 또다시 지게를 질 때 작대기가 없으면 짐의 무게 때문에 일어나기 힘이 든다. 이때 작대기를 짚고 일어나야 쉽게 일어날 수 있어 작대기의 진가가 발휘된다. 지게를 내려놓고 작대기로 받치면 삼각대 구조가 되어 넘어지지 않는다. 지게를 지고 갈 때 작대기는 지팡이가 되어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지게도 작대기가 없는 지게는 지게가 아니다. 작대기는 노인들의 지팡이가 되고, 여름이면 풀숲도 헤치고, 가을철이면 감을 따거나 밤을 털 때도 요긴하게 쓰였다. 길가에 죽은 뱀을 치울 때도, 약을 먹고 마루 밑에서 죽은 쥐를 치울 때도 작대기는 필요했다. 그뿐이 아니다, 내를 건널 때 센 물살에 떠내려가지 말라고 몸의 균형을 잡아 주고, 촌노가 버스를 기다릴 때도 지루하지 않게 서서 짚고 서 있을 때, 작대기는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급할 때는 신변 보호용 무기로도 쓰인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 중에 작대기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인가 작대기라고 쓴 명찰을 달고 나타났다. 다른 친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그 친구의 표정은 느긋했다. 한 친구가 작대기가 뭐냐며 빈정댔지만, 그 친구의 말은 자기의 작대기는 한자로 “作大記”이라며 장래에 대 문호文豪가 되겠다고 야무지게 말하는 것이었다. 친구들은 웃기지 말라고 했다. 그 친구는 가끔 시를 써 읽어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다른 친구들은 책상을 치며 킥킥대거나, 그 친구가 이상해졌다고 쑤군댔다. 세월이 흘러 그 친구가 시집을 냈다고 일간지에 인터뷰기사가 떴다. 그 친구가 말한 대로 “作大記”가 되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인터뷰 내용 중에는 자기는 ‘지게를 받치는 작대기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말하는 지게는 문학이었다. 문학을 받치는 “作大記”, 거창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령 톨스토이, 발자크, 빅토르 위고, 셰익스피어와 어깨를 겨루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作大記”가 되겠다는 생각이 얼마나 가상한가? 쓰고 또 쓰다 보면 언젠가는 그 친구의 말대로 틀림없이 “作大記”가 될 것을 믿는다. 작대기가 아무리 잘 생기고 튼튼할지라도 지게가 없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작대기와 지게의 관계는 사람 “人”자를 닮았다. 작대기만 있어도 쓸모없는 하나의 나뭇가지일 뿐이다. 물론 지게는 설 수가 없다. 지게와 작대기가 한 몸이 되면 마치 사람이 사람에게 기대는 모습인 “人”자 다. 이처럼 작대기와 지게는 우리의 인생을 확실하고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그림이고 실체다. 지게에 삶을 얹어 짊어지고 가다가 힘에 부치면 작대기로 받쳐 세워 놓고 한숨 돌리면 된다. 사람들은 삶을 짊어진 지게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지게를 받쳐주는 작대기에는 무관심하다. 작대기가 없다면 지게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작은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멀쩡한 작대기도 헛간 구석에 처박아두면 썩기 마련이다. 쓸모없다고 장작 틈에 끼워두면 십중팔구 땔감이 될 뿐이다. 부부지간에도 남편이 지게라면 아내는 작대기가 아닌가?
/정성수 논설위원/명예문학박사 |
admin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3년 04월 05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